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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맞고]'갑-을관계'의 귀환

  • 2017.07.03(월) 18:57

남양유업사태 후 잠잠하던 '갑을관계' 핵심용어로 재부각
새 정부 "불공정거래 청산"..당분간 핫이슈 불가피
기업 대응-정부 규제방향 '초미 관심'

새 정부가 기업들의 불공정행위와 거래관행을 청산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특히 유통·식품·제약 등 생활과 밀접한 분야에서 다양한 규제 이슈가 불거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규제 이슈와 맞물려 기업들의 상생 노력도 더욱 구체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규제 맞고] 코너를 통해 다양한 규제이슈를 꼼꼼하게 따져보고, [상생 맞손] 코너를 통해 기업들이 어떤 상생노력과 성과를 내고 있는지 동시에 조명해본다. [편집자] 


'갑을관계' 이슈가 다시 수면위로 부상했다. 주요 타깃은 유통, 식품, 프랜차이즈 관련 업종이다. 이 업종들은 구조적으로 '갑을관계'가 형성되기 쉬운 조건을 갖추고 있다.

새 정부의 메시지는 명확하다. '갑을관계 청산'이다. '갑과 을'이란 용어에는 이미 불공정한 관계를 전제로 하고 있다. 업계는 2013년 남양유업 사태 이후 자체적으로 개선 노력을 해왔다. 하지만 새 정부는 아직도 청산해야 할 '갑을관계'가 많다고 보고 있다. 이같은 새 정부의 인식을 알고 있는 업계의 마음이 바빠지고 있다.

◇ '갑을관계'의 뜨거운 귀환


2013년 불거진 남양유업 사태는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본사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대리점주들에게 유통기한이 임박한 제품이나 주문하지 않은 제품을 강제로 할당해 구입하도록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남양유업에 대한 불매운동이 불붙었고 결국 남양유업은 대리점뿐 아니라 대국민사과를 했다. 남양유업은 또 대리점에 대한 지원을 포함해 각종 개선책을 내놨다. 남양유업은 대리점과 관계개선 비용뿐 아니라 대외적인 신인도 하락에 따른 매출감소 등 큰 손실을 감수해야 했다.

 

남양유업 사태로 '갑을관계'란 용어는 대기업과 협력업체(대리점, 가맹점, 납품업체)간 불공정한 관계를 설명하는 대표적인 용어가 됐다.  또한 남양유업뿐 아니라 그동안 대기업과 협력업체간 관행으로 생각해왔던 각종 거래관계들이 수면위로 올라와 논란이 됐다.  

 


▲ 2013년 남양유업 사태는 관행으로 인식돼오던 '갑을관계'를 수면위로 끌어올린 계기가 됐다.

남양유업 사태를 지켜 본 식품, 유통, 프랜차이즈 기업들은 부랴부랴 기존 거래관행에 대해 재점검하고 개선책을 내놨다. 당시 기업들이 계약서에 '관행적으로' 써왔던 '갑'과 '을'이란 용어까지 없앤 것은 위기감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공정거래위원회와 국회도 각종 규제와 법 정비에 나섰다. 2015년 ‘대리점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 대표적이다. 이 법은 ▲구입 강제 ▲판매목표 강제 ▲불이익 제공 ▲보복조치 등을 금지하고 있다. 남양유업 사태 이후 업계와 정부, 국회가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여론을 뜨겁게 달구던 '갑을관계'란 용어는 점차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한동안 수면 아래에 있던 '갑을 관계'는 새 정부들어 또 다시 기업들에 주요한 용어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김상조 위원장이 이끄는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업의 불공정거래'에 칼날을 들이대면서 관련 기업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여기에 검찰까지 가세하면서 상당기간 '갑을관계'는 뜨거운 관심사가 될 전망이다. 최근 문제가 된 프랜차이즈 미스터피자나 패션잡화기업 MCM 사례를 보면 공정위나 검찰은 납품가 후려치기 등 불공정한 계약서나 보복뿐 아니라 일감몰아주기, 일감끼워넣기 등 오너들과 관련된 사안까지 광범위하게 현미경을 들이대고 있다.

▲ 남양유업 사태 이후 수면 아래로 가라앉던 '갑을관계'란 용어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 최근 '갑질논란'이 불거진 미스터피자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가장 긴장도가 높은 업종이 프랜차이즈다. 갑을관계에 있어 가장 구조적인 허점이 많기 때문이다. 프랜차이즈 업종은 다른 업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본사의 힘이 막강하다. 본사가 지정하는 재료를 사용해야 하고 브랜드 로열티 요구, 가격할인에 따른 부담 전가 등 다양한 방법으로 가맹점을 옥죌 수 있어서다. 여기에 수많은 크고작은 브랜드들이 흥망성쇠를 하고 있어 업계를 관통하는 '표준'이 정비되지 못했다. 업계에 통용되는 '규칙'이 정리돼 있지 못한 것이다. 최근 공정위와 동반성장위원회가 발표한 업종별 동반성장지수 발표에서 프랜차이즈 업계가 최저점을 기록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 프랜차이즈 고위 관계자는 "새 정부 출범 당시부터 이런 분위기는 감지돼 왔다"면서 "현재의 공정위가 과거의 공정위와는 성격, 방향이 다르다는 것이 피부로 느껴진다. 다음 차례는 누가될 것인가에 업계의 관심이 쏠려있다. 매일 매일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라고 전했다.   

▲ 김상조 위원장의 공정거래위원회는 어떤때보다 '갑을관계'에 주목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사진=이명근 기자/qwe123@)

새 정부 출범 후 프랜차이즈를 비롯 유통, 식품 등 관련업계에서는 '갑을관계의 귀환'이라는 표현이 자주 들린다. 정부가 작심하고 '불공정행위나 거래'를 청산하겠다고 선언한 이상 '갑과 을'이란 용어는 가장 많이 사용될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행여라도 '책 잡힐 행동'을 하지 않도록 임직원들에 대한 내부단속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갑을관계' 이슈는 '갑'이 쉬쉬한다고 되는 사안이 아니어서 지금이라도 문제가 될 수 있는 거래관행을 개선하는 노력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다만 정부도 '갑'에 대한 마녀사냥식 규제가 아니라 공정한 거래가 이뤄질 수 있도록 균형을 잡아주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함께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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