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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보고서]⑤전문가 인터뷰-'투트랙으로 가자'

  • 2017.08.10(목) 08:52

이성훈 세종대 교수·H사 상생협력위원장
"진입요건 만들어 부실 가맹본부 막아야"
"본부 수익, 재료판매에서 로열티로"
"지금이 프랜차이즈 선진화 적기"

프랜차이즈업계가 기로에 놓였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는 공정거래위원회가 내놓은 프랜차이즈불공정방지대책을 기초로 업계 자구책을 마련중이다. 업계가 위기를 기회로 만들 자정을 이뤄내려면 어떤 대안들이 필요할까.

세종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에서 프랜차이즈경영학 석사과정을 가르치는 이성훈 교수와 인터뷰 했다. '상황진단'에 이어 두번째편 '위기 해결방안'을 정리했다. 이 교수는 한 프랜차이즈 상생협력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연구 성과를 현실에 접목하는 노력도 하고 있다. 

 

이 교수는 프랜차이즈산업의 재도약을 위해서 '투트랙' 해법을 제시했다. 

▲ 8일 세종대학교 연구실에서 만난 이성훈 교수./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트랙 1: 진입장벽을 높이자

"브랜드 출원도 안된 상태에서 서둘러 가맹점 모집을 받는 본부들을 현장에서 적지않게 봅니다. 가맹점 모델 또한 하나의 상품인데, 이건 기획안 상태의 미완제품을 파는 것과 마찬가지죠. 이같은 부실한 가맹본부 난립을 막기 위해선 진입장벽을 두는 것이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이 교수는 지속가능한 프랜차이징 시스템은 가맹본부의 리더십과 가맹점의 팔로우십이 발휘될 때 가능하다고 강조하면서 리더십을 발휘할 가맹본부가 갖춰야 할 요건으로 3가지를 제시했다. 2개 직영점 2년 이상 운영경력이 필요하고, 특허청 브랜드 등록, 일정 규모 이상의 자본 보유를 최소 요건으로 하는 진입장벽을 둬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교수는 "대왕카스테라가 인기라고 해서 가맹본부가 유행을 좇아 비슷한 브랜드를 급히 만들어 가맹점 모집을 받는다면 출혈경쟁이 야기돼 피해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며 "브랜드를 등록하고, 일정 규모 이상의 자본을 보유하는 것은 지원·교육·통제라는 가맹본부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이다. 이같은 본부 관련 주요 정보가 가맹계약에 앞서 가맹점에게 제공되는 정보공개서에 탄탄하게 담겨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가맹사업은 동네 장사에서 시작해 세계적인 브랜드를 만들 수 있는, 이른바 아메리칸 드림과 같은 도전이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이라며 "프랜차이즈 오너는 100년 브랜드를 만들겠다는 생각을 염두에 두고 철저한 준비와 계획을 갖고 진정성 있는 가맹모델을 개발해야 한다. 이는 브랜드를 많은 가맹점주와 공유하는 프랜차이즈 오너에게 높게 요구되는 도덕성과도 연관된 이슈"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가맹모델의 우수성을 따질 때 '맛집이냐'하는 문제는 일부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맛있는 레시피라는 노하우를 갖췄다는 것이 프랜차이징 능력이 확보된 것이라고 볼 수 없다는 얘기다. 1호점이 잘된 배경을 종합적으로 파악해 이를 다른 지역에 들어설 가맹점들에게 전수하고 판촉 등까지 지원하는 체계와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직영점이 잘되는 것을 보고 가맹점 하나 내달라고 시작한 가맹점들이 제대로 된 지원·교육·통제를 받지 못해 폐업하는 사례를 꽤 봤다"고 말했다.

