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마트는 성공적으로 중국에서 탈출할 수 있을까.
롯데마트가 중국 매장 매각작업에 착수하면서 제대로된 가격에 제때 매각이 가능할 것인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중국 전역에 롯데마트 매장을 구축해 군침을 흘리는 곳이 많다는 점은 장점으로 꼽히고 있지만, 중국 정부가 어떻게 나올지에 따라 매각작업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은 단점으로 꼽힌다.
◇ 관심은 많다
유통 및 금융업계에 따르면 중국 롯데마트 인수전에는 2~3개 업체가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통업의 특성상 규모의 경제가 중요한 만큼 롯데가 중국에 구축해놓은 유통망을 매력적으로 보기 때문이다.
당초 롯데는 중국 최대 유통기업인 화롄그룹에 인수를 타진했다. 하지만 화롄그룹은 인수에 부정적이었다. 화롄그룹은 중국 상무부가 출자한 국영기업이다. 따라서 중국 정부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화롄그룹은 롯데마트가 구축해둔 유통망 때문에 중국 롯데마트 인수에 관심이 많았다"며 "하지만 화롄그룹이 중국 정부측에 인수전 참여 여부를 문의했지만 '안된다'는 답변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 태생적 한계로 좋은 매물을 가져가지 못하는 것에 대해 무척 아쉬워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 업계에서는 태국의 CP그룹이 중국 롯데마트 인수에 가장 근접한 것으로 보고 있다. |
이밖에도 중국 로컬업체 등도 중국 롯데마트 인수에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화롄그룹과 마찬가지로 중국 자본이 롯데로 유입되는 문제에 대해 중국 정부의 눈치를 보고 있는 터라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는 않다. 대신 로컬업체들은 FI(재무적 투자자) 등 전면에 나서지 않는 방식으로 참여하는 방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헐값 매각설' 나오는 까닭
CP그룹이 유력한 후보로 떠오르면서 업계의 시선은 CP그룹이 과연 얼마를 베팅할 것인가에 쏠려있다. 롯데는 중국에 롯데마트를 론칭하면서 4조원 가까운 자금을 투자했다. 지난 2007년 롯데마트 중국 진출의 토대가 됐던 네덜란드 마크로 매장 인수와 중국 대형마트 타임즈 인수에만 2조원 가까이 들어갔다. 여기에 유통망 구축과 사드 보복에 따른 자금 수혈 등 막대한 자금이 소요됐다.
현재 업계가 추산하는 롯데마트의 장부가치는 8300억원 가량이다. 그동안 투입했던 자금에 비하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 등을 더해 1조원 정도면 괜찮은 딜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롯데 입장에서는 만족스러운 딜이 아니다. 하지만 중국에서 롯데마트가 처한 상황을 감안하면 이 정도만해도 선방이라는 평가다.
CP그룹은 중국 롯데마트 인수가격으로 6000억원 가량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나 업계가 기대하는 금액에 한참 모자란다. CP그룹은 지난 6개월간 중국 롯데마트가 제대로 가동을 못했고 그에 따른 손실과 이미지 추락, 유통망 붕괴 등을 감안하면 이 정도가 적정 수준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인수한다고 하더라도 한동안 손실이 불가피하다고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CP그룹 입장에서는 아쉬울 것이 없다"면서 "중국 롯데마트를 인수할 경우 향후 중국에서 사업을 진행해야 하는 것은 CP그룹이다. CP그룹으로서는 지금부터 중국 정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중국 정부가 찍은 롯데에 좋은 가격을 제시해 중국 정부의 눈총을 받을 이유가 없다"고 분석했다.
◇ 빠른 매각이냐, 좋은 가격이냐
롯데는 중국 롯데마트를 빠른 시간내에 정리하고 중국에서 나오겠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상황이 녹록지 않아 고심하는 분위기다.
롯데 입장에서는 매각을 빨리 마무리해야 손실을 줄일 수 있다. 당초 롯데가 내부적으로 생각한 10월까지 협상이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업계에서는 데드라인을 연말까지로 보고 있다. 연말까지 마무리되지 않으면 롯데로서는 1조원 가량의 손실을 떠안는 것은 물론 내년에도 추가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 사진=이명근 기자/qwe123@ |
롯데그룹 관계자는 "이런저런 경로를 통해 여러 업체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가격 문제는 지금 기본적인 이야기가 오가고 있는 상황이어서 딱히 어떻다고 말할만한 것이 없다. 최대한 좋은 가격으로 빨리 딜을 잘 마무리하겠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롯데가 빠른 매각과 높은 가격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는 어렵다"며 "빨리 방향을 정하지 않으면 딜 자체가 표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