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칠성음료의 소주 ‘처음처럼’이 전면 리뉴얼을 단행한다. 알코올 도수를 기존 16.9도에서 16.5도로 낮춰 부드러움을 더욱 강조했다. 라벨 디자인도 새롭게 개편했다. 16.5도는 현재 시판되는 전국구 소주 제품 중 가장 낮은 알코올 도수다. 이에 따라 처음처럼과 참이슬의 알코올 도수 전쟁이 재점화될지가 관심이다.
롯데칠성은 소주를 가볍게 마시는 것을 선호하는 저도화 음용 트렌드가 지속됨에 따라 ‘처음처럼’ 알코올 도수를 16.9도에서 16.5도로 낮춘다고 11일 밝혔다. 새롭게 선보이는 처음처럼의 출고가는 기존과 동일한 1079.1원이다.
이를 통해 소주 본연의 맛은 살리면서 목 넘김을 더욱 부드럽게 해 처음처럼의 대표속성인 ‘부드러움’을 더욱 강조한다는 계획이다. 라벨 디자인도 대폭 변경했다. 산기슭에서 흘러내리는 물줄기를 모티브로 디자인했다. 반짝이는 은박을 사용해 음영을 강조했다. 단, ‘처음처럼’ 서체는 동일하게 사용해 브랜드 정체성은 유지했다.
롯데칠성은 기존 ‘처음처럼 순한’과 ‘처음처럼 진한’도 순차적으로 리뉴얼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롯데칠성은 이번 리뉴얼을 계기로 오랜 기간 처음처럼이 가져왔던 특징인 부드러움을 더욱 강조하고 저도주 트렌드에 발맞춰 시장을 확대하겠다는 복안이다.
롯데칠성이 주력 제품인 처음처럼의 알코올 도수를 낮춤에 따라 하이트진로도 '참이슬'의 알코올 도수 조정에 나설지가 주목된다. 그동안 롯데주류와 하이트진로는 소주 알코올 도수 낮추기 경쟁을 지속해왔다. 주류 시장 전반에 저도주 트렌드가 정착되면서 높은 알코올 도수의 소주를 찾는 소비자가 줄어들어서다.
롯데칠성과 하이트진로가 본격적으로 소주 알코올 도수 경쟁을 벌이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6년부터다. 당시 롯데주류가 처음처럼을 출시하면서 알코올 도수를 20도로 낮췄다. 그러자 하이트진로도 같은 해 8월 참이슬 후레쉬를 출시하면서 도수를 19.8도로 낮추면서 두 업체 간 알코올 도수 낮추기 경쟁이 시작됐다.
이후 국내 대표 소주 브랜드인 참이슬과 처음처럼의 알코올 도수 낮추기 경쟁은 치열하게 전개됐다. 어느 한쪽이 내리면 다른 한쪽은 동일하게 맞추거나 더 내리는 방식이었다. 특히 2014년에는 더욱 치열했다. 당시 롯데주류는 그해에만 세 차례에 걸쳐 처음처럼 알코올 도수를 조정했고 하이트진로도 이에 맞서 두 차례의 조정을 단행했다.
이처럼 도수 낮추기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소주의 알코올 도수는 2018년 17도까지 내려갔고 2019년에는 처음처럼이 16.9도로 조정, 16도 시대를 열었다. 참이슬도 작년 5월 16.9도로 낮춰 한동안 소주 알코올 도수는 16.9도에서 멈춰있었다. 그랬던 것이 이번에 롯데칠성이 처음처럼의 알코올 도수를 다시 16.5도로 조정, 도수 낮추기 경쟁에 다시 불을 지핀 셈이 됐다.
하이트진로는 "참이슬 알코올 도수 인하 계획은 확정된 바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업계의 생각은 다르다. 롯데칠성이 처음처럼의 알코올 도수를 낮춘 만큼 하이트진로도 대응에 나설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다만 그 시기와 알코올 도수 조정폭을 얼마나 가져갈 것인가가 관건이다.
소주 업체에게 알코올 도수 조정은 중요하다. 소주 고유의 풍미를 유지하면서 알코올 도수를 낮춰 목 넘김에 거부감을 없도록 하는 것은 결국 기술력에 문제다. 어느 한쪽에만 치중하면 소주라는 고유의 정체성을 잃어버릴 수 있어서다. 알코올 도수를 얼마나, 어떻게 조정하느냐에 따라 마케팅 포인트도 달라진다. 소주 업체들이 알코올 도수 조정 전에 끊임없이 시장을 조사하고 고민하는 이유다.
현재 국내 시판 소주 중 알코올 도수가 가장 낮은 제품은 무학의 '좋은데이 1929'다. 좋은데이 1929의 알코올 도수는 15.9도다. 하지만 전국구 소주 브랜드 중에서는 이번에 출시되는 처음처럼이 가장 낮다. 국내 소주 시장 점유율은 하이트진로가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롯데칠성이 그 뒤를 잇고 있는 형국이다.
롯데칠성의 입장에서는 하이트진로와의 격차를 줄여야 한다. 맥주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는 만큼 그나마 버티고 있는 소주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이번 처음처럼 리뉴얼도 이런 고민의 결과라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 입장에서는 만성 적자로 고전하고 있는 맥주 부문보다 일정 부분 시장을 확보한 소주 부문을 더욱 강화하는 것이 합리적인 전략일 것"이라며 "관건은 하이트진로도 이에 대응할 것이 분명한 만큼 향후 처음처럼이 하이트진로의 공격에 어떻게 대응할지가 관심"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