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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17.2도 참이슬'…고민 커진 롯데

  • 2018.04.13(금) 11:17

'참이슬 후레쉬' 17.2도로 낮춰…롯데 대응 주목
'처음처럼'도 도수 낮출듯…조정 범위 좁아 고민

소주 시장에 또다시 '도수 낮추기' 경쟁이 시작됐습니다. 포문은 하이트진로가 열었습니다. 하이트진로는 최근 주력 제품인 참이슬 후레쉬의 도수를 종전 17.8도에서 17.2도로 0.6도 낮췄습니다. 하이트진로가 참이슬 후레쉬의 도수를 낮춘 건 지난 2014년 이후 4년만입니다.

하이트진로가 참이슬 후레쉬의 도수를 낮춘 건 소주 소비 트렌드를 분석한 결과 더 낮은 도수의 소주를 많이 찾는다는 결론을 얻었기 때문입니다. 하이트진로는 최근 소주 시장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있습니다. 업계에 따르면 하이트진로의 소주 시장 점유율은 50% 초반대로 절반을 웃돕니다. 

맥주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입니다. 하이트진로는 이 여세를 몰아 소주 시장 점유율을 더욱 높이고 싶어 합니다. 맥주에서 까먹은 시장을 소주로 만회하겠다는 생각입니다. 마산 맥주 공장을 소주 공장으로 전환키로 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참이슬 후레쉬는 이제 전국구 소주가 됐습니다. 지금까진 수도권 강세에 기대 점유율을 유지해왔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지방에서도 참이슬 후레쉬를 찾는 수요가 늘면서 소주 시장 점유율을 더욱 높이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이 원하는 트렌드에 맞춰 도수를 낮추고 판매를 확대하겠다는 것이 하이트진로의 구상입니다.

주류업계는 하이트진로의 행보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습니다. 소주 시장 점유율의 절반 이상을 가져가는 1위 사업자가 도수를 낮춘 만큼 다른 업체들도 이 대열에 동참하지 않겠냐는 분석이 많습니다. 특히 소주 시장 2위인 롯데주류의 고민이 커지고 있습니다. 롯데주류의 시장 점유율은 약 17~18%가량 됩니다. 2등이지만 하이트진로와의 격차가 큽니다.

그동안 하이트진로와 롯데주류는 수차례에 걸쳐 소주 도수 낮추기 경쟁을 벌여왔습니다. 시작은 롯데주류가 처음처럼을 선보인 2006년부터입니다. 당시 롯데주류는 처음처럼의 도수를 20도로 내놨습니다. 그러자 하이트진로는 같은 해 8월 참이슬 후레쉬를 출시하면서 도수를 19.8도로 낮췄습니다. 다분히 처음처럼을 의식한 도수였습니다.


롯데주류도 가만히 있지 않았습니다. 롯데주류는 2007년 처음처럼의 도수를 19.5도로 낮췄습니다. 그러자 하이트진로는 다시 참이슬 후레쉬의 도수를 19.5도로 맞췄습니다. 이 패턴은 지난 2014년까지 계속됩니다. 한쪽이 내리면 다른 한쪽도 내리는 도수 낮추기 경쟁이 계속된 겁니다. 결국 20도로 시작한 처음처럼은 현재 17.5도, 19.8도로 시작한 참이슬 후레쉬는 최근 도수를 더 낮춰 17.2도까지 내려왔습니다.

이제 공은 롯데주류로 넘어갔습니다. 롯데주류는 그동안 참이슬 후레쉬보다 낮은 도수로 처음처럼의 부드러운 목 넘김을 강조해왔습니다. 따라서 하이트진로의 도수 낮추기에 맞서 또다시 처음처럼의 도수를 낮출 가능성이 큽니다. 문제는 얼마나 낮춰야 하는가입니다.

롯데주류는 총 3개의 처음처럼 라인업을 갖추고 있습니다. 주력인 처음처럼 오리지날을 비롯해 '처음처럼 순한(16.8도)'과 '처음처럼 진한(21도)'이 있습니다. 롯데주류의 고민은 여기에 있습니다. 17.2도 참이슬 후레쉬에 맞서기 위해 주력인 처음처럼 오리지날의 도수를 확 낮출 경우 현재 16.8도인 처음처럼 순한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처음처럼 순한의 정체성이 모호해지는 데다 간섭효과도 일어날 수 있어서입니다.

그렇다고 처음처럼 오리지날의 도수를 낮추지 않으면 자칫 하이트진로와 격차가 더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최근 소주 소비 트렌드는 '저도(低度)'가 대세입니다. 하이트진로가 참이슬 후레쉬의 도수를 17.2도에 맞추는 바람에 롯데주류는 처음처럼 오리지날의 17.5도와 처음처럼 순한의 16.8도라는 좁은 범위 내에서 최적의 도수를 찾아야 하는 숙제가 생긴 겁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롯데주류의 고민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롯데주류 관계자는 "처음처럼의 도수를 낮추는 걸 고민하고 있다"며 "어느 정도가 적절한 선인지에 대해선 내부적으로 논의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업계에서는 하이트진로가 이번 도수 낮추기를 통해 절묘하게 롯데주류를 압박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롯데주류에 큰 고민거리를 안겨줬으니 일면 맞는 말인 듯도 합니다.

결국 처음처럼도 도수를 낮출 수밖에 없을 것 같긴 합니다. 시작부터 낮은 도수로 부드러운 목 넘김을 강조해온 만큼 참이슬보다는 도수가 낮아야 하는 태생적 한계도 있습니다. 한때 여성 등을 중심으로 마니아층이 생긴 것도 이런 이유 덕분이었습니다.

그렇다면 롯데주류가 처음처럼의 도수를 얼마나 낮출까요? 참이슬의 17.2도 공격을 과연 잘 막아낼 수 있을까요? 그 결과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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