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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정신줄 놓는 만물상 '삐에로 쑈핑'

  • 2018.06.27(수) 16:43

정용진의 새로운 실험…'B급 감성 만물상 잡화점'
코엑스에 1호점 오픈…일본 '돈키호테' 벤치마킹

'제정신일 의무 없음', '뭐가 어딨는지 하나도 모르겠지만…어쨌든 환영', '골라 골라', '요지경 만물상'

좁은 공간, 난잡하고 촌스러운 진열, 게다가 시끄럽기까지 해 정신이 쏙 빠지는 잡화점이 생겼다. 그것도 깔끔하고 세련된 느낌의 쇼핑몰인 스타필드 코엑스몰의 목 좋은 곳에 떡 하니 자리 잡았다.

화장품과 식료품은 물론 성인용품과 코스프레용 복장, 흡연용품, 프라다 가방, 초고가 양주, 다이슨 청소기, 예초기 등 함께 있기에는 많이 어색한 제품들을 빽빽하고 혼란스럽게 진열한 이 만물상의 이름은 '삐에로 쑈핑'이다.

 

▲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삐에로 쑈핑은 적극적으로 'B급 감성'과 '혼돈'을 추구한다. 2513㎡(760평)의 그리 크지 않은 매장에 무려 4만여 가지 상품을 쏟아 넣은 탓에 정리할 여력이 없어 보이기도 하지만 사실 이 모든 것은 '컨셉'이다.

이는 매장 곳곳에서 눈에 띄는 문구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매장 입구 천장에는 '뭐가 어디 있는지 하나도 모르겠지만 환영한다'는 문구가 적혀 있고, 직원들 역시 '저도 그게 어딨는지 모른다'고 인쇄된 유니폼을 입고 있다. 매장 바닥에는 '제정신일 의무 없음'이라고 쓰여 있다. 정리할 줄 몰라서 안 한 게 아니라 일부러 혼돈을 즐기는 듯한 분위기다.

상품 진열 방식도 '정돈'과는 거리가 멀다. 코스프레 복장과 성인용품 옆에 느닷없이 수입 맥주가 진열돼 있는가 하면, 디퓨저 옆에는 뜬금없이 철물점 분위기의 매대에 예초기가 덩그러니 놓여있기도 한다. 이런 분위기의 한쪽에는 프라다 등 명품 브랜드의 제품을 팔고 있고, 1000만원 상당의 고가 양주 제품도 진열돼 있다.

 

▲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이런 이상한 매장의 주인은 신세계그룹의 이마트다. 단순히 이마트의 여러 사업 중 하나가 아니라 오너인 정용진 부회장의 새로운 야심작이다. 정 부회장은 삐에로 쑈핑에 대해 "1년 동안 모든 걸 퍼부어 준비한 만큼 기대해도 좋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삐에로 쑈핑이 'B급 감성'과 '혼돈'을 앞세우는 이유는 소비자들에게 재미를 주기 위해서다. 단순히 물건을 편하게 사고 끝나는 '쇼핑'이 아니라 구석구석에서 예상치 못한 제품들을 찾는 경험을 하도록 기획했다.

이는 정 부회장의 경영 철학과 일맥상통한다. 정 부회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스토리가 있는 콘텐츠를 개발해야 세상에 없는 일류기업이 될 수 있다"면서 "상품, 점포, 브랜드 등 모든 콘텐츠를 스토리와 연결해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런 분위기의 잡화점을 이마트가 처음 만든 건 아니다. 삐에로 쑈핑은 일본의 유명 잡화점인 돈키호테를 벤치마킹했다. 삐에로 쑈핑 코엑스점 내부는 일본 돈키호테 매장에서 느낄 수 있는 분위기를 거의 그대로 재현했다. 실제로 우리나라 소비자들이 일본에서 사 오는 상품들을 모아놓은 매대가 있기도 하고, 매장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는 안내·광고 멘트도 일본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이마트는 대신 삐에로 쑈핑의 경우 돈키호테와 다르게 다른 대형마트 등에서는 볼 수 없는 차별화한 상품 구성비를 높이고 가격도 더 저렴하게 내놓을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삐에로 쑈핑은 동대문이나 재래시장, 온라인 몰 등을 가리지 않고 품질과 가격만 따져 구매한 뒤 이를 판매할 계획이다. 재고상품이나 부도상품, 유통기한이 임박한 상품들도 매입해 파격적인 가격으로 내놓는다. 매장 상품을 매입하고 선정하는 권한은 점장에게 전적으로 부여할 계획이다.

이마트는 이번 코엑스점을 시작으로 동대문 두산타워에 2호점을 내고, 3호점의 경우 논현점을 검토하고 있다. 삐에로 쇼핑을 비롯해 PB(자체브랜드) 상품을 판매하는 '노브랜드 전문점'과 가전제품 전문 매장인 '일렉트로마트', 가정간편식 브랜드인 '피코크 전문점' 등을 통해 오프라인 경쟁력을 계속 키워나갈 방침이다.

삐에로 쑈핑을 담당하는 유진철 브랜드매니저는 "일본 돈키호테의 경우 지난해 기준으로 약 370여 매장에서 연간 8조원 가량의 매출을 올렸다"며 "삐에로 쇼핑이 이마트의 신성장 동력이 될 수 있도록 매장을 점차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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