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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人워치]쉼 없는 지수시장 개척…이번엔 'ESG'다

  • 2019.07.15(월) 17:33

손승태 한국거래소 인덱스개발팀장 인터뷰
"ESG는 투자전략지수…새로운 수요 대응"
"수요 분석 시장 예측에 경청 노력 필요해"

"초반에 ESG 투자가 자리를 잘 잡아야 합니다. 기후변화이슈가 처음 제기됐을 때 많은 사람들이 믿지 않았죠. 검증과정을 거치면서 이제는 상식적 차원에서 논의됩니다. 거래소의 지수 개발 역량은 거래량과 역동성 측면에서 충분히 의미가 있습니다"

손승태 한국거래소 인덱스개발팀장은 지난 12일 한국거래소 서울사무소에서 비즈니스워치와 만나 ESG 지수 개발이 가져올 투자 환경 변화에 대한 기대감을 거침없이 드러냈다. ESG는 환경(E)·사회(S)·지배구조(G)의 앞글자를 딴 조어로 기업의 비재무적 측면을 강조한다. 거래소는 올 하반기 ESG 지수를 추가 개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ESG지수 개발을 이끌고 있는 인물이 바로 손 팀장이다. 거래소에서 20여년 간 근무하며 캄보디아 거래소 설립에 관여하고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시장 개설을 이끌었다. 지난해 출시한 KRX300 지수 개발을 주도하기도 했다. 올 초에는 팀장으로 승진해 인덱스개발팀을 이끌고 있다.

주로 숫자에 밝은 개발자로 구성된 개발팀은 2017년 정보사업부에서 분리돼 탄생했다. 지수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해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인덱스개발팀은 업계 수요를 분석하고 시장 향방을 내다보며 시시각각 적절하게 쓰일 수 있는 지수를 개발하는 데 주력한다.

손승태 한국거래소 인덱스개발팀장이 비즈니스워치와 인터뷰를 마치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이돈섭 기자

◇ 주목받는 ESG 투자…지수 개발 서두를 때

손 팀장에 따르면 ESG라는 개념이 등장한 것은 꽤 오래전이다. 2000년대 초반 투자자 입장에서 사회책임투자에 기여할 수 있는 수단이 논의되면서 이른바 '연기금 역할론'이 부상했고, 환경·사회·지배구조 등 비재무적 측면을 강조한 ESG 투자가 각광받기 시작했다.

해외에서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론을 벗어나 기업의 장기성장 전략의 일환으로 거론되고 있는 상황. 손 팀장은 "해외에서는 시장 등락과 상관없이 추가 수익을 낼 수 있는 투자전략지수로 여기는 곳이 많다"며 "시장에는 새로운 수요가 늘 존재하기 마련"이라고 설명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ESG 투자 규모는 약 6조원이다. 미국·영국 등을 중심으로 투자가 활발하다. 투입 자금이 상당한 만큼 기업들은 ESG 지수에 편입되기 위해 공시에 힘을 쏟는다. 트루코스트 톰슨로이터 등 외부기관이 공시 내용을 평가해 시장의 신뢰성을 높인다.

이에 비해 국내 ESG 시장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ESG 지수는 5개에 불과하고 지수 투입 자금규모도 4000억원 안팎에 머문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ESG 평가 기준을 마련했지만 질적 양적 측면에서 객관적 잣대로 사용하기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 "ESG 지수 개발…기후변화 이슈처럼 상식될 것"

현행 거래소 규정은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에 ESG 중 'G'에 해당하는 기업지배구조 보고서 공시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하지만 그 밖에 환경(E) 사회(S) 등에 대한 요소는 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거래소가 기업의 ESG 공시확대 방안을 내놓은 것은 관련 데이터를 축적하기 위한 시도라는 설명이다.

손 팀장에 따르면 지수를 개발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보통 3개월에서 6개월 정도. 지수가 발표되고 추종하는 상품이 나오면 라이선스 비용으로 수익이 창출된다. 국내 열악한 ESG 투자 인프라를 고려하면 ESG 지수 개발이 뚜렷한 수익으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손 팀장은 ESG 지수 개발을 기후변화이슈에 빗대 설명했다. "기후변화이슈가 처음 제기됐을 때 많은 사람들이 믿지 않았습니다. 검증 과정을 지나면서 이제는 상식적 차원에서 논의되고 있습니다. 사람들의 인식 전환을 기대합니다. 초반에 ESG 투자가 자리를 잘 잡아야 하는 까닭입니다"

하지만 신규 사업을 추진하는 데 부담감이 없을 수는 없는 법. 손 팀장도 "솔직히 부담된다"고 토로했지만 그의 이력을 들여다보면 의구심은 금방 사라진다. 그는 최근 10여년간 줄곧 시장 개척에 주력해왔다. 캄보디아 거래소 개설에 관여했고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시장 개설을 이끌었다. 작년 초 출시된 KRX300도 그의 작품이다.

◇ "선순환하는 ESG 시장 구현하겠다"

"증권거래소 선물거래소 코스닥증권시장 코스닥위원회 등 4개 기관이 통합할 때였습니다. 당시 상근노조로 일했습니다. 직원 간 갈등을 조율하는 데 재능이 있다고 생각했지만 쉽지 않았습니다. 직원들이 모두 비슷해 보여도 제각각 생각이 다르더라고요. 욕 많이 먹었습니다. 경청의 필요성을 느끼기도 했고요"

실패 경험은 터닝포인트가 됐다.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시장 태스크시장 개설 건으로 전국 각지 제조업 관계자를 만나 제도를 설명하고 참여를 독려하는 데 요령으로 작용했다. ESG 지수 개발을 위해 업계 관계자를 만나거나 팀원들과 논의에 나설 때도 당시 기억을 떠올리며 상대방의 입장을 먼저 생각하려고 노력한다. 시장은 늘 그렇게 개척돼 왔다.

그는 업계 관계자들이 자발적으로 움직이면서 선순환하는 ESG 시장을 꿈꾼다. 훌륭한 ESG 지수를 개발하면 자금이 투입되고 기업들이 지수 편입을 위해 자발적으로 관련 공시에 품을 들이면 그것이 자금 유치로 이어지는 구조다. 그는 가치투자 측면에서 ESG 투자가 중요한 축을 담당하길 바란다.

손 팀장에 따르면 지수 개발 회사의 역량은 헤드라인 지수 운영 모습에서 드러난다. 그는 인터뷰 말미에서 "MSCI FTSE 등 해외 유명 지수 사업자와 비교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지만 거래소의 지수 개발 역량은 거래량과 역동성 측면에서 충분히 의미가 있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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