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대로 됐습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로 복귀했습니다. 1년 만의 일입니다. 신 회장은 지난해 2월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 바 있습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되면서 구속됐기 때문입니다. 일본에선 대표이사가 구속될 경우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는 것이 관례입니다.
다만 신 회장은 등기이사직은 계속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재판 결과 석방될 경우 다시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로 돌아오기 위한 포석이었습니다. 신 회장은 이후 집행유예로 풀려났고, 예상했던 대로 다시 대표이사에 복귀했습니다. 미리 그려뒀던 시나리오대로 진행된 셈입니다.
신 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난 후 불안해하는 시선들이 많았던 것도 사실입니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일본 롯데를 운영하는데 있어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신 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에서 물러나자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즉각 공격에 들어갔던 것도 이 때문입니다.
당시 신 전 부회장은 신 회장이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 후에도 등기이사직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면서 날선 비판을 내놨습니다. 완전히 일본 롯데홀딩스에서 손을 떼라는 것이었습니다. 신 전 부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에 집착했던 것은 그의 구상과 맞물려 있습니다.
신 전 부회장은 최근 여러 차례 신 회장에게 화해의 제스쳐를 보냈습니다. 다만 그 화해의 제스쳐 이면에는 일종의 거래 조건도 들어있었습니다. 더는 공격하지 않을테니 일본은 자신이, 한국은 신 회장이 나눠 가지자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신 회장은 신 전 부회장이 이사회와 주주들을 설득하는 것이 먼저라며 우회적으로 거부 의사를 피력했습니다.
신 회장은 이미 이사회 주주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상황인 만큼 신 전 부회장의 제안에 관심을 두지 않았던 겁니다. 하지만 사실 롯데그룹 내부에선 신 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에 복귀하지 못할 경우의 수도 계산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신 회장의 지배력이 여전히 공고하다지만 지난해 구속 수감으로 일정 부분 균열이 갔던 것도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롯데그룹 한 고위 관계자는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생각하고 있었다"며 "혹시라도 이번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회에서 신 회장이 대표이사로 복귀하지 못할 경우도 물론 생각하고 있었다. 다행히 결과가 좋았지만 만일 반대의 경우였다면 향후 그룹을 운영하는 데 있어 많은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만큼 롯데그룹 내부에서도 이번 건에 대해 신경을 쓰고 있었다는 말입니다.
그러나 결국 신 회장은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회의 지지를 다시 받았고, 대표이사에 복귀했습니다. 나름의 시나리오를 가지고 있던 신 전 부회장의 입장에선 탐탁지 않은 결과였을 겁니다. 이를 통해 신 회장은 대내외적으로 다시 한번 자신이 한국과 일본 롯데를 아우르는 '원 톱'임을 확실히 각인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됐습니다.
신 회장의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 복귀는 그동안 신 회장을 끈질기게 공격해왔던 신 전 부회장의 입지를 더욱 축소시키는 것 외에도 여러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사안입니다. 가장 큰 효과는 현재 롯데그룹이 사활을 걸고 추진하고 있는 호텔롯데 상장 작업에 속도를 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신 회장은 호텔롯데 상장을 통해 롯데그룹을 둘러싼 국적 논란을 불식하고 투명 경영을 강화하겠다는 생각입니다.
호텔롯데는 한국 롯데와 일본 롯데를 잇는 가교입니다. 호텔롯데는 현재 한국 롯데 계열사들의 지분을 상당부분 보유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호텔롯데의 최대주주가 일본 롯데홀딩스라는 점입니다. 이 때문에 수년 전 롯데그룹은 결국 일본 회사가 아니냐는 비난을 들어야 했습니다. 신 회장은 호텔롯데의 상장을 통해 일본 쪽 지분을 희석시킬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를 추진하기 위해선 호텔롯데의 최대주주인 일본 롯데홀딩스 내에서 신 회장의 역할과 지위가 중요합니다. 신 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에 복귀하자 롯데지주가 "호텔롯데 기업공개와 일본 제과부문 기업공개가 적극 추진될 것"이라고 밝히고 나선 것도 이 때문입니다. 그만큼 이번 건이 중요했다는 겁니다.
더불어 호텔롯데 상장이 이뤄진다면 현재 신 회장이 추진하고 있는 한국 롯데의 지주사 전환도 순조롭게 완료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신 회장의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 복귀가 가지는 중요한 의미입니다. 또 다른 롯데그룹 고위 관계자는 "그동안 신 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에서 물러나 있던 터라 호텔롯데 상장과 관련해 일본 주주들에 대한 설득 작업도 올스톱 상태였다"며 "이제 이런 부분들이 빠르게 해소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신 회장은 이번 건으로 롯데그룹 내에서 본인의 지위를 더욱 확실히 다지게 됐습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호텔롯데 상장 등 넘어야 할 산이 여전히 높습니다. 산을 넘기 위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한 것이지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 복귀가 호텔롯데 상장의 청신호라고 단정 짓기에는 아직 이른 감이 있습니다. 제대로 힘을 받게된 신 회장이 호텔롯데 상장에 얼마나 속도를 낼지 좀 더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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