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카오스토리
  • 검색

[인사이드 스토리]신동빈 롯데 감독의 '시프트'

  • 2019.06.04(화) 14:40

롯데리츠, 부동산 중심에서 현금 확보로 방향 전환
계열사로 흩어진 지분 한곳 집중…사업 연관성 제고

야구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대부분 아실 겁니다. '수비 시프트(Shift)'. 상대편 타자의 예상 타구 방향에 맞춰 수비 위치를 변경하는 겁니다. 이를 위해 더그아웃에서는 타자에 대한 각종 데이터를 쌓아둡니다. 해당 선수의 타구가 주로 어느 방향으로 향하는지 등에 대한 내용입니다. 수비 시프트를 거는 이유는 성공 시 경기흐름이 순식간에 바뀌기 때문입니다. 다만 실패하면 대량 실점으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최근 롯데의 모습을 보면 이런 상황과 딱 맞아떨어집니다. 오프라인 중심으로 성장해왔던 롯데는 최근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의 쇼핑 트렌드가 온라인으로 급격하게 전환하면서 롯데의 유통부문 실적은 부진합니다. 그동안 롯데를 지탱하던 버팀목이던 유통업이 고전하자 롯데도 변화의 필요성을 절감하기 시작했습니다.

롯데가 여러 가지 사업에 '시프트'를 걸기 시작한 이유입니다. 더 이상의 실점을 막기 위해 '사업 시프트'를 걸은 겁니다. 사실 그동안 롯데는 다른 대기업들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다이나믹과는 거리가 멀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유통업이라는 안정적인 기반을 중심으로 사업을 확장한 케이스입니다. 그렇다 보니 급격한 변화보다는 안정에 더 방점을 찍어왔습니다.

하지만 상황이 변하자 롯데도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최근 변화 중 가장 큰 것은 바로 '롯데리츠'입니다. 롯데그룹은 지난 3월 말 국토교통부로부터 롯데 AMC(리츠자산관리회사) 본인가를 획득했습니다. 이어 5월에는 롯데쇼핑이 롯데백화점 강남점을 롯데리츠에 현물출자하는 계약을 맺었습니다. 롯데리츠는 향후 그룹 내 유통 계열사들의 점포 등 부동산 자산을 기초자산으로 포함할 계획입니다.

리츠(REITs)는 부동산투자회사법에 따라 다수의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 부동산 등에 투자하고 그 수익을 투자자에 배당하는 부동산 간접투자기구입니다. 개인투자자는 부동산 직접 투자보다 관리가 쉽고 과세 부담을 줄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결산 시 주주들에게 배당가능이익의 90% 이상을 의무적으로 배당해야 합니다. 따라서 주주들에게 높은 수준의 배당금을 주는 투자기구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렇다면 롯데는 왜 리츠에 나섰을까요? 그리고 롯데리츠가 왜 롯데에 큰 변화일까요? 롯데가 리츠에 나선 것은 경영 환경의 변화 때문입니다. 그동안 롯데는 백화점과 마트 등 오프라인 위주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춰왔습니다. 하지만 이제 소비자들이 더 이상 오프라인 매장을 찾지 않으면서 롯데의 주력인 백화점 등은 위기를 맞게 됩니다. 실제로 롯데쇼핑의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7.1% 감소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롯데는 풍부한 부동산 자산에 대한 유동화를 고민하기 시작합니다. 롯데리츠는 이 고민의 산물입니다. 실적이 좋지 않은데 계속 부동산을 들고 있기보다는 이를 현금화해 투자 재원을 마련하고 몸집을 가볍게 만드는 것이 더 이득이라고 판단한 겁니다. 롯데가 향후 롯데백화점 강남점 외에도 다른 백화점과 마트 등의 부동산 자산을 단계적으로 롯데리츠에 편입하려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롯데는 부동산에 대한 애착이 강했던 대표적인 기업입니다. 시내 요지에 부동산을 확보, 백화점 등을 세워 임대료를 받는 모델을 만든 곳도 롯데입니다. 롯데의 부동산 사랑은 창업주인 신격호 롯데 명예회장 때부터 이어져온 것이기도 합니다. 그 덕에 지금도 각 지역 요지에는 어김없이 롯데의 유통망이 뻗어 있습니다. 이제는 이것을 기반으로 현금화에 나서겠다는 것이 롯데의 구상입니다.

물론 리츠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만은 아닙니다. 앞서 홈플러스는 1조 7000억원 규모의 홈플러스리츠 상장을 시도했다가 중도포기한 바 있습니다. 대형마트 사업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커 예상보다 투자자들의 호응이 적었기 때문입니다. 롯데리츠의 상황도 다르지 않습니다. 그래서 롯데리츠는 홈플러스리츠를 타산지석 삼아 단계적으로 속도를 조절하며 리츠 상장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습니다.

또 하나의 시프트는 최근 있었던 일련의 계열사 지분 이동입니다. 롯데쇼핑은 지난달 롯데지주와 롯데건설, 호텔롯데 등이 보유한 롯데인천타운, 롯데인천개발의 지분을 사들였습니다. 이들은 모두 인천지역 개발을 맡던 곳인데 이번 지분 매입 및 매각 등으로 모두 롯데쇼핑 산하로 편입됐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롯데쇼핑은 롯데역사로부터 롯데송도쇼핑타운의 지분도 추가로 인수하는 등 사업 연관성 제고에 나섰습니다.

더불어 롯데쇼핑은 보유하고 있던 롯데유럽홀딩스의 지분 전량을 호텔롯데에 매각했습니다. 롯데유럽홀딩스는 유럽 지역의 호텔 관련 사업을 영위하는 계열사들의 중간지주사입니다. 이를 사업 연관성이 높은 호텔롯데로 넘긴 겁니다. 이번 지분 이동은 유통은 롯데쇼핑, 호텔사업은 호텔롯데로 집중하는 사업구조를 갖추기 위한 움직임이라는 관측입니다.

이와 함께 롯데지주의 지주사 행위제한 해소 차원의 지분 이동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롯데지주는 지난 2017년 10월 지주사가 출범하면서 2년 이내인 올해 10월까지 지주사 행위제한 요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이에 따라 롯데지주는 자회사 지분을 상장사는 20%, 비상장사는 40% 이상 취득하거나 전부 매각해야 합니다. 롯데지주는 이번에 롯데인천타운과 롯데인천개발의 지분을 전량 매도해 요건을 충족한 겁니다.

사실 그동안 롯데의 지분 구조는 반도체 회로보다 더 복잡하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난해했습니다. 하지만 롯데지주가 출범하면서 롯데는 각종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했고 지배구조도 단순화했습니다. 최근 롯데손해보험과 롯데카드 매각도 이런 작업의 일환입니다. 지주사 체제를 확립해 각 사업별 BU(Business Unit)에 힘을 실어주겠다는 것이 롯데가 그리고 있는 큰 그림입니다.

롯데의 '시프트'는 어려운 경영 환경을 타개하려는 몸부림입니다. 부동산에서 주식으로, 분산에서 집중으로의 변화를 통해 실점 상황을 막으려는 일종의 '수비 시프트'인 셈입니다. 만일 이 전략이 성공한다면 롯데는 위기를 넘어 다음 이닝을 기약할 수 있을 겁니다. 물론 실패한다면 대량 실점을 당할 수도 있겠지요. 신동빈 감독이 내린 '사업 시프트' 전략이 과연 성공할 수 있을 지 무척 궁금해집니다.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