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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예쁜 누나'가 김상조 위원장에게

  • 2018.04.10(화) 14:44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프랜차이즈 현실 반영
갑을 프레임 물음표..."상생은 우리가 더 바란다"

최근 한 종편에서 인기리에 방영 중인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라는 드라마가 있다.


이 드라마는 프랜차이즈 업계를 갑과 을이란 도식적인 관계로 바라보는 세간의 시선에 물음표를 던진다. 가맹본부에서 가맹점 관리 역할(슈퍼바이저)을 맡은 극 중 주인공 윤진아(손예진 역) 대리를 통해서다.  윤 대리가 겪는 일상을 따라가다 보면 가맹본부를 무조건 절대갑으로 규정할 수 없는 복잡한 속사정과 마주하게 된다.


점점 더 치열해지는 경쟁 환경에서 우수 가맹점을 늘려야 하는 가맹본부와 가맹점 운영에 생계를 걸고 있는 가맹점주 사이에서 빚어지는 갈등에 단순히 '갑을 프레임'을 씌우기엔 모호한 경우가 더 많다는 게 얘기다. 


▲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에서 커피베이 가맹운영팀 윤진아 대리가 가맹점을 검수 중이다. 사진 출처=jtbc


◇ 가맹점은 을?…윤 대리들의 말 못할 사정

  

윤 대리의 일상은 눈물겹다. 가맹 약관을 어기고 다른 원두를 섞어 쓰는 점주에게 경고하다가 역으로 화를 당하는가 하면 본사와 전쟁을 선포하면서 무단으로 문을 열지 않은 점주를 설득하기 위해 밤늦게까지 소주를 나눠 마시는 장면도 나온다. 가까스로 설득에 성공한 윤 대리는 폐업을 막기 위해 해당 가맹점에서 직접 점장 역할을 맡기도 한다.

이 스토리가 과연 드라마 속 허구일 뿐일까.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영업일수를 계약서에 규정해둔 가맹본부에선 심심찮게 벌어지는 일이라고 한다. 무단 폐점까진 아니더라도 점주가 아프거나 상을 당하는 등 자리를 지킬 수 없을 때 가맹본부의 가맹운영팀 직원들이 매장을 대신 봐주는 일이 적지 않다는 설명이다.

극 중 윤 대리는 하루에도 수차례 본사와 가맹점을 오간다. 엇갈릴 수밖에 없는 이해관계를 가진 양측의 필요를 잘 파악해 반영하는 것이 가맹본부 슈퍼바이저들의 역할이다. 업계에선 이들을 '프랜차이즈의 꽃'으로 부르지만 화려함보다는 치명적인 업무 강도로 더 잘 알려져 있다.


◇ 상권에 치이는 가맹점, 가맹점에 치이는 본부


가맹본부 슈퍼바이저들은 브랜드 통일성을 강조하는 가맹본부와 개별 사정을 봐달라는 점주 사이에서 매일 위태롭게 줄타기를 한다. 모든 점주가 약관을 철저히 따른다면 얼마나 좋겠느냐마는 어디까지나 가맹본부의 희망사항일 뿐이다. 


드라마 속 '말썽 점주' 또한 상권 경쟁에서 밀리고, 비싼 원두값 탓에 남는 게 없다고 하소연한다. 윤 대리가 방문한 점주의 집 식탁엔 이런 고충을 그리듯 빈 소주병이 늘어서 있다. 점주가 가뜩이나 원재료가 비싼데 우유까지 붙여 판다며 불만을 표시하자 윤 대리는 이왕 싸울 거면 소송까지 가라며 점주를 부추기지만 이내 마음을 돌린다.


가맹본부와 점주가 법적 다툼까지 가면 누가 이기든 이긴 게 아니기 때문이다. 가맹본부의 대표를 비롯한 임직원들도 점주들에게 마냥 '세게' 굴진 못한다. 폐업을 무기로 점주가 반발하면 브랜드 가치에 흠집이 날 수밖에 없어서다. 가맹본부 임직원들은 결국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다 폐업만이라도 막자면서 해당 가맹점 지원에 나선다.


가맹본부라고 해서 절대갑은 아님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에피소드다. 가맹 약관 준수를 엄격하게 요구할수록 점주의 불만을 살 수밖에 없는 가맹본부의 고충도 그리고 있다.

 

◇ 윤 대리 고충 공감…"상생, 우리가 가장 바란다"


현실도 크게 다르진 않다. 카페와 치킨, 편의점 등 업종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긴 하지만 가맹본부 관계자들은 윤 대리와 가맹본부의 고충에 공감한다.


계약 내용을 무시하고 다른 물건을 판매하는 가맹점부터 경쟁 관계에 있는 본부로 간판을 바꿔 달면서 계약상 비밀을 누설하는 경우 등 고충의 내용도 다양하다. 치열한 경쟁 환경에서 점주와 각을 세웠다간 본부도 그만큼 잃을 게 많다는 얘기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손보기 대상 1순위가 프랜차이즈 업계라는 말이 정설로 굳어질 만큼 공정위는 최근 가맹사업 정책에 적극적이다. 하지만 정작 업계에선 가맹본부를 절대갑으로 보는 시각 탓에 공정위의 정책 방향에 쉽사리 동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오늘도 수많은 윤 대리들이 가맹본부와 점주들 사이에서 수십 킬로미터를 오가고, 가맹본부도 윤 대리들을 통해 전해 듣는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기 위해 나름대로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 가맹점주와 상생은 공정위보다 오히려 가맹본부들이 가장 바라고 고민한다는 사실을 공정위도 분명하게 알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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