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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 무한도전]⑨한미, 다시 신화에 도전하다

  • 2017.11.02(목) 14:46

대규모 기술수출 후 계약취소 등 진통
재정비 R&D 박차..신약개발 플랫폼 기반 바이오신약 비지땀
내성표적 항암신약 '포지오니팁'도 주목

신약 개발에 성공하는건 소위 '잭팟'에 비유된다. 글로벌 신약 하나로 벤처사가 글로벌기업 반열에 오를 수 있는 곳이 제약·바이오업계다. 하지만 신약개발은 '운'으로 되는 일이 아니다. 개발 과정에 투입해야 하는 대규모 비용과 오랜 연구개발 기간이 필요하다. 더구나 신약개발 과정에는 수많은 예상하기 어려운 실패 요인들이 도사리고 있다. 그럼에도 제약·바이오산업은 대표적인 미래성장동력산업으로 꼽힌다. 우리 기업 현실은 어떨까. 주요 제약사들의 신약 파이프라인을 살펴본다. 여덟번째 주자는 대규모 기술수출로 대표적인 연구개발 제약사로 떠오른 한미약품이다. [편집자]


한미약품은 대규모 신약 기술수출을 성사시키며 국내 제약·바이오업계 대표적인 연구개발 제약사로 떠올랐다.

2015년 12월 프랑스 계열 다국적제약사 사노피-아벤티스에 당뇨병약 신약 후보물질 3종을 기술수출하면서 국내 신약개발 역사에 한획을 그었다. 이 계약 규모는 현재까지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깨지지 않은 기록이다.

그해 한미약품과 지주사 한미사이언스는 기술수출이 이어지며 실적도 크게 '점프 업' 했다. 업계가 신약개발 효과를 피부로 느끼게 된 계기로도 작용했다.

2015년 한미약품은 사노피 건을 포함해 총 5건의 기술수출 계약을 맺으며 매출이 전년동기대비 91.3% 증가한 1조1132억3800만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4849.6% 증가한 1802억6300만원, 순이익은 760% 증가해 1338억5000만원으로 집계됐다. 지주사 한미사이언스의 경우 주가가 7배 이상으로 상승했다. 2015년말 시가총액 7조3770억원으로 2014년말 코스피 랭킹 173위에서 34위로 껑충 뛰었다.


이렇게 '신약개발 롤모델'이 됐지만 회사가 '꽃길'만 걸어온 것은 아니다. 2015년 체결한 굵직한 기술수출 계약중 7억3000만달러대의 계약 한건이 1년여 뒤 해지되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한미약품이 계약해지 사실을 장중 30분 가량 늑장 공시하면서
 미공개 정보를 일찍 접해 손실을 회피한 기관투자가와 주가 급락에 따른 피해를 온전히 뒤집어쓴 개인투자자간 희비가 갈렸다. '한미 사태'로 피해를 입은 개인투자자 325명은 현재까지도 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진행중이다.



사노피 계약건 또한 이듬해 계약금액중 총 9억7600만유로(1조2664억원)가 줄어들어 2015년 체결한 굵직한 계약 두건이 축소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한미약품은 기술수출을 추진하면서 계약성사에 더 관심이 많은 대행사를 통하지 않고 직접 상대제약사와 담판을 벌였다. 상대제약사가 경쟁사가 개발한 신약기술을 사장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신약 기술을 사는건 아닌지, 기술을 사간 뒤 임상을 계속 진행할 의지가 있는지 등을 꼼꼼하게 따졌다. 하지만 기술수출 경험이 많지 않던 한미약품의 한계가 노출되며 계약 변경이 잇따랐다.


◇ '기준은 더 까다롭게-실패는 관대하게'

신약 수출 과정에서 벌어진 이슈들은 한미약품에게 성장통으로 작용했다. 실패의 경험은 오히려 더 큰 성과를 위한 약이 될 수 있다. 
 
한미약품이 신약개발 과정에서 적용하는 두가지 원칙이 있다. 하나는 신약개발 과정과 성공에 대한 기준을 업계의 통상적인 수준보다 까다롭게 정한 것이고, 또 하나는 개발과정에서 실패를 용인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한미약품에서는 실패가 흔하다. 하지만 개발과정에서 쌓은 노하우와 데이터는 다음 연구개발에 중요한 자양분이 된다는게 한미약품의 생각이다. 

2015년 국내 최대규모 기술수출 계약을 성사시킬 수 있었던 것도 이전의 실패경험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한미약품은 1990년 형질전환흑염소를 이용한 항암보조제 G-CSF 생산기술을 개발했지만 시장성이 없어 중단했고, 글로벌 임상2상까지 진행했던 C형간염 신약을 다국적제약사 길리어드가 복용이 더 간편한 제품으로 출시하자 과감히 접었다.