◇트랙 2: 물류수익 중심에서 로열티로


"로열티 지급을 소위 '생돈' 나가는 것으로 보는 관점의 전환부터 이뤄져야 합니다. 프랜차이즈 사업의 본질은 브랜드 장사입니다. 그럼에도 국내 프랜차이즈 모델이 물류수익 중심으로 발전한 배경에는 상표권 등 지적재산에 돈을 지불하는데 대한 거부반응이 한몫합니다. 특정 수익모델을 강제할 수는 없지만 점진적으로는 러닝 로열티를 중심으로 프랜차이즈 수익체계가 재편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이 교수는 프랜차이즈 본거지인 미국에서 가맹본부들이 세계 곳곳으로 뻗어나갈 수 있었던 데는 러닝 로열티 중심의 수익모델이 정착된게 큰 힘이 됐다고 보고 있다. 100년을 유지할 브랜드를 개발하고 이를 사용하게 하는데 대한 대가를 제대로 받았다는 것이다.

 

물론 가맹점 매출의 일정비율을 로열티로 받는 운영방식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가맹본부와 가맹점간 투명한 정보교류는 물론 신뢰가 탄탄하게 구축돼야 한다.

이 교수는 "가맹본부가 로열티를 받기 위해선 가맹점 매출을 완벽하게 파악·통제할 수 있어야 하고, 이 과정에서 주기적인 컨설팅과 관리는 물론 가맹점 매출이 향상되도록 공동의 노력이 들어간다"며 "가맹점이 세금 등 각종 이유로 거짓 매출을 공개하거나 개인적 사유로 늦게 문을 여는 등 팔로우십을 따르지 않아도 통제를 못한다면 러닝 로열티 방식이 작동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한국형 프랜차이즈도 러닝 로열티로 전환해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지만 이 또한 점진적으로 도입하지 않는다면 로열티 만능주의로 흐를 가능성이 존재하고, 매출당 퍼센트를 놓고 계속 잡음이 흘러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본부와 점주 구성원들이 제3의 위원회를 만들어 합리적인 논의를 거쳐 결정토록하는 방식을 제안한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수익모델이 나와준다면 더 좋고 점진적으로는 프랜차이즈산업 전반의 경영 선진화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 "경영선진화를 이룰 중요한 기회"

이 교수는 인터뷰를 종합정리하면서 업계와 정부에 하고싶은 얘기를 꺼내놨다.
 
"가맹본부가 가맹점주에게 '유동인구가 적어서 이 자리는 안됩니다'라고 얘기해줄 수 있는 시스템, 이런 시스템까지 공급할 수 있는 것이 프랜차이즈 리더십의 핵심입니다. 가맹점들이 적정한 수익성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죠."

이 교수는 프랜차이즈업계가 소위 '갑질' 논란에 휩싸인데 대해 프랜차이즈업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프랜차이즈는 애초에 상생을 기반으로 합니다. 시작부터 본부만 잘살아보겠다고 해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예요. 그런 측면에서 프랜차이즈업계가 지금에와서야 상생을 얘기하는건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프랜차이즈는 자영업자의 시행착오를 줄여주는 등 순기능이 많아 성공적으로 확산된 비즈니스모델입니다. 지금까지 그렇게 발전해오다 일부 기업들의 문제로 여러 문제점이 드러났습니다."

이 교수는 프랜차이즈산업에 대한 규제정비에 나선 공정거래위원회에 대해서도 "선수로 뛰려하지 말라"고 지적했다.
 
"축구경기에서 심판이 직접 선수로 뛰어서는 안되죠. 경기장에서 룰을 잘 지키는지 공정하게 감시하고 무엇보다 그 룰을 선수들에게 잘 숙지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정부의 역할도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시말해 개입에서는 한발 떼고 사전예방을 위해 충실히 법 집행을 하는 것이죠."

 

이 교수는 프랜차이즈산업의 위기는 곧 기회라고 제시했다.

 

"진입장벽 규제 필요성은 이미 민간에서도 나오고 있는 얘기입니다. 프랜차이즈업계에게 지금은 산업적인 차원에서 경영선진화를 추진할 중요한 기회입니다. 공과 과를 성찰하면서 진정한 혁신이 이뤄지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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