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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人워치]'쁘띠 몽쉘'에 담긴 '큰 야망'

  • 2019.07.05(금) 15:13

임향 롯데제과 마케팅본부 대리 인터뷰
크기 줄인 '쁘띠 몽쉘' 큰 인기…마카롱 크기 적중
몽쉘의 핵심인 '크림'에 집중…"초코파이 잡겠다"

단 것을 그다지 즐기지 않는다. 하지만 동생은 달랐다. 어머니께서는 가끔 간식용으로 초코파이를 사놓으셨다. 초코파이는 동생의 전유물이었다. 단 것에 큰 관심이 없던 터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그래서 억울한 마음도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머니께서 다른 간식을 사 오셨다. '몽쉘'이었다. 겉표지만 봐서는 초코파이와 별반 차이가 없었다. 적어도 내 눈에는 그랬다.

그런데 어머니께서 사온 몽쉘을 먹어 본 동생의 반응이 초코파이 때와는 달랐다. "형, 이거 엄청 맛있어"라며 몽쉘 예찬론을 펼쳤다. 그때만 해도 동생의 호들갑쯤으로 여겼다. 그러나 같은 이야기를 계속 듣다 보면 관심이 없던 것에도 관심이 가기 마련. 게다가 정말로 맛있게 먹는 동생의 모습을 자주 보면서 '진짜 맛있나?'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심지어 동생은 몽쉘을 냉장고에 넣어두는 것이 아닌가.

궁금했다. 그때 처음으로 단 것에 대한 호기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어느 날 학교에서 돌아와 보니 집에 아무도 없었다. 간식을 먹으려 냉장고 문을 열었다. 몽쉘이 있었다. 딱 한 개. 망설였다. 먹어보고 싶었다. 하지만 동생이 아끼는 간식이다. 마음속에서는 천사와 악마가 주먹다짐하고 있었다. 괴로웠다.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에게 이런 갈등은 정말 큰 고통이다.

이런 때는 주로 악마가 이긴다. 내 손은 이미 몽쉘의 포장을 뜯고 있었다. 그렇게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넜다. 바로 한 입 베어 물었다. 입안에 가득 찬 초콜릿의 달콤함과 풍부한 크림의 조화가 기가 막혔다. 새로운 세상이었다. 냉장고 앞에 서서 순식간에 해치웠다. 입술에 묻은 초콜릿과 크림까지 혀로 싹싹 핥았다. 아쉬웠다. '하나만 더 먹고 싶다'라는 생각이 간절했다.

임 향 롯데제과 마케팅본부 대리(사진=이명근 기자/qwe123@)

어머니와 동생이 돌아왔다. 오자마자 냉장고로 뛰어간 동생은 "몽쉘 먹어야지"라며 냉장고 문을 열었다. 난 모른 척 딴청을 피웠다. 그리고 곧 동생의 절규가 들렸다. "어? 없어!". 동생은 내가 먹었는지를 물었다. 진실을 말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딱 잡아뗐다. 어머니도 물으셨지만 아니라고 했다. 가슴이 쿵쾅댔다.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완벽한 범죄는 없다. 사건의 전말은 금세 드러났다. 어머니는 바로 나를 범인으로 지목하셨다. 나는 아니라고, 왜 나를 의심하냐고 핏대를 세웠다. 하지만 어머니는 내 옷에 붙은 몽쉘 부스러기를 증거로 제시하셨다. 말문이 막혔다. '아차' 싶었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그날 어머니의 '사랑의 매'는 화려한 춤을 췄다. 죄명은 '거짓말'이었다. 하지만 그 고통의 순간에도 나는 오로지 한 생각밖에 없었다. '더 먹고 싶다'.

최근 몽쉘이 화제다. 엄밀하게 이야기하자면 '쁘띠 몽쉘'이 화제다. 쁘띠 몽쉘은 기존 오리지널 몽쉘의 크기를 줄인 제품이다. 지난 1월 출시 이후 5개월 만에 4000만 개나 팔렸다. 제과업계에서 흔히 볼 수 없는 히트작이다. 단순히 크기를 줄인 것만으로는 인기를 설명하긴 어렵다. 분명 쁘띠 몽쉘의 인기에는 그에 상응하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지 않겠나 싶었다.

그래서 만나봤다. 히트작 쁘띠 몽쉘을 개발한 임향 롯데제과 마케팅본부 대리가 그 주인공이다. 지난 2일 서울 영등포구 롯데제과 본사에서 그를 만났다. 약속장소에 도착하니 그는 이미 인터뷰 준비를 마치고 기다리고 있었다. 첫인상은 무척 스마트하고 열정적이었다. 인터뷰를 진행하다 보니 실제로도 그랬다. 몽쉘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다.

사진 촬영을 하는 내내 어색함을 벗지 못했다. 누구나 그렇다. 카메라 앞에서 자연스러운 웃음을 내기는 쉽지 않다. 임 대리도 마찬가지였다. 사진이 예쁘게 나오는 팁을 알려줬지만 속수무책이었다. 수줍음과 어색함에 몸 둘 바를 몰라했다. 어렵사리 사진 촬영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조금 전까지 카메라 앞에서 어쩔 줄 몰라 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프로 마케터'의 모습으로 돌변했다.

