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탈 중국' 속도낸다
롯데는 지난 23년간 중국 시장에 10조원을 투입할 만큼 공을 들였다. 사드 보복이 장기화 조짐을 보였음에도 지금까지 버텨왔던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롯데는 이미 내부적으로는 중국사업 정비를 검토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외적으로는 중국사업 철수는 없다고 밝혔지만 그룹 내부에서는 사드 보복 장기화에 대비한 플랜 마련에 고심했다는 후문이다.
롯데가 희망을 걸었던 것은 한국정부와 중국정부간 관계 개선이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이런 기대감이 높아진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계속되는 북한의 도발로 중국과의 관계개선이 요원해졌다. 롯데로서는 더 이상 버틸 명분도 여력도 없었다. 롯데가 사드 임시배치 직후 롯데마트 중국매장 매각을 발표한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재 롯데마트 중국매장 매각 작업은 급물살을 타고 있다. 롯데가 9년간 중국 전역에 구축해놓은 롯데마트의 유통망은 인수 후보자들에게 매력적인 매물이다. 업계 등에 따르면 태국의 CP그룹 등 2~3개 기업이 롯데마트 중국매장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빠르면 10월 중에 본계약이 체결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롯데마트 이외에 롯데제과나 롯데칠성음료 등도 중국사업을 축소하고 있다. 현재는 매각 보다는 구조조정에 방점이 찍혀있다. 중국에 진출해 있는 롯데 계열사는 총 22개다. 롯데마트는 매각을 결정했지만 다른 계열사들은 여전히 고민중이다. 업계에서는 롯데가 철수가 어렵거나 반드시 필요한 사업을 제외하고는 점진적으로 중국에서 철수할 것으로 보고 있다.
◇ 동남아로 눈을 돌리다
"아무래도 중국에서 더 이상 사업을 키운다는 것은 어렵지 않을까 싶다. 여러 상황이 우리에게 불리하다. 눈앞의 이익보다는 긴 안목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몇몇 사업들은 중국에 남겨둘 것으로 보인다. 상황이 좋아질때를 대비하는 차원이다. 하지만 이제 중심은 동남아로 옮겨야 한다는 생각은 확고하다".
롯데 고위 관계자는 향후 롯데의 방점이 동남아에 찍힐 것임을 예고했다. 그동안 롯데는 중국과 동남아 투트랙 전략을 써왔다. 상대적으로 중국에 더 치중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롯데마트 중국 매장 매각을 계기로 무게추가 동남아로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중심은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다.
▲ 롯데마트 백화점 매장 모습 |
롯데는 지난 90년대에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에 진출했다. 이후 꾸준하게 동남아시장 공략의 전초 기지이자 테스트 베드로 활용해왔다.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는 롯데에게 중요한 시장으로 성장했다.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에서의 실적도 좋다. 올해 롯데는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에서의 매출이 각각 1조원과 2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는 한류 등의 영향으로 롯데와 같은 유통기업이 활동하기 좋은 여건을 갖췄다. 소비자들이 한국 기업에 대해 우호적인데다 최근 이들 국가의 경제성장률이 높아 소비 잠재력도 크다. 롯데에게는 중국 시장을 대체할만한 요소가 많다. 인구수도 각각 1억명과 2억6000만명에 달한다. 여러모로 롯데에게 매력적인 시장인 셈이다.
◇ 중국만큼 키운다
롯데는 이미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에서 대규모 사업을 진행중에 있다. 베트남의 경우 지난 7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직접 방문해 "앞으로 롯데가 해야할 일이 많은 곳"이라고 이야기 했을 만큼 애정을 보이는 곳이다. 오는 2020년 완공을 목표로 '롯데몰 하노이'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호찌민시에는 총 2조원을 투입해 '에코스마트시티'를 짓기로 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대규모 유화단지 건설을 비롯해 인도네시아 최대기업인 살림그룹과 합작으로 전자상거래시장 진출도 모색하고 있다. 46개 매장을 보유하고 있는 롯데마트의 경우 매장 수를 100개 이상으로 늘리기로 했다. 작년 인도네시아 매출은 롯데 전체 헤외매출의 15%를 차지할 정도로 컸다. 이 비중이 더 늘어날 전망이다.
▲ 롯데마트 인도네시아 매장 모습 |
롯데 관계자는 "중국사업 정리로 롯데에게 동남아시장 중요성은 훨씬 커졌다"며 "단순히 매장 수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동남아 소비자들의 니즈를 파악해 시의적절한 투자를 하겠다는 것이 그룹의 생각이다. 베트남, 인도네시아뿐만 아니라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 동남아 전역으로 롯데의 브랜드를 공격적으로 확산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장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손윤경 SK증권 연구원은 “롯데의 향후 해외 성장동력은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이 될 것”이라면서 "이들 국가는 올해도 고속성장을 하고 있어 성장을 추구할 시장으로 충분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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