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뚜기가 청와대를 다녀온 뒤 구매열풍이 불고 있다 한다. 미스터피자와 호식이두마리치킨은 불매운동으로 심각한 위기다.
오뚜기는 갓뚜기(God+뚜기)라 불리며 착한기업의 대표로 청와대에 초청됐다. 외식 프랜차이즈인 미스터피자와 호식이두마리치킨은 오너의 '갑질'로 법의 제재와 사회적 지탄을 한몸에 받고 있다.
소비자들도 적극적이다. 가격과 품질, 디자인과 같은 전통적인 구매 결정 요소에 '기업의 평판'을 추가했다. 같은값이면 착한기업을 밀어주고 나쁜기업은 외면한다. 앞으로 소비자들은 더 적극적으로 행동할 것으로 보인다. 바람직한 방향이다. 기업의 사회적책임을 강조하는건 세계적인 흐름이다.
그런데, 걱정이 있다. 과유불급(過猶不及)에 대한 우려다.
쏟아지는 찬사에도 오뚜기 표정은 밝지 않다. 겸손함이 아니라 걱정이 읽힌다. 착한기업과 신데렐라 딜레마다.
오뚜기는 앞으로 제품값을 올리려면 경쟁기업보다 몇배 눈치를 봐야하고, 블랙컨슈머에게 시달려도 절대 찡그리지 말아야 한다. 오뚜기는 이미 "착한기업의 대표주자가 계열사간 내부거래 비중이 높고 일감몰아주기 의혹마저 엿보인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착한기업' 평판을 유지하기 위해 다른기업보다 몇배의 비용을 각오해야 할 수도 있다.
오뚜기가 청와대를 다녀온 뒤 별칭이 하나 더 붙었다. '문재인 정부의 신데렐라'.
불공정행위 근절이 주요한 국정과제중 하나인 문재인 정부에게 공정한 경쟁을 하는 착한기업을 발굴하는 건 중요한 일이다. 정책을 설명하고 확산시키는데 무엇보다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이런 시각에서 보면 최근 돌아가는 상황은 오뚜기에게 '신데렐라'란 별칭이 어색하지 않다.
하지만 오뚜기는 5년 또는 10년, 15년 후를 걱정하고 있을지 모른다. 신데렐라기업에 대한 학습효과다.
롯데는 새 정부들어 MB정부 최대 수혜기업으로 꼽히며, 잠실 롯데월드타워 인허가 과정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당시 정부는 규제 전봇대를 뽑아내는 대표 사례로 꼽았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창조경제 대표적인 모델'로 꼽았던 골프존은 지난해 하반기 국정감사에 불려가 호되게 혼이 났다. 창조경제 모델답지 않게 불공정거래 시비에 휘말린 탓이다. 같은 내용으로 검찰조사를 받아 무혐의 판정이 내려졌지만 창조경제 아이콘은 상처뿐인 영광이 됐다.
미스터피자와 호식이두마리치킨 불매운동은 가맹점주가 딜레마다.
두 프랜차이즈 오너는 법의 심판대에 섰다. 법이 시비를 가려주고 징계할 것은 징계하면 된다. 문제는 가맹점주들이다. 소비자들이 등을 돌리면서 하루하루가 힘겹다. 소비자들이 멀어지면 가맹점주부터 타격을 받는게 프랜차이즈다. 가맹본부와 가맹점 두바퀴로 굴러가다 한쪽이 멈추면 다른 한쪽도 멈춰야 하는게 프랜차이즈 본질이다. 불매운동으로 오너를 징계하려다 애꿎은 가맹점주들의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는 구조인 셈이다.
소비자에게는 구매를 통해 더 좋은 기업이 되도록 당근을 주고, 불매로 잘못을 꾸짖을 권리가 있다. 문제는 과도한 당근과 채찍질이 가져올 왜곡이다.
그래서 시선을 정부로 돌려보면 어떨까 싶다.
정부가 착한기업이 더 늘어날 수 있도록 어떤 정책과 제도를 마련하는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착한기업 이벤트는 한번이면 족하다. 우리의 정치현실에선 잦은 이벤트가 오히려 착한기업을 죽이는 부메랑이 될 수도 있다. 정부는 오뚜기로 인해 '덜 착한' 기업이 된 많은 기업들의 모범사례도 뽑아내 개선된 제도를 만드는데 공을 들여야 한다. 모든 것이 착한 기업도, 모든 것이 나쁜 기업도 세상에는 없다.
나쁜기업을 벌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정부와 국회는 프랜차이즈 오너와 가맹본부가 잘못하면 가맹점에 손해배상을 하도록 제도화하기로 했다.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이 제도는 사후약방문이다. 잘못한 가맹본부 주머니를 털어 애꿎은 가맹점주에게 나눠주는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프랜차이즈는 두바퀴가 같이 잘 굴러가야 산다. 가맹점주 사후 보호뿐 아니라 불공정행위가 발생할 수 있는 사각지대를 찾아내 사전적인 개선을 꾸준히 해나가야 한다. 두바퀴 모두 잘 굴러갈 수 있도록...
착한기업에도 나쁜기업에도 구매와 불매로 메시지를 던져놨으니, 이제 해당기업과 정부가 어찌하는지 지켜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