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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 빠진' 프랜차이즈 혁신안…자정 가능할까

  • 2017.10.27(금) 16:11

가맹점주단체·공제조합 등 설립…자정 실천안 발표
필수품목·로열티 등 핵심안 없어 '반쪽 혁신' 지적도

앞으로 100개 이상 가맹점을 보유한 가맹본부는 '가맹점사업자단체'를 구성해야 한다. 가맹점주가 무기한으로 영업을 할 수 있도록 계약갱신기간(10년)도 폐지한다. 27일 한국프랜차이즈협회(이하 협회)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자정 실천안'을 발표했다. 박기영 협회 회장은 "불공정거래를 뿌리 뽑고, 건전한 가맹시장을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프랜차이즈 혁신위원회'가 만든 자정 실천안에 '혁신이 빠졌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가맹본부 폭리의 원천으로 지목된 필수품목에 대해 '필요한 범위에 한해 필수물품 지정'이라는 두루뭉술한 대책만 내놨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권고한 로열티제도 도입에 대해선 '모범사례를 발굴하겠다'는 가이드라이만 제시했다.

 

▲ 협회 자정 실천안 발표회에 참석한 김상조 공정위 위원장(왼쪽부터), 김기영 협회 회장, 최영홍 혁신위원회 위원장(고려대 교수)[사진 = 안준형 기자]


◇ 가맹점주단체 구성-계약기간 무기한 인정

협회가 가장 먼저 내세운 자정 실천안은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의 이익단체인 '가맹점사업자단체'다. 가맹본부와 가맹점주의 소통 창구로, 앞으로 1년 이내에 100개 이상 가맹점주를 보유한 가맹본부는 '가맹점사업단체'를 구성하고 상생협약을 맺어야 한다. 가맹점사업자단체는 협회 정회원이 되고, 가맹점사업단체를 구성하지 않는 가맹본부는 협회에서 제명된다. 가맹본부중 가맹점사업자단체가 구성된 비율은 현재 14%에서 90%로 높아질 전망이다.

가맹점주 권익 보장을 위해 계약갱신요구권 행사기간(10년)이 폐지된다. 가맹점주의 영업 기간이 무기한으로 늘어난다는 의미다. 현재 가맹사업법은 가맹점주의 계약갱신요구권을 10년으로 제한하고 있다. 이렇게 한 것은 법적으로 가맹점주 계약기간을 10년으로 보장한다는 취지였지만, 일부 가맹본부는 장사가 잘되는 10년 이상된 가맹점을 직영점으로 전환하는 등 법을 악용하고 있다. 만약 가맹점 계약갱신이 거절되는 경우는 정보공개서에 이유를 기재하도록 했다.

가맹점주 피해 보상을 위한 '프랜차이즈 공제조합'도 내년 상반기 설립된다. 가맹본부의 재정악화가 가맹점의 피해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프랜차이즈 공제조합은 가맹본부 대상 융자지원과 가맹점주 가맹금 피해보상 등을 맡게 되고, 조합원 공동물류창고도 추진한다.

 

이밖에 협회는 가맹본부의 정보공개 등록 요건을 '2개 이상 직영점포를 1년 이상 운영'으로 강화하는 방안을 입법부에 건의하기로 했다. 부실한 가맹본부가 난립해 가맹점주 피해가 발생한다는 지적에 따라 가맹본부 '문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다.


◇ 로열티·필수품목 등 알맹이 빠져

일각에선 자정실천안에 대한 한계점도 지적되고 있다. 자정실천안은 협회가 스스로 만든 가이드라인으로 강제력이 없고, 필수물품과 로열티 등 국내 프랜차이즈 혁신안으로 제시됐던 대책들이 빠져있다는 분석이다.

우선 자정 실천안은 가맹본부의 유통 폭리를 근절하기 위해 '합리적으로 필수물품을 지정하겠다'는 가이드라인만 제시했다. 협회내 '필수물품 지정 중재위원회'를 만들겠다고 했지만, '합리적'에 대한 근거나 수치는 내놓지 못했다. 다만 필수물품의 가맹본부 특수관계인 관계 여부, 리베이트 제공처 등은 정보공개서에 공개하도록 했다.

박기영 회장은 "가맹본부가 브랜드나 품질 유지를 위해 필요한 범위 내에서 필수물품을 지정하도록 하겠다"며 "합리적 필수물품 지정 기준 등을 담은 모범규준 실천 서약에 대한 동참을 독려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유통 마진 수익구조를 일순간에 로열티로 전환하면 부작용이 생긴다"며 "장기적으로 도입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상조 공정위 위원장은 "필수물품 지정을 최소화하겠다고 했는데, 그 요건보다 더 구체적인 기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판촉비용이나 점포환경 개선비용 부담기준은 자정 실천안에서 언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번 자정 실천안에 로열티 도입에 대한 구체적 계획이 빠진 것도 맹점이다. 국내 프랜차이즈 산업은 가맹본부가 가맹점에 공급하는 필수물품에 이윤을 끼워넣어 수익을 내는 구조인데, 이를 로열티 제도로 바꾸자는 개선안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하지만 이번 자정 실천안은 로열티로 전환한 가맹본부 모범사례를 발굴하고, 이 명단을 공개하겠다는 수준에 머물렀다.

 

한편 이번 자정실천안을 계기로 프랜차이즈산업협회의 위상이 높아지는 결과도 가져왔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에 만든 가이드라인 준수여부를 관리감독하고 회원사가 가맹점주와 가맹본부 회원사로 확대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협회가 가맹본부 관리나 가맹점과의 이해관계 조정역할이 많아지면 공정위도 일일이 관리감독해야 하는 손을 덜 수 있게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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