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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봉토스트와 함께 다시 등장한 '갓뚜기'

  • 2017.05.23(화) 15:43

[인사이드 스토리]
오뚜기, 13년전 석봉토스트 선행 지원 뒤늦게 화제
남몰래 선행에 소비자들 '갓뚜기'라 불러

오뚜기가 '석봉토스트에 소스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다'는 미담이 SNS 상에서 화제다. 이 미담은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시작됐고, 사람들은 자신의 SNS에 미담을 퍼 나르며 "역시 갓뚜기"라는 댓글을 남기고 있다. '갓뚜기'는 신을 뜻하는 'god'와 오뚜기의 합성어다.

최근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석봉 토스트 일화'란 글의 요지는 이렇다. 불우이웃을 돕는 석봉토스트에 오뚜기가 소스 등 제품을 무료로 공급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 글에서 석봉토스트 사장은 "오뚜기처럼 나눔과 양심의 자본주의도 있구나, 다 약육강식인 줄 알았는데…"라고 감동한다.

 

▲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오뚜기 '석봉토스트' 미담.

 

◇ 석봉토스트 미담 '펙트체크'

우선 이 미담의 진위부터 확인해봤다. 이 미담의 출처는 2004년 출간된 '석봉토스트 연봉 1억 신화'란 책이다. 석봉토스트를 운영하는 김석봉 사장은 무교동에서 토스트를 팔면서 하루에 100개 토스트를 노숙자에게 나눠주면서 유명세를 탔다. 이 책의 '오뚜기식품 사장님의 방문'이란 챕터를 보면 오뚜기와 얽힌 대목이 나온다. 아래는 원문을 요약한 내용이다.

"웬 신사복 차림의 중년 남자가 저를 찾아와 느닷없이 어디 소스를 쓰느냐고 묻더군요. 저는 오뚜기식품에서 나온 최**이라는 사람입니다. 어제 우리 사장님이 선생님이 출연한 방송을 보고 감동을 받으신 것 같습니다. 어려운 이웃을 위해 봉사하는 데 도움을 드리고 싶습니다. 저희가 소스를 무상으로 제공할 테니 앞으로도 좋은 일 많이 해주시면 좋겠어요.

그날 이후 저는 오뚜기식품에서 생산하는 소스를 협찬받고 있습니다. 흔히들 '자본주의에서는 돈이 최고'란 말을 많이 합니다. 하지만 약육강식의 법칙이 아니라 나눔의 법칙으로 움직이는 양심의 자본주의도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됩니다. 저를 늘 챙겨주시는 오뚜기 사장님께 머리 숙여 깊이 감사드립니다."


이 책 내용은 사실일까. 오뚜기 관계자는 "2000년대 석봉토스트에 소스를 협찬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석봉토스트 관계자도 "과거에 오뚜기에서 소스를 무상으로 받았다"고 인정했다. 본문에 나오는 최 씨도 2000년대 오뚜기 홍보팀에 근무했던 사람이었다.

다만 이 미담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오뚜기 관계자는 "석봉토스트가 체인사업을 시작하기 전까지만 도움을 줬다"며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 관련 글이 올라오면서 뒤늦게 화제가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석봉토스트 관계자는 "현재 오뚜기 소스를 사용하고 있지만 무상으로 공급받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 2011년 '새 생명 3000명 탄생 기념행사'에 참석한 고 함태호 명예회장. 오뚜기는 1992년부터 '선천성 심장병 어린이'를 통해 4000명이 넘는 심장병 아동들을 후원했다. [사진 = 한국심장재단 홈페이지]

 

◇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오뚜기 미담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함영준 오뚜기 회장은 지난해 1천억원대의 상속세를 내고 아버지인 고 함태호 명예회장으로부터 회사 주식을 상속받았다. 세금을 덜 내려 갖은 편법을 동원하는 기업들과 달리 성실히 세금을 납부하는 모습에 사람들은 SNS에서 주저없이 '좋아요'를 눌렀다. 하지만 오뚜기는 상속세 납부 관련 보도자료도 내지 않았다. 당연히 내야할 세금을 법에 따라 냈을 뿐이라는 것이 회사 측의 입장이었다. [기자수첩] 특별할 것 없는 오뚜기 상속이 특별한 이유

고 함 명예회장이 별세 직전 수백억원대 주식을 기부한 사실도 뒤늦게 알려졌다. 오뚜기에 비정규직이 없다는 점에도 사람들은 열광했다. 네티즌들은 오뚜기에 '갓뚜기'라는 애칭을 붙여줬다.

하지만 이런 선행만으로는 오뚜기 신드롬을 이해하긴 어렵다. 수많은 기업들이 오뚜기의 몇십배 예산을 들여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다. 석봉토스트 관계자도 "한참전 일이 지금 왜 이슈가 되는지 모르겠다"고 의아해했다.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오뚜기 미담을 발굴하고 퍼트리는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오뚜기가 선행을 숨기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오뚜기는 선행이나 봉사, 기부 등을 홍보에 활용하지 않는다. 고 함 명예회장의 생전 지론도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 였다고 한다.

오뚜기 관계자는 이번에 석봉토스트가 화제가된 것에 대해서도 "잘모르겠다"며 과도한 관심을 부담스러워했다. 당분간은 선행을 숨기려는 오뚜기와 숨기진 선행을 찾으려는 네티즌들과의 숨바꼭질이 이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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