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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청와대는 왜 '갓뚜기'에 꽂혔나

  • 2017.07.24(월) 17:19

대기업 간담회에 오뚜기 포함 '화제'
"이런 기업 돼 달라" 메시지


식품회사 오뚜기가 화제입니다. 청와대 초청 대기업 간담회 명단에 포함돼서입니다. 이번에 초청된 14개 기업들은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입니다. 여기에 오뚜기가 추가된겁니다. 오뚜기는 대기업이 아닙니다. 중견기업입니다. 그래서 더욱 눈길을 끕니다.

이번에 초청된 기업들 면면을 살펴보면 오뚜기가 낄 만한 자리는 없어보입니다. 오뚜기의 작년 매출은 2조107억원입니다. 참고로 같은 기간 삼성전자의 매출은 201조8667억원이었습니다. 삼성전자의 100분의 1수준입니다. 그럼에도 오뚜기는 당당히 청와대 초청 만찬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오뚜기가 초청명단에 포함된 데에는 청와대의 의도가 담겨있습니다. 문재인 정부 출범이후 줄곧 기업들과의 관계 정립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한국경제는 정부가 기업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많은 변화가 일어나는 구조입니다. 그래서 기업은 정부의 명확한 시그널을 원합니다.

문재인 정부는 기업들에게 공정함을 원합니다. 그동안 대기업들이 행해왔던 우월직 지위를 이용해 이윤을 얻는 행위에 강한 거부감을 갖고 있습니다. 또 기업의 사회적책임중 고용확대를 우선 꼽습니다. 아울러 착한 기업도 문재인 정부가 이상적으로 여기는 기업상입니다.

오뚜기가 청와대 만찬에 초청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청와대에서도 내부적으로 고민이 많았다 합니다. 처음 기업 간담회를 준비할때만 해도 오뚜기는 포함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예전처럼 대기업들만을 초청해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를 계획했습니다. 대기업들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준비 과정에서 과거와 같은 방식의 간담회를 여는 것에 대한 회의론이 대두됐습니다. 이에 따라 기왕이면 새 정부의 기조에 맞는 기업을 제한없이 물색해 초청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이 제시됐다고 합니다. 준비팀에서는 여러가지 검증 과정을 거쳤고 가장 적합한 기업으로 오뚜기를 낙점했다는 후문입니다.

청와대 입장에서 오뚜기는 정부가 원하는 이상적인 기업상을 갖춘 곳입니다. 우선 오뚜기에는 비정규직이 거의 존재하지 않습니다. 지난 3월말 기준 오뚜기 직원 3063명 중 기간제 근로자는 36명에 불과합니다. 시식 사원 180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한 것은 유명한 일화입니다.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오뚜기는 이미 실천해오고 있었던 셈입니다.

이 뿐만이 아닙니다. 작년 창업주인 고(故) 함태호 명예회장이 별세하자 그 아들 함영준 회장은 오뚜기 주식을 상속받으면서 1500억원에 달하는 상속세를 정직하게 납부했습니다. 그동안 많은 기업의 오너들이 지분을 상속하면서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해 편법을 썼다는 논란에 휩싸인것과 대비되는 모습이었습니다.

또 지난 2008년 라면값 인상 이후 10년 가까운 시간 동안 라면가격을 동결했던 것도 유명합니다. 라면은 서민들의 먹거리인 만큼 손해를 보더라도 가격을 올리지 말라는 최고 경영진들의 뜻이 그대로 이어져왔습니다.

고 함태호 명예회장이 1992년부터 작년까지 총 4242명의 심장병 어린이의 수술을 도왔던 일도 지금껏 회자되는 미담 입니다. 고 함태호 명예회장은 임종을 앞두고도 5000번째 수술을 받는 어린이를 보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고 했을 만큼 심장병 어린이 돕기에 적극적이었습니다. 2015년에는 장애인 복지재단인 밀알복지재단에 315억원 상당의 주식을 기부하기도 했습니다.

소비자들은 오뚜기를 '갓뚜기'로 부릅니다. 오뚜기는 착한기업의 대명사입니다. 소비자들이 오뚜기 '구매 운동'에 나서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하지만 정작 오뚜기는 무척 당황스러워합니다. 이번 청와대 만찬 초대도 뉴스를 보고 알았다고 합니다. 최근 함영준 회장의 상속세 납부가 이슈가 됐을 때도 언론 대응을 자제하라는 지시가 내려왔습니다. '할일을 했을뿐인데 호들갑 떨지 마라'는 것이 함 회장의 엄명이었다고 합니다.

오뚜기 관계자는 "지난번 상속세 납부때에도 소비자들이 많은 관심을 보여 무척 당혹스러웠는데 이번에도 똑같은 상황"이라며 "우리는 좋은 품질의 제품을 소비자들에게 공급하고 소비자들이 이를 만족해하면 그것이 최고의 가치일뿐 다른 일로 주목받거나 하는 것을 원치 않는 분위기"라고 말했습니다.

업계에서는 청와대의 오뚜기 초청에 크게 두가지가 감안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하나는 현 정부가 추구하는 이상적인 기업의 대명사로 오뚜기를 선택, 다른 기업들에게 자극을 주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또 하나는 과거 정부와 달리 문재인 정부는 착한기업을 우대한다는 이미지를 심기 위해서라는 분석입니다.

청와대의 의중이 무엇이든간에 오뚜기는 이번 일로 또 다시 화제의 중심에 섰습니다. '갓뚜기'의 클래스를 다시 한번 보여준 셈입니다. 시장도 화답했습니다. 오뚜기의 주가는 이날 전거래일대비 7.25% 오른 79만9000원에 장을 마감했습니다. 청와대의 오뚜기 초청을 계기로 재계에 '오뚜기 효과'가 확산되기를 기대해봅니다. 기업 이미지도 올리고, 주가도 오르고, 소비자들의 구매도 늘고 일석삼조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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