소위 '잭팟'이라고 불린 사노피 기술수출이 있던 해 초반만해도 한미약품의 과도한 연구개발비를 우려하는 시각이 많았다. 2013년 회사는 국내 상장 제약사 최초로 한해 R&D 투자 1000억원을 돌파했다. 이듬해에도 매출액대비 20%에 달하는 1525억1700만원을 연구개발비로 투입했다. 이로 인해 영업이익이 전년동기대비 44.3% 줄어든 3445만2014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 독자 플랫폼기술 '랩스커버리' 적용 바이오신약 개발 '비지땀'

한미약품은 올해 3분기까지 매출액대비 18.3% 수준의 1249억원의 자금을 연구개발에 투입했다. 현재 독자적인 신약개발 플랫폼 기술인 랩스커버리를 적용한 바이오신약을 개발하는데 힘을 쏟고 있다. 랩스커버리는 바이오의약품의 약효를 획기적으로 연장하는 기술로, 2015년 기술수출된 굵직한 신약 후보물질을 배출시킨 회사의 주요 경쟁력이다.

한미약품은 지난 9월 포르투갈에서 열린 유럽당뇨병학회(EASD)에 참석해 개발중인 바이오신약 후보물질 2가지를 발표했다.

하나는 비알코올성 지방간염(NASH)과 파킨슨병치료제로 개발가능성을 확인한 '랩스 트리플 아고니스트'다. 현재까지 NASH치료제로 개발된 약물이 없다. 2025년까지 NASH치료제 시장은 36조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랩스 트리플 아고니스트'는 체내 에너지대사량을 증가시키는 글루카곤과 인슐린의 분비, 식욕억제를 돕는 GLP-1, 그리고 인슐린 분비와 항염증 작용을 하는 GIP를 동시에 활성화하는 바이오신약 후보 물질이다.

한미약품에 따르면 체중감량 효과가 확인된 랩스 트리플 아고니스트를 비알콜성 지방간염 동물에 투여한 결과 기존 GLP-1 단일제대비 지방간과 간염증 개선효과가 우수한 것으로 확인됐고, 간 섬유증 개선 효과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파킨슨병 동물 모델에게도 투여해 신경보호 효과를 확인했는데, 이는 근본적인 치료약물이 없는 파킨슨병치료제로 개발가능성도 입증한 셈이다.

또 다른 바이오신약 후보물질은 희귀질환인 선천성 고인슐린혈증 치료에 적용할 수 있는 '랩스 글루카곤 아날로그'다. 랩스 글루카곤 아날로그는 체내 포도당 합성을 촉진하는 주 1회 투여 글루카곤 제제다.

한미약품은 동물실험(전임상)을 마쳤다. 실험 결과 랩스 글루카곤 아날로그는 생체 유사 환경에서 기존 글루카곤대비 우수한 용해도와 안정성을 보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고인슐린혈증 동물모델에 투여하면 지속적인 혈당증가 효과가 나타났다.


한미약품은 내성이 생긴 기존 항암제나 개발된 치료제가 없는 항암 분야에서도 활발한 연구개발을 진행중이다. 미국 제약사 스펙트럼에 기술수출된 내성표적 항암신약 '포지오니팁'이 대표적이다.

포지오니팁은 최근 일본 요코하마에서 열린 세계폐암학회에서 임상종양학 분야 권위자인 미국 MD앤더슨암센터의 존 헤이마크(John Heymach) 교수의 발표로 소개됐다. 헤이마크 교수에 따르면 포지오티닙은 GEM모델(유전공학적 쥐)과 PDX모델(환자 유래 암조직 이종이식 모델)에서 기존 TKI치료제에 비해 40배 이상의 약효와 80% 이상의 종양크기 감소효과를 보였다.

포지오니팁은 비소세포폐암 환자 10명중 1명꼴로 나타나는 엑손20 유전자 변이 환자에게 탁월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MD앤더슨암센터는 엑손20 유전자 변이를 겪은 폐암 환자 60명을 대상으로 임상 2상을 진행중이다. 현재까지 확인된 11명의 환자중 73%인 8명에선 객관적 반응률(ORR)과 부분 반응률(PR)이 확인됐다. 현재 이 영역에서 쓰이는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고 있어 세계폐암학회에서 특히 이목을 끌었다.
 
한미약품은 대규모 기술수출을 이끌어낸 제약사, 대표적인 연구개발 중심 제약사로 인식되고 있다. 지난해 성장통을 크게 치른 뒤 또 다시 신약개발 역사를 쓰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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