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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 윤리경영]③ISO37001의 명암

  • 2019.04.08(월) 09:34

'윤리경영 인증' 투자·계약·글로벌 진출 등 긍정적
비용 부담에 면피용 인증 등 부정적인 인식도 많아

정부가 제약업종의 불법 리베이트 근절을 위해 발 벗고 나서면서 업계도 윤리경영 강화에 한창이다. 이전까진 공정경쟁연합회가 주관하는 CP(Compliance Program, 공정거래 자율준수 프로그램) 등급평가가 윤리경영의 관문이었다. 하지만 최근엔 한국제약바이오협회를 필두로 국제표준 부패방지 경영시스템인 ISO37001 인증 바람이 불고 있다. 이에 ISO37001의 개념과 함께 도입 사례, 이점과 주의점 등을 살펴본다. [편집자]

지난 1월 국제투명성기구가 발표한 2018년 국가별 부패인식지수(CPI)에서 우리나라는 100점 만점 기준으로 57점을 받아 180개국 중 45위에 올랐다. 전년과 비교하면 점수는 3점, 국가 순위는 6단계 상승했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68.1점에는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특히 36개 OECD 가입국 가운데 30위로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이에 정부는 2022년 부패인식지수 세계 20위권 도약을 목표로 반부패 정책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내걸었다. 정부가 강력하게 반부패 의지를 천명하면서 국제 기준인 ISO37001(반부패 경영시스템) 인증이 국내 전 산업분야로 확산할 전망이다.

◇ 다국적 기업 실사 대체 등 글로벌 진출 '긍정적'

특히 제약산업에서 ISO37001 인증이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정부 기조와 별개로 불법 리베이트로 덧칠해진 이미지 개선은 물론 글로벌 진출 과정에서도 실질적이고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서다.

우선 ISO37001이 요구하는 경영시스템을 갖추면 정부가 요구하는 준법경영의 기준을 맞출 수 있다. 특히 기업이 부패 관련 이슈로 조사를 받을 경우 관계당국 혹은 법원에 부패 방지를 위해 노력했다는 증거자료로 ISO37001 인증을 제시할 수 있다.

선진국들도 양벌규정*의 면책사유로 ISO37001을 제시하고 있고, 우리나라 역시 국민권익위원회가 ISO37001 인증을 지목하며 면책사유로 적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내비쳤다.

*양벌규정: 위법행위에 대하여 행위자를 처벌하는 외에 그 업무의 주체인 법인 또는 개인도 함께 처벌하는 규정.

ISO37001 인증은 아울러 임직원과 투자자,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에 부패 통제 관련 국제 기준을 이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윤리경영 이미지를 심어줘 투자 및 계약 과정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코프로모션이나 기술수출 등 비즈니스 계약 시 다국적 기업이 진행하는 실사를 대체할 수 있는 수단이기도 하다. 윤리적인 조직이란 평판은 비즈니스 파트너로서 선택 기회를 높여주면서 글로벌 시장 진출에 직접적인 도움이 될 수 있다.

▲한미약품은 2017년 11월 제약업계에서 첫 번째로 ISO37001 인증을 받았다.(사진=한미약품 제공)

◇ 비용 부담과 면피용 전락 등은 '부정적'

ISO37001 인증이 긍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우선 비용 부담이 발생한다. 기관마다 다르지만 ISO37001 인증을 위한 컨설팅 비용만 약 700만원 선이고, 내부 심사자 교육 및 인증 비용까지 더하면 수천만원이 들어간다. 특히 1회 인증으로 끝나지 않고 매년 사후심사와 3년마다 갱신심사 등을 거쳐야 해 지속적으로 비용이 들어간다.

윤리경영을 인증받을 수 있는 효과의 이면엔 면피용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제약업계의 불법 리베이트 사슬은 내부는 물론 여러 비즈니스 파트너에 이르기까지 매우 복잡하게 얽혀있다. 이 때문에 그동안 불법 리베이트가 적발되더라도 ‘희생양’을 내세워 책임을 피해갈 수 있었다.

제약사 내부에선 영업·마케팅 부서 팀장과 팀원들에게, 외부에선 의약품유통업체 및 CSO에 불법 리베이트의 책임을 전가했고, 과거 재판부도 그들의 독단적인 행위로 결론짓곤 했다.

이 와중에 최근 대표이사를 비롯한 고위급 임원과 회사법인까지 불법 리베이트에 대한 책임을 묻도록 처벌 규정을 강화했고, 그러면서 ISO37001이 양벌규정의 면책사유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보여주기식 인증을 추진하는 게 아니냐는 부정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ISO37001 인증을 받으면 불법 리베이트 적발 시 처벌 경감에 대한 기대감이 있긴 하지만 부가적인 요소일 뿐"이라며 "제약업계 전반으로 불법 리베이트를 차단하려는 윤리경영의 의지가 확고하다"고 강조했다. [시리즈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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