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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빅3, 다시 '고객'을 찾다

  • 2020.01.03(금) 09:45

신동빈·정용진·정지선 "고객에 답 있다"
"적당, 어중간하면 필패" 한목소리 경고

국내 유통업계 수장들의 신년사 키워드는 다시 '고객'이었다. 그간 고객에 대한 인식이 다소 추상적이었다면 이번에는 더욱 커진 위기감 속에서 경영전략의 무게 중심을 온전히 소비자에게 뒀다는 것이 달라졌다.

이들은 고객들에게 더 나은 가치,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지 못하면 뒤처질 수 있다는 사실을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생존을 위해선 고객이 진심으로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명확히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핵심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 유통 빅3, 위기감 한목소리

유통업계 '빅3'로 불리는 롯데와 신세계, 현대백화점 그룹의 수장들은 2020년을 맞아 '고객'을 키워드로 한 신년사를 발표했다. 지난해 빅3 모두 어려움을 겪었던 탓에 한목소리로 위기감을 드러냈다. 그 해결책으로 '고객과의 소통'을 강조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유통업계 수장들이 고객을 강조하고 있는 이유는 위기감 때문이다. 지난해 롯데와 신세계, 현대백화점 등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은 고객의 변심으로 '쓴맛'을 봤다. 소비자들은 온라인으로 빠르게 옮겨갔을 뿐만 아니라 적극적으로 자신들의 의견을 개진하고, 능동적인 소비 패턴을 보이면서 유통의 판을 흔들었다.

이 흐름은 그간 유통업계 1위 자리를 안정적으로 지켜왔던 롯데그룹에도 위기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위기감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신년사에서도 잘 드러난다. 신 회장은 "우리는 지금까지 50년 넘는 시간 동안 리더의 자리를 지키며 성장해 왔지만 앞으로의 50년은 어떻냐"라며 "앞으로도 업계를 선도해 나갈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고 있느냐"라고 물었다. 그러면서 "오늘날과 같은 시장 환경에서는 적당히 잘하는 것 그 이상이 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사실상 롯데그룹이 아직 미래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게 아니냐는 질책이나 다름없다는 해석이 나온다. 그만큼 신 회장의 위기의식이 크다는 걸 방증하는 대목이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도 "관습의 달콤함에 빠지면 자기가 사는 작은 세상만 갉아먹다 결국 쇠퇴할 수밖에 없다"라는 강도 높은 메시지를 내놨다. 지난해 국내 대형마트 업계 1위인 이마트가 사상 첫 분기 적자를 내는 등 급격하게 부진에 빠진 사실을 의식한 언급으로 분석된다. 정 부회장은 "모든 것을 어중간하게 잘 하는 것이 아니라 본연의 경쟁력을 확실히 선점해야 한다"라며 그룹 임직원들을 다독였다.

정지선 현대백화점 그룹 회장의 역시 "변화의 파도에 올라타지 않으면 침몰할 수밖에 없다는 절박한 각오를 다져야 한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실패에 당당히 맞설 때 비전은 현실이 된다"라며 도전 정신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 "고객에 집중하라…새로운 가치 창출해야"

이런 위기 의식 속에서 유통업계 수장들이 찾아낸 해답은 다시 '고객'이었다. 단순히 소비 트렌드를 따라가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고객이 원하는 것을 빠르게 파악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창출하는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했다. 소비자의 '변심'은 위기인 동시에 기회가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신 회장은 신년사에서 이 메시지를 명확하게 표현했다. 신 회장은 고객이 과거처럼 단순히 제품과 서비스를 이용하기만 하는 '소비자'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기업과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자신이 필요로 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제안하면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존재로 의미를 부여했다. 이에 따라 고객과의 지속적인 '공감'을 통해 더 나은 가치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게 신 회장의 해법이다.

신 회장은 그러면서 구체적으로는 시장을 리드하는 게임 체인저로 변신해야 하고, 기존 사업 구조를 디지털로 전환해야 한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국내 유통시장의 무게 중심이 온라인으로 빠르게 이동하는 흐름에 신속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주문으로 풀이된다.

정 부회장의 경우 '고객에 대한 광적인 집중'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고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고객 입장에서 무언가 충족되지 못한 것, 무언가 만족스럽지 못한 것을 찾아 개선하고 혁신하는 것이 신세계 그룹의 존재 이유"라고 꼬집었다. 고객의 불만에서 새로운 성장 기회를 발굴할 수 있다는 게 정 부회장의 판단이다.

정지선 회장도 "변화하는 고객 가치에 맞게 기존의 사업 방식을 재설계해야 한다"라고 당부했다. 정 회장의 경우 구체적인 방법론까지 제시했다. 시장과 고객의 변화를 정확하게 예측하려고 하기보다는 일단 빠르게 실행하며 계획을 보완해 나가는 방식이 필요하다는 게 정 회장의 주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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