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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혁신]SNS '갬성'을 잡아라

  • 2019.05.08(수) 15:30

[창간 6주년 특별기획]
식품·유통업계 펀슈머·컨셉러 등 젊은 소비층 잡기
익숙하면서 개성있게…브랜드 이미지·경쟁력 강화

"컨셉러(컨셉+er, 콘셉트를 중시하는 소비자라는 의미의 신조어)들이 늘고 있다. 이들은 직관적인 미학, 순간적인 느낌, 가볍고 헐거운 콘셉트에 빠르게 반응한다." ('트렌드 코리아 2019' 中)

"소비 과정에서 재미를 추구하는 소비자층이 증가하고 있다. 펀슈머 제품이 입소문 마케팅을 통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2018 식품산업 시장 및 소비자 동향분석)

식품업체들은 전통적으로 '보수적'이라는 게 업계 정설이다. 주로 익숙한 맛을 찾는 경향이 있어 장수 제품이 계속 승승장구하는 경우가 많고, 신제품의 경우 열에 하나 '히트'도 쉽지 않은 탓이다. 실제로 출시 초기 불티나게 팔렸다가도 순식간에 열풍이 사그라들면서 자취를 감추기도 한다. 새로운 시도가 줄줄이 실패하다 보면 자연스레 보수적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최근 이 트렌드가 확 바뀌고 있다. 젊은 소비자들의 '갬성(감성의 신조어)'을 자극하려는 신제품이 줄줄이 쏟아지고 있다. 게다가 단순한 '새로움'을 넘어서 기존 공식을 파괴하는 개성 넘치는 제품들을 내놓으면서 더욱 눈길을 끈다. 오랜 기간 준비 과정을 거쳐 조심스럽게 신제품을 내놨던 그간 관행에 비춰보면 그야말로 곳곳에서 '혁신'이 이뤄지는 듯한 분위기다.

◇ 이름도 맛도 '파괴' 신제품 줄줄이

요즘 식품업체들이 내놓는 신제품의 특징 중 하나로 '파괴'를 꼽을 수 있다. 기존 제품의 영역을 파괴하거나 소비자들에게 익숙한 입맛을 파괴하는 식이다. 이를 통해 소비자들의 눈길 확 잡는 게 우선 목표다.

최근 가장 이슈가 된 '괄도네넴띤'이 대표적이다. 이 제품은 여러모로 소비자들의 관심을 끄는 요소를 갖췄다. 젊은 층이 SNS 등에서 '팔도비빔면'을 '괄도네넴'으로 변형해 부른 사실에 착안해 그 명칭을 제품명에 그대로 썼다는 것부터 화제였다. 일각에서 '한글을 파괴했다'는 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이 논란은 되려 관심도를 더욱 높이는 '효과'를 냈다.

기존 팔도비빔면보다 5배가량 매운맛도 주효했다. 요즘 식품업계의 또 다른 특징이 바로 '강한' 매운맛인데, 이 트렌드에 딱 맞았다. 여기에 더해 패키지의 경우 뉴트로 스타일을 적용했다는 점도 눈에 띈다. 촌스러워 보이면서도 새로운 느낌의 패키지를 적용해 시선을 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뉴트로란 옛것(레트로·retro)을 새롭게(뉴·new) 해석해 내놓는다는 뜻이다.

빙그레 리치피치맛우유(왼쪽)와 팔도 괄도네넴띤

빙그레의 '세상에 없던 우유' 시리즈도 익숙한 입맛을 '파괴'한 대표적인 사례다. 빙그레는 지난해부터 오디맛우유와 귤맛우유, 리치피치맛우유 등 그간 소비자들이 접하지 못했던 맛의 우유를 줄줄이 내놓고 있다. 맛 자체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지만 화제성 측면선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기존 장수 제품의 제형을 바꿔 출시하는 사례도 많다. 해태제과는 올 초 연양갱을 아이스크림으로 내놨고, 롯데제과 역시 젤리 제품인 '젤리셔스 구미 당기는 구미'를 아이스크림에 넣어 선보였다. 과거 단종된 제품을 리뉴얼해 재출시한 농심 '해피라면'과 하이트진로의 '진로', 롯데제과의 '사랑방선물' 캔디 등도 뉴트로 트렌드에 맞춘 제품들이다.