먼저 왜 쁘띠 몽쉘을 만들었는지를 물었다. 임 대리는 "소비자 조사를 해보니 기존 몽쉘은 먹을 때 부스러기가 많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았다"면서 "소비자들이 사무실이나 교실에서 먹을 때 부스러기 때문에 불편해하는 부분을 해소해보자는 취지가 쁘띠 몽쉘의 시작이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기존 몽쉘의 크기는 60㎜이지만 쁘띠 몽쉘은 45㎜다. 43㎜로도 만들어 봤는데 너무 작았다. 마카롱의 크기가 45㎜다. 그래서 여기에 맞췄다"면서 "사실 크기를 줄인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생산 설비도 전부 바꿔야 하고 투자를 많이 해야 한다. 특히 크기가 작아진 만큼 만들 때 조금이라도 틀어지면 안 된다. 정밀한 작업이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임 대리는 2017년 5월부터 몽쉘을 담당했다.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롯데제과 인턴 및 글로벌 기업 인턴을 거쳐 롯데 공채로 입사했다. 몽쉘을 담당하기 전에는 스낵 담당이었다. 입사 이후 줄곧 마케팅에서만 일한 마케팅 전문가다. 하지만 그에게도 몽쉘은 만만치 않은 아이템이었다. 몽쉘과 같은 파이류가 인기를 끌기 시작하면서 소비자들의 눈높이가 계속 높아지고 있어서다.

그는 "2016년부터 바나나, 녹차 붐이 불면서 바나나 몽쉘 같은 제품이 큰 인기를 끌었다. 그때부터 맛의 다양화를 위해 칼라만시와 멜론, 군밤 맛을 출시했는데 생각보다 주목받지 못했다"라고 소개했다. 임 대리는 "그래서 맛의 다양화보다는 형태의 다양화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전환했고 그 시작이 쁘띠 몽쉘이었다"라고 말했다.

쁘띠 몽쉘은 단순히 크기만 줄인 제품이 아니다. 그 속에는 롯데제과의 다양한 노력이 숨어있다. 그는 "몽쉘의 핵심인 생크림에 집중하기로 하고 소비자 조사를 진행했다. 그런데 소비자들이 몽쉘에 생크림이 들어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비율이 28%에 불과했다. 반면 생크림은 부드럽고 고급스럽다는 이미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때부터 속성의 가치를 강조키로 했다"라고 설명했다.

쁘띠 몽쉘은 기존 몽쉘보다 생크림 구성비가 높다. 기존 몽쉘은 생크림 구성비가 25%인 반면 쁘띠 몽쉘은 34%에 달한다. 생크림 구성비를 얼마나 높여야 하는지 꾸준히 테스트한 결과다. 이뿐만이 아니다. 쁘띠 몽쉘은 두 가지 맛이 있다. 쁘띠 몽쉘의 생크림에 바닐라빈, 헤이즐넛 잼을 넣어 풍미를 더욱 높였다. 손쉽게 먹을 수 있는 고급 디저트로 손색이 없다.

임 대리는 "제품의 밸런스를 맞추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라고 전했다. 그는 "크기를 맞추면 연구소에선 오케이를 하는데  정작 생산 현장에선 구현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쁘띠 몽쉘은 처음 시제품을 30박스 생산했다. 시험 생산을 위해 경남 사천 공장에 내려갔는데 제품이 제대로 나오지 않아 1박 2일간 공장에서 살다시피 하면서 만들었다"라고 말했다.

사실 쁘띠 몽쉘은 롯데제과가 오래전부터 준비하던 제품이다. 하지만 생산이 쉽지 않아 출시가 계속 미뤄졌다. 작년 5월 쁘띠 몽쉘 제작을 위한 보고가 올라갔을 때 롯데제과 경영진들은 "빨리 진행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그만큼 기다리던 제품이었고 그 일을 임 대리가 해낸 셈이다. 출시 전 시식행사에서도 롯데제과 경영진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그는 "쁘띠 몽쉘의 경우 출시 전부터 입소문이 났다"면서 "아마도 사내 시식행사나 생산라인에서 맛을 본 사람들을 통해서 소문이 나기 시작한 것 같다. 그래서 특별한 바이럴 마케팅이 필요 없었다. 실제로 출시 이후 원래는 월 3억~5억원의 매출을 기대했는데 7개월 만에 90억원을 돌파하면서 연간 판매 목표치를 넘어섰다. 현재는 목표를 상향조정했다"라고 설명했다.

임 대리에게 '쁘띠 몽쉘'을 가장 맛있게 먹는 법을 물었다. 그러자 그는 "아메리카노 커피와 함께 먹는 것이 가장 맛있다"라고 귀띔했다. 임 대리는 지난해 울면서 회사에 다녔다. 지하철에서도, 집에서도 늘 눈물을 달고 살았다고 했다. 너무 힘들어서다. 그는 "그때만 해도 파이 담당자가 혼자였다. 정말 일이 너무 힘들어 늘 울었던 기억이 난다"라고 했다. 그때의 노력 덕분일까. 그는 이제 그 누구보다 환히 웃는다.

그는 "몽쉘을 파이시장의 넘버 원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더욱 열심히 해서 현재 시장 1위인 오리온 초코파이와 간극을 줄여보고 싶다"라고 강조했다. 제과업계에서 히트작이 나오기는 무척 힘들다.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하고 '미투(me too)' 제품도 많아서다. 정글과도 같다. 쁘띠 몽쉘은 이 척박한 환경을 뚫고 히트작으로 우뚝 섰다. 그 뒤에는 소비자 니즈를 파악하고 이를 맞추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한 임 대리의 노력이 있었다.

퇴근길 마트에 들를 생각이다. 어린 시절 내게 강렬한 추억을 선사한 몽쉘을 사볼까 한다. 아, 이번에는 '쁘띠 몽쉘'을 사야겠다. 가방에 숨겨서 집에 가져가야 한다. 아내는 아이들에게 단 것을 먹이면 안 된다고 혼낼 것이 뻔하다. 아이들 눈에 띄면 순식간에 빼앗기기 십상이다. 몰래 냉동실 깊숙이 넣어두고 혼자 꺼내 먹어야겠다.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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