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그룹의 이마트24와 노브랜드 전문점 '연합군'이 곳곳에서 반대 여론에 부딪히면서 몸집을 불리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마트24는 편의점 업계 후발주자인 만큼 올해도 공격적인 확장 전략을 이어간다는 방침이지만 슈퍼마켓연합회를 비롯한 주변 상인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제 막 가맹사업을 시작하려는 노브랜드 전문점 역시 첫 출점 예정지역 상인들의 반대에다 아군(?)인 이마트24 점주들도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고 있다.
신세계그룹이 의욕적으로 키우려는 두 가맹사업의 스탭이 꼬이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 이마트24·노브랜드 확대에 반대 여론 여전
이마트24는 올해도 점포 확장 전략을 이어가고 있다. 이마트24의 점포 수는 지난해 말 3707개에서 올해 3월 말 3878개로 석 달 만에 170개가량 늘었다. 이마트24는 올해 점포 순증 목표를 지난해 1055개와 비슷한 수준인 1000개로 잡았다. 이마트24는 내년까지 점포 수를 6000개까지 늘리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이마트24의 출점 계획이 알려지자 상인들이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한국슈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는 지난 5일 성명서를 통해 "당장 이마트24의 무자비한 출점을 중단해야 한다"며 "지난해 편의점 업계가 자율적으로 협의한 출점 제한 자율규약을 어기고 편의점을 늘리겠다는 야심을 보이는 것은 최소한의 도덕적 양심을 저버리는 반인륜적인 처사"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마트24가 자율협약에도 불구하고, 기존 출점 계획을 전혀 축소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편의점 업체들이 자율협약을 통해 출점을 자제하겠다고 약속해놓고 바뀐 게 없다는 목소리다. 업계 후발주자로 선두업체들을 따라잡아야 하는 이마트24 입장에선 딜레마에 빠진 셈이다.
신세계그룹이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또 다른 가맹사업인 노브랜드 전문점 역시 반대 여론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신세계는 지난해 말 노브랜드 전문점을 가맹화하기로 하고, 올 초 일부 점주들을 대상으로 상담을 진행했다. 이달 중 경기도 군포 산본역 인근에 첫 가맹점을 낼 계획이다. 그간 노브랜드 전문점은 신세계그룹이 직영해온 탓에 골목상권 침해 논란 등으로 점포를 늘리기가 쉽지 않았다.
이에 일반 가맹사업으로 전환을 꾀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반대 목소리에 부딪히고 있다. 해당 지역 상인회 등은 여전히 골목상권 침해 등을 이유로 노브랜드 입점을 반대한다는 현수막을 내거는 등 크게 반발하고 있다. 여기에다 일부 이마트24 점주들 역시 기존에 편의점에서 팔던 노브랜드 제품을 '뺏길 수 있다'면서 불만을 내비치고 있다.
◇ '상생스토어'도 운영하는데…신세계는 난감
신세계는 난감해하는 모습이다. 사업 확장 과정에서 여러 논란을 감안해 이런저런 대책을 내놨지만 비판 여론이 가라앉지 않아서다.
이마트24는 업계 후발주자로서 경쟁력을 갖추려면 점포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CU나 GS25 등 선두업체들은 이미 점포 수가 1만 3000개에 달하는 등 '규모의 경제'를 갖춘 만큼 점포 수 확대가 덜 급하지만 이마트24는 공격적인 목표를 세울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이마트24 관계자는 "경쟁사들도 점포 수에 신경을 쓰는 것은 마찬가지"라며 "후발주자로서 사업 확대 계획을 세울 수밖에 없다"라고 강조했다.
다만 단순한 신규 출점이 아니라 브랜드 전환 등을 통해 주변 상인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점포를 늘리겠다고 설명하고 있다.
게다가 다른 경쟁사들 역시 점포를 꾸준히 늘리고 있다는 게 이마트24의 설명이다. 실제 올 들어 지난 3월 말까지 이마트24의 순증 점포 수 171개는 업계 1위 CU의 173개보다 오히려 더 적었다.
노브랜드 전문점 역시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신세계는 전통시장 상인회와 공조해 운영하는 '노브랜드 상생스토어'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등 골목상권 침해 논란을 피하기 위해 각별히 신경 써왔다. 일부 전통시장의 경우 노브랜드의 입점으로 고객이 늘어나는 등 긍정적인 효과를 내고 있기도 하다. 그런데도 노브랜드 전문점을 오픈하려 할 때마다 인근 상인들의 반발은 끊이지 않는 모습이다.
노브랜드 전문점은 여기에 더해 이마트24 점주들의 반발도 크다. 기존 이마트24에서 팔던 노브랜드 제품만을 전문적으로 파는 점포가 근처에 문을 열 경우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신세계가 노브랜드 전문점 가맹사업 확대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마트24 점주들의 반발 등을 신경쓰지 않을 수 없는 탓이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공식설명회보다는 관심 있는 분들이 오면 상담을 해주고 있다"며 "창업에 꽤 많은 돈이 드는 만큼 당장 목표 점포 수 등의 공격적인 계획을 세워두고 있진 않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