◇ 유통업계에선 '편의점'이 트렌드 주도

유통업계에선 편의점들이 개성 넘치는 제품들을 발 빠르게 내놓고 있다. 편의점은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와 비교해 젊은 층 고객 비중이 높다는 점에서 이 제품에 더욱 공을 들이는 분위기다. 특히 샌드위치나 젤리 등 디저트류를 내세워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말 CU와 GS25, 세븐일레븐이 거의 같은 시기에 비슷한 샌드위치 제품을 줄줄이 출시해 눈길을 끈 적이 있다. 한 방송국 매점에서 판매하면서 아이돌들이 먹었다는 '인기가요 샌드위치'가 그 주인공이다. 이 제품은 아이돌 그룹이 무대에 오르기 전 SNS 등에 올린 사진에서 '발견'되면서 유명세를 치렀다. 편의점들은 이 제품이 이슈가 되자 발 빠르게 제품화했고, 실제로 불티나게 팔렸다.

편의점 업계 1위인 CU의 경우 해외여행에서나 맛볼 수 있는 상품을 들여오는 전담팀을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대만 대왕젤리나 일본 모찌롤 등 이른바 '여행 시 꼭 사 와야 할 제품'들을 직접 들여오면서 완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2016년 세븐일레븐이 내놔 '대히트'를 쳤던 요구르트 젤리나 지난해 GS25가 한정판으로 내놨던 체리쥬빌레 샌드위치 등이 대표적인 '편의점 디저트' 제품이다.

CU의 해외소싱 상품들. (사진=BGF리테일 제공)

◇ 젊은 층 끌어들이는 '맛'과 '개성'의 조화 

이 제품들의 특징은 제각각이지만 큰 틀에서 공통점이 하나 있다. 젊은 소비자의 'SNS 감성'을 자극한다는 점이다. 실제 이들은 SNS에 인증샷을 남기거나 리뷰를 하기 위해 해당 제품들을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 맛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콘셉트'와 '재미'가 우선이라는 얘기다.

예를 들어 '오디맛우유'나 '귤맛우유' 등의 경우 워낙 낯선 탓에 '맛'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지만 너도나도 SNS에 인증샷을 올리는 현상이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맛으로 승부를 보기보다는 '나도 한 번 먹어봤다'는 인증 욕구를 자극한 셈이다. 괄도네넴띤도 크게 다르지 않다. 맛있다는 평가에 앞서 이름이나 패키지가 독특하다는 사실이 먼저 이슈가 됐고, 또 얼마나 매운지 먼저 '확인'해보겠다는 소비자들도 많았다.

이 제품들은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등 주요 SNS에서 활동하는 크리에이터들에게 재미있는 콘텐츠가 되기도 한다. 크리에이터들은 평범한 제품보다는 '새로 나온 튀는 제품'을 발 빠르게 구매해 리뷰해주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 이후 이들의 '구독자'들이 해당 제품들을 구매하는 '선순환'으로 이어지곤 한다.

◇ 이미지 개선에 브랜드 스토리까지 

각 업체들이 이 제품들을 줄줄이 내놓는 이유는 단순히 매출을 늘리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해당 브랜드에 '젊고 신선한' 이미지를 더하는 동시에 브랜드 스토리를 만들 수 있다는 점도 노리고 있다.

예를 들어 빙그레 '세상에 없던 우유'의 가장 큰 목표는 무엇보다 바나나맛 우유의 경쟁력 강화다. 500만 개만 한정 판매하려던 괄도네넴띤 역시 애초 '임무'는 팔도 비빔면 출시 35주년 기념이었다.

편의점들이 내놓는 상품들 역시 해당 매출도 중요하지만 소비자들을 점포로 끌어들이는 게 더욱 중요한 목표로 여겨진다. 각 편의점 브랜드의 미끼상품인 동시에 킬러 콘텐츠의 기능을 하는 셈이다.

한 식품업체 관계자는 "리뉴얼이나 뉴트로 제품, 편의점 디저트 등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결국 '재미'와 '스토리'"라며 "이 때문에 무작정 새로운 제품을 내놓기보다는 기존 제품에 이런저런 변형을 시도하는 식으로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느낌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혁신(革新). 묵은 제도나 관습, 조직이나 방식 등을 완전히 바꾼다는 의미다. 과거 한국 기업들은 치열한 변화를 통해 성장을 이어왔고, 유례를 찾기 힘든 역사를 만들었다. 하지만 그 성장공식은 이미 한계를 보이고 있다. 성장이 아닌 생존을 고민해야 하는 처지로 몰리고 있다. 비즈니스워치가 창간 6주년을 맞아 국내외 '혁신의 현장'을 찾아 나선 이유다. 산업의 변화부터 기업 내부의 작은 움직임까지 혁신의 영감을 주는 기회들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새로운 해법을 만들어 내야 하는 시점. 그 시작은 '혁신의 실천'이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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