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낱낱이 공개한다
가맹점주를 보호하기 위한 핵심조치는 '정보공개'다. 가맹본부가 독점하고 있던 정보를 낱낱이 공개해 정보의 불균형을 막겠다는 취지다. 이 정보에는 가맹본부들이 공개하기 꺼려했던 물품장려금이나 리베이트 등도 포함된다. 가맹본부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보여줘 적어도 가맹점들이 모르고 당하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는 생각이다.
공정위는 이를 위해 가맹본부가 가맹사업의 통일성 유지를 명목으로 가맹점주에게 직접 공급하는 물품인 필수물품의 의무기재사항을 대폭 늘리기로 했다. 그동안은 일부 필수품목만 기재해왔다. 이 때문에 가맹본부가 필수물품을 빌미로 갑질을 하는지 찾아내기 어럽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하지만 앞으로는 ▲필수물품 공급을 통한 가맹금 수취여부 및 가맹점 평균 가맹금 규모 ▲가맹점 매출액 대비 필수물품 구매금액 비율 ▲필수물품 품목별 공급가격 상·하한 등을 반드시 공개토록 했다. 이렇게되면 가맹점들은 가맹본부로부터 제대로된 물건을 제 가격에 공급받는 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아울러 가맹본부나 특수관계인이 납품업체나 유통업체 등으로부터 지급받은 판매장려금, 리베이트 등도 공개한다. 가맹본부가 소위 '뒷돈'을 받고도 가맹점주들에게 비용을 또 받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또 가맹본부의 특수관계인이 필수물품의 공급·유통, 인테리어 등 가맹사업에 참여하는 경우 업체명, 매출액 등 세부정보도 공개토록 했다. 일명 '통행세' 근절 대책이다.
이밖에도 공정위는 가맹본부별 필수물품 상세내역․ 마진규모, 가맹점의 필수물품 구입비중 등을 분석해 공개하도록했다. 가맹본부들이 과도하게 이익을 남기지 못하도록 하기위해서다. 공정위는 모범을 보이는 차원에서 대형 가맹본부들부터 공개하도록 유도하기로 했다. 아울러 이런 노력을 기울인 업체에 대해서는 직권조사 면제 등의 인센티브도 부여할 계획이다.
◇ '을'의 협상력 높인다
공정위는 가맹점이 정보의 비대칭성, 가맹본부와 경제력 격차, 계속적 거래관계 등으로 '을'의 위치일 수 밖에 없다고 보고, 가맹점들의 지위를 향상시키기로 했다. 가맹점들의 협상력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가맹점주들이 모여 만든 단체를 법적으로 인정해 가맹본부가 가맹점들을 대상으로 하는 각종 보복 조치를 원천 차단키로 했다.
우선 가맹점주가 최저임금을 인상하면 인상률을 반영해 필수물품 공급가격, 로열티 등 가맹금 조정을 요구할 수 있도록 표준가맹계약서를 개정키로 했다. 또 가맹점단체의 협의요청이 있어도 가맹본부들이 단체의 대표성을 문제삼아 요청에 응하지 않고 있는 폐단을 없애기로 했다. 이를 위해 가맹점단체가 행정기관에 신고만 하면 법적지위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신고제를 도입한다.
이와 함께 가맹본부가 통신사 제휴 할인이나 1+1과 같은 판촉행사를 진행할 경우 반드시 가맹점주들로부터 사전 동의를 받도록 했다. 그동안 가맹본부들은 본부에서 판촉행사를 임의로 결정, 진행하면서 그 비용을 가맹점주들에게 떠넘기는 경우가 많았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가맹점주에 대한 가맹본부의 보복조치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도 만든다. 가맹본부의 일방적인 표적 위생점검을 통한 계약해지 등의 폐해를 막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가맹점주가 안심하고 공정위에 해당 사항을 신고하거나 조사를 요청할 수 있도록 보복금지를 법에 명시하고 징벌적손해배상제도 도입한다.
아울러 공정위는 '호식이 두마리치킨' 사건과 같이 가맹본부 오너나 임원의 부도덕한 행위 등으로 발생한 가맹점 손해에 대해 가맹본부가 배상책임을 지도록 하는 내용을 계약서에 명시토록했다. 또 가맹본부가 보복수단으로 악용할 우려가 있는 '가맹계약 즉시해지 사유'도 정비한다.
이밖에도 ▲편의점 등 가맹점 심야영업 부담 축소 ▲인테리어비용 분담절차 간소화 ▲가맹본부의 허위·과장 정보 제공 행위의 유형·기준에 대한 가이드라인 마련 ▲신고 포상금제도 도입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 "따끔하게 법집행하겠다"
공정위는 가맹점주들의 권익보호를 위해 제도를 정비하는 것과 함께 법집행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동안 공정위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비판에 따른 것이다. 김상조 위원장도 "지금까지 공정위가 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 하지 못했거나 하지 않았던 부분들이 있었다"며 "그것이 최근 가맹점주들의 고통을 방치하고 가중시킨 원인이 됐다"고 밝혔다. 향후에는 법 집행 강화로 떨어진 공정위의 위상을 올리겠다는 것이 김 위원장의 생각이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올해 하반기 외식업종을 대상으로 가맹본부의 가맹점주들에 대한 필수품목 강매 여부를 조사키로 했다. 또 서울시·경기도와 함께 외식업 가맹점 2000여 곳을 직접 돌면서 가맹본부가 정보공개를 제대로 하는지 조사한다는 계획이다. 점검 결과 정보를 허위·과장한 사례가 적발되면 가맹본부 정보공개서를 취소한다는 방침이다. 정보공개서가 취소되면 일정기간 신규 가맹점을 모입할 수 없다.
또 현 가맹사업법상 공정위가 가지고 있는 조사·처분권 등을 일부 광역지방자치단체에 위임키로 했다. 현장에서 좀 더 명확하고 신속하게 법 위반 사실을 확인하고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여기에 시·도지사가 조사한 사건에 대해서는 공정위를 통하지 않고도 직접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 사진=이명근 기자/qwe123@ |
이밖에도 가맹사업과 관련된 각종 사회적 이슈들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공정위 산하 공정거래조정원과 협업을 강화키로 했다. 공정거래조정원은 가맹분야의 조정신청과 처리 결과 등을 분석, 공정위에 송부하고 공정위는 이를 바탕으로 직권조사의 자료로 활용한다는 생각이다.
아울러 이달중에 '가맹사업자 보호 옴부즈만 제도'도 도입한다. 외식·도소매·서비스 관련 전·현직 가맹점주와 공정거래조정원 직원 등으로 구성된다. 명단은 비공개한다. 연 2회 전체 회의를 개최하고 시급한 현안 발생시 수시로 회의를 개최키로 했다. 이를 통해 현장과 공정위가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목표다.
김 위원장은 "이번 대책의 핵심중에 핵심은 공정위의 과거에 대한 반성과 앞으로 엄격한 법 집행에 대한 각오를 밝히는 것"이라면서 "주요 가맹본부들이 자발적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상생의 방향으로 바꿔가도록 유도하고 법 개정이 필요하다면 중장기적으로 법 개정을 추진할 생각"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