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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내 편'이 절실한 신동빈 회장

  • 2019.07.26(금) 08:59

새 화두로 '공감' 제시…롯데의 약점 짚어
악재 때마다 '소비자 외면' 충격…변화 모색

공감(共感)「명사」 남의 감정, 의견, 주장 따위에 대하여 자기도 그렇다고 느낌. 또는 그렇게 느끼는 기분.[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누군가의 말이나 느낌에 '공감'하는 일은 참 어렵습니다. 하다못해 가장 가까운 관계인 부부 사이에서도 상대에 대해 공감하지 못해 감정의 골이 깊어지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아내들이 흔히 남편을 '남의 편'이라고 정의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그런 만큼 공감은 사람과 사람이 관계를 맺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명제입니다.

그렇다면 기업과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어떨까요? 기업과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공감이 관계를 맺는 데 있어 중요한 명제가 될까요? 최근 이에 대해 깊은 고민을 토로한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입니다. 신 회장은 얼마 전 끝난 VCM(Value Creation Meeting·사장단 회의)에서 공감이라는 새로운 화두를 던졌습니다.

신 회장은 그동안 공개석상에서 공감이라는 단어를 쓴 일이 없습니다. VCM에 참석했던 롯데 고위 관계자도 "깜짝 놀랐다"라고 했습니다. 신 회장은 이 자리에서 "고객, 임직원, 협력업체, 사회공동체로부터 우리가 '좋은 일 하는 기업'이라는 공감을 얻어내야 한다"라고 강조했습니다. 그가 갑자기 공감이라는 화두를 꺼낸 이유가 뭘까요? 그 이면에는 신 회장의 깊은 고민이 숨어있습니다.

신 회장은 롯데그룹의 수장으로 취임하기 전부터 지금까지 최근 수년간 많은 일을 겪어야 했습니다. 형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경영권 분쟁부터 중국의 사드 보복, 잇단 검찰 수사 등 대기업 총수로서는 드물게 각종 악재를 종합선물세트로 겪었습니다. 심지어 한동안 구속 수감되기도 했습니다. 최근에는 일본 상품 불매 운동의 직격탄을 맞고 있기도 합니다. 유난히 우여곡절이 많습니다.

신 회장과 롯데그룹이 겪어왔던 많은 어려움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소비자들의 '외면'입니다. 신 회장과 롯데그룹이 어려움에 직면할 때마다 소비자들은 롯데그룹의 편에 서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따가운 시선이 계속 이어졌습니다. '롯데=일본 기업'이라는 프레임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롯데는 아직도 이 프레임에서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지주사 체제 개편과 호텔롯데 상장을 통한 일본과의 관계 끊기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롯데는 "소비자 여러분들께서 생각하는 것과 실제는 다르다"라고 강하게 어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여전히 냉담합니다. 신 회장은 소비자들의 이런 냉담함에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는 전언입니다. 이것이 최근 신 회장이 공감을 화두로 던진 배경입니다.

또 다른 롯데 고위 관계자는 "그동안 신 회장과 그룹이 전반적으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내부적으로 많은 것들을 바꾸고 개혁해왔다"면서 "밖으로 드러나지 않은 것들도 많다. 하지만 분명 이런 변화를 추구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롯데를 지속가능한 기업으로 만들고 이런 진심을 소비자들도 알아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라고 토로했습니다.

신 회장이 공감을 화두로 꺼내 든 것은 소비자들에게 '롯데의 진심'을 알려내고 또 그들에게 지지를 얻고 싶다는 바람을 담은 일종의 '구애(求愛)'인 셈입니다. 신 회장은 또 "과거 기업이 이윤을 창출하는 데 급급했지만, 이는 단기적 생존 수단이었다"면서 "앞으로 투자할 땐 철저한 수익성 검토와 함께 환경, 사회문제, 경영 구조 등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여기서 주목할 포인트는 '환경과 사회문제'입니다. 단순히 이윤만 추구하는 기업이 아닌,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해결에 나서는 기업이 될 것을 주문한 겁니다. 신 회장의 이런 변화는 큰 의미가 있습니다. 과거에는 유형의 것을 성취하는 데만 급급했다면 이제는 무형의 것 즉 공감을 통해 소비자들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는 걸 강조한 셈입니다. 롯데가 그동안 간과했던 점을 정확히 짚어낸 겁니다.

롯데는 지난 2004년 신 회장이 롯데 정책본부장으로 취임한 후 수십 건의 인수·합병(M&A)을 성사시키면서 급속도로 성장했습니다. 이를 통해 재계 5위 기업으로 올라섰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잃은 것도 많았습니다. 언제나 '소비자를 위해'를 외쳤지만, 진정으로 소비자들에게 다가가는 노력은 부족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결정적인 순간마다 소비자들이 롯데에 등을 돌린 이유입니다.

신 회장은 일련의 과정을 겪으면서 '내 편'이 절실했을 겁니다. 특히 소비자들의 지지가 간절했을 겁니다. 신 회장이 소비자들과 공감을 바탕으로 환경과 사회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기업이 돼야 한다고 강조하는 데는 이런 절실함과 간절함이 깔려있습니다. 이는 곧 성장에만 몰두했던 과거와 단절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일각에서 신 회장의 공감을 '뉴 롯데의 새 비전'으로 보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공감이 쉽게 이뤄지기 위해서는 서로를 잘 알거나 다른 한쪽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제 롯데엔 과거보다 더 소비자들을 알아가려는 노력과 함께 설득을 위한 정교한 논리가 필요합니다. 그렇지 못하면 롯데는 다시 과거로 회귀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아니, 지금껏 보다 더 힘든 시간을 보내게 될지도 모릅니다. 신 회장의 공감 선언이 등을 돌린 소비자들을 다시 돌려세울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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