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그룹의 합병설이 또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이 직접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 3사의 합병 가능성을 재차 거론하면서다.
셀트리온 3사가 합병하면 바이오시밀러의 생산과 유통을 아우르면서 시가총액 30조원을 웃도는 대형 바이오기업이 탄생하게 된다. 하지만 현 상황에선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3사의 합병을 추진할 경우 셀트리온 주주들과 서 회장 개인의 이해관계가 충돌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일자리 규제에서 벗어남과 동시에 지배력 강화를 노리는 서 회장이 주주들을 앞세운 합병설을 자꾸 흘리면서 여론몰이에 나서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서정진 회장은 지난 15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에서 메인트랙 발표를 마친 후 "주주들이 원한다면 내년에 3사 통합을 추진하겠다"라고 재차 밝혔다.
서 회장의 합병 발언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7년 셀트리온헬스케어 상장 당시 2~3년 내에 셀트리온과 합병 계획을 밝히면서 신주 청약 과정에서 상당한 프리미엄을 받았다. 지난해 신년 기자간담회에서도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의 합병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당시에도 '주주들이 원한다면'이라는 조건을 붙였다.
실제로 셀트리온 3사의 합병을 추진하려면 주주들의 의사가 가장 중요하다. 문제는 주주들의 이해관계가 크게 엇갈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주력회사인 셀트리온의 주주들과 서 회장은 합병이 추진되면 정반대 편에 설 수밖에 없다.
코스닥 상장사인 셀트리온헬스케어 주주들은 대체로 반기는 분위기다. 코스피 시장으로 이전하는 효과를 보면서 공매도 세력의 공격에서도 상대적으로 자유로워질 수 있어서다. 반면 공매도 청산 과정에서 주가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은 걸림돌로 꼽힌다. 특히 헬스케어 기관투자자들이 변동성을 감내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
반면 셀트리온 주주들은 달갑지 않다. 재고 리스크가 가장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현재 셀트리온은 바이오시밀러 생산을,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유통 및 판매를 맡고 있다. 덕분에 셀트리온은 그동안 판매와 재고를 걱정할 필요 없이 마음 놓고 제품을 생산할 수 있었다. 대신 그 부담은 셀트리온헬스케어가 다 떠안았다.
그런데 3사 합병과 함께 직판 구조로 바뀌면 당장 기존 재고 부담을 함께 떠안을 수밖에 없어 셀트리온의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셀트리온 주주들이 합병 가능성이 거론될 때마다 반대 목소리를 높여온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렇다면 서 회장은 왜 기회가 될 때마다 주주들을 앞세워 합병설을 흘리고 있는 걸까. 3사 합병으로 그룹 차원의 시너지는 물론 서 회장 개인적으로도 누릴 수 있는 이점이 그만큼 많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우선 공정거래위원회의 일자리 규제에서 벗어날 수 있다. 현재 서 회장은 셀트리온헬스케어 지분 35.49%를 보유하고 있어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에 올라 있다. 총수 일가의 상장사 지분율이 30%를 넘으면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이 된다. 만약 3사를 합병하면 자연스럽게 규제 대상에서 벗어날 수 있다.
셀트리온그룹 전반의 지배력을 더 높일 수 있는 기회로도 활용할 수 있다. 서 회장의 지분율이 가장 높은 셀트리온헬스케어의 합병 비율을 유리하게 가져가면 그만큼 그룹 지배력을 키울 수 있어서다. 다만 그러려면 셀트리온 주주들과는 이해관계가 충돌할 수밖에 없다.
결국 서 회장이 계속 합병설을 흘리고 있는 건 주주들을 앞세운 여론몰이를 통해 3사 합병의 물꼬를 트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많다. 합병설을 거론할 때마다 셀트리온헬스케어와 셀트리온제약의 주가에도 호재로 작용한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서 회장은 바이오시밀러 사업 초기 전략적인 필요로 생산과 유통회사를 따로 설립했다"면서 "이제 안정화 단계로 접어들면서 다양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합병을 추진하려고 하지만 셀트리온 주주들의 반대를 극복하지 못하면 현실적으로 합병은 쉽지 않다"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