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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의 애경, '실탄'에 울었다

  • 2019.11.12(화) 14:40

항공사 경험 앞세웠지만 실탄 부족 탓에 실패
FI 확보 늦은 것이 패인…큰 딜 경험은 '긍정적'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의 최종 승자는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으로 결정됐다. 예상대로다. 항공사 운영 경험을 앞세웠던 애경은 결국 '실탄 부족'이라는 약점을 극복하지 못했다.

금호산업은 이사회를 열고 아시아나항공 우선협상대상자로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을 선정했다고 12일 밝혔다. 이로써 지난 7개월 동안 진행된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은 일단 막을 내리게 됐다.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은 향후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지분(구주) 31.0% 와 아시아나항공이 발행하는 보통주(신주)를 인수할 예정이다.

당초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은 흥행이 예상됐었다. SK, GS 등 국내 대기업들이 인수전에 참여할 것으로 점쳐졌다. 하지만 막상 인수전이 시작되자 대기업들은 관망 모드로 바뀌었다. 항공산업이 침체된데다 아시아나의 부실이 컸기에 인수전에 나서기가 부담스러웠던 탓이다.

대기업들이 주춤하자 현대산업개발과 애경이 수면 위로 부상했다. 특히 애경의 경우 인수전이 시작되기 전부터 강한 인수의지를 드러냈다. 국내 LCC(저비용 항공사) 1위인 제주항공을 키워낸 '경험'을 앞세워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겠다고 나섰다.

애경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통해 그룹의 외형 확대는 물론 국내 항공업계 1위에 오르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그만큼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적극적이었다. 이번 아시아나항공 매각에는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하고 있는 LCC인 에어서울과 에어부산도 포함돼있다.

따라서 애경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할 경우 기존의 제주항공과의 시너지는 물론 나아가 국내 항공업계에서 대한항공을 앞설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애경은 발 빠르게 움직였다. 가장 큰 강점인 항공사 운영 경험을 꾸준히 강조했다.

하지만 업계와 시장의 시각은 애경에 호의적이지 않았다.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할 만한 '실탄'을 가지고 있느냐에 대한 의구심 때문이다. 이 탓에 일각에서는 애경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전 완주보다는 아시아나항공의 내부 사정과 운영 노하우를 들여다보기 위해 인수전에 참여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사실 아시아나항공의 매각 가격은 최소 1조 5000억원에서 최대 2조원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애경이 보유하고 있는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약 3000억~4000억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 의지와 달리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기 위한 실탄이 턱없이 부족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설혹 애경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한다고 하더라도 '승자의 저주'에 빠질 확률이 높다고 봤다. 애경으로선 업계와 시장의 이런 의구심을 해소하는 것이 당면과제였다. 반면 경쟁상대인 HDC현대산업개발은 예비입찰 막판에 미래에셋대우와 손을 잡았다. 이 때문에 애경의 실탄 부족은 더욱 부각됐다.

1차 관문인 예비입찰을 통과한 애경은 본입찰에 집중했다. 가장 신경을 쓴 부분이 FI(재무적 투자자) 확보였다. 애경은 본입찰을 앞두고 여러 FI들과 접촉했다. 하지만 조건이 맞지 않았다. FI 확보에 어려움을 겪던 애경은 결국 사모펀드 운용사인 스톤브릿지캐피탈과 손을 잡았다.

애경이 스톤브릿지캐피탈과 손을 잡자 업계의 시선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가장 큰 약점이던 실탄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는 평가가 많았다. 여기에 본입찰을 앞두고 한국투자증권이 애경 컨소시엄에 인수 금융을 대기로 했다. 실탄 부족에 대한 우려는 일정 부분 해소되는 듯 보였다.

하지만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이 보유한 실탄 규모가 너무 컸다. 애경도 실탄 확보를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실제로 본입찰 마감 이후 업계 등에서는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이 2조 5000억원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애경-스톤브릿지캐피탈은 1조원 후반대를 적어낸 것으로 전해졌다.

애경으로선 최대치를 베팅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경험으로 5000억원 이상의 차이를 메우기는 어려웠다. 결국 경험을 앞세운 애경의 야심찬 도전은 실탄이라는 현실의 벽 앞에서 무너졌다. 애경으로선 무척 아쉬울 수밖에 없는 인수전이었다.

업계에서는 애경이 비록 인수전에서 패배했지만 얻은 것도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애경이 실탄 부족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지 못한 것이 가장 큰 패인이었다. 하지만 이번 인수전과 같은 큰 딜에서 끝까지 완주를 한 경험은 향후 분명 어떤 형태로든 긍정적인 자산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인수전 초반부터 제기됐던 실탄 부족에 대한 의구심을 빨리 해소시키지 못한 것이 인수 실패의 가장 큰 원인으로 보인다"면서 "좀 더 빨리 FI와 인수금융을 확보했다면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에 대응할 시간을 벌 수 있었다. 그 타이밍을 놓친 것이 가장 뼈아플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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