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전 서울 동대문 경동시장 신관 2층은 주변 상인들과 취재진, 일반 고객들로 북적였다. 60년 된 서울의 대표적 전통시장에 '신참'이 왔다는 소식을 듣고 몰려든 사람들이다. 이곳에 '상생스토어' 5호점을 입점한 이마트의 노브랜드 매장 이야기다. 건물 1층에서 장사를 하고 있다는 한 상인은 "직접 와서 보니 물건들이 참 싸고 좋아서 나도 몇 개 샀다"며 "앞으로 젊은 고객들이 많이 올 것 같다"고 말했다.
▲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에 들어선 이마트 노브랜드.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
상생스토어는 노브랜드가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시장 내에 입점하는 매장이다. 지난 2016년 당진어시장을 시작으로 구미선산시장과 안성맞춤시장, 여주한글시장 등 주로 지방 전통시장에 자리를 잡았다. 그러다가 이번에 처음으로 서울에 문을 열었다. 특히 경동시장점은 지난해 7월 경동시장이 먼저 제안해 8개월간의 협의 끝에 이번에 문을 열었다.
이마트는 젊은 층에 인지도가 높은 노브랜드 매장을 열면 다양한 고객을 끌어들이는 효과를 통해 전통시장 상권까지 살려낼 수 있다는 아이디어에 따라 상생스토어를 차례로 개점하고 있다. 이번 5호점을 시작으로 올해 안에 10호점까지 문을 열 계획이다.
상생스토어는 단순히 시장 안에 매장을 입점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방법으로 전통시장 상인들과 상생을 모색한다. 경동시장 매장의 경우 냉동 과일과 냉동 축산을 제외한 일반 채소와 과일, 건어물, 수산 등을 판매하지 않는다. 시장 상인들이 파는 품목은 제외한 것.
경동시장 상생스토어엔 젊은 주부들이 편하게 장을 볼 수 있도록 신세계 이마트의 '어린이희망놀이터'를 만들었고, 스타벅스의 재능기부 카페인 '카페숲'도 마련했다. 동대문구청이 만든 작은도서관도 들어섰다. 민관이 함께 전통시장 살리기에 나선 모양새다.
'집객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고객들의 동선까지 고려해 노브랜드 매장을 입점한 점도 눈에 띈다. 노브랜드 매장이 들어선 신관은 큰 길가에 있는 본관과 달리 시장 안쪽에 있다. 노브랜드 매장을 찾으려는 고객들은 시장 안쪽까지 들어와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인근 점포 매출이 늘어나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신관 2층 내에서도 노브랜드 매장에 들어서려면 다른 점포들을 거쳐야 하게끔 동선을 짰다.
오광수 경동시장 상인회 회장은 "요즘 갑작스럽게 시장이 침체해 생각 끝에 노브랜드 개업식을 가봤는데 괜찮겠다고 생각했다"며 "당진 등 다른 매장을 가보니 젊은 층이 많이 이용해 노령화된 우리 경동시장에도 맞을 것 같다"고 기대했다.
▲ 경동시장 신관 2층에 마련한 스타벅스 재능 기부 카페 '숨'.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
이마트는 앞서 문을 연 상생스토어 인근 시장에도 고객 수가 늘어나는 효과를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당진어시장의 경우 노브랜드가 문을 연 뒤 시장 공용주차장의 월평균 이용 고객 수가 2015년 2150여 대에서 지난해 5020대가량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방문 고객 대상 설문 조사에서도 노브랜드 매장과 전통시장에서 함께 장을 본다는 비중이 지난해 4월 62%에서 12월 75%로 늘어나는 추세다. 정동혁 이마트 CSR 상무는 "상생스토어 효과가 알려지면서 입점 문의나 공문 등 제안이 전국 각지에서 들어오고 있다"며 "올해도 상생스토어를 확대해 전통시장과 함께 공생의 길을 넓히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