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매출 1위 치킨업체인 교촌치킨이 내달 1일부터 전국에서 배달료 2000원을 받기로 했다. 우후죽순 생겨난 배달 앱과 대행업체 수수료 탓에 가맹점의 수익성은 점점 나빠지고 있는데 정부나 소비자 반대로 치킨값을 올리지 못한 데 따른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다른 경쟁사들은 물론 피자와 족발 등을 파는 업체들도 배달료 유료화에 동참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미 일부 자영업자들은 개별적으로 배달료를 받고 있는데 이런 분위기가 더욱 확산할 전망이다.
교촌치킨은 내달 1일부터 전국 가맹점에서 배달서비스를 유료화한다고 6일 밝혔다. 배달 주문 시 건당 2000원을 받는 방식으로, 기존 메뉴 가격은 그대로다. 교촌은 현재 유료화를 위해 전국 가맹점의 동의를 받고 있다.
교촌치킨은 가맹점의 수익성 악화에 따른 대응으로 치킨값을 올리거나 음료수를 비롯한 서비스 품목비를 받는 등 여러 방안을 검토한 끝에 배달비 유료화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교촌치킨은 "배달 비용의 증가가 가맹점 수익성 악화의 주된 요인으로 판단해 이번 정책을 추진하게 됐다"며 "최근 몇 년간 지속된 배달 인력난과 배달서비스 비용 상승은 가맹점 운영의 가장 큰 애로사항이었다"고 설명했다.
국내 치킨업체 중 배달료를 공식화한 건 교촌치킨이 처음이다. 선두업체가 '깃발'을 들고 나선 만큼 다른 경쟁사들 역시 이에 동참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치킨업체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검토는 안 했지만 현실적으로 배달료 유료화 등의 방안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사실 이미 일부 지역에서는 다른 치킨업체 가맹점주들이 2000~3000원씩 배달료를 받고 있다. 지역별 배달 대행업체가 우후죽순 생기면서 수수료는 물론 배달 인력의 인건비 상승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배달 인력을 직접 고용한 경우에도 최저임금 상승으로 급여를 인상한 경우가 많다.
교촌치킨이 배달료를 공식화한 건 이런 현실은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른 치킨업체 관계자는 "본사 차원에서는 배달료를 받지 말라고 독려하고 있지만 가맹점주가 받는다고 하면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며 "배달 전문업체에 수수료를 줘야 하는 구조가 생기면서 가맹점주의 수익성이 계속 나빠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치킨 프랜차이즈 본사가 치킨값을 올리지 못하고 있는 것도 배달료 등장의 이유로 꼽힌다. 앞서 BBQ는 지난해 5월 치킨 가격을 인상하려다가 정부의 압박과 여론의 비판 등으로 철회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