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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짜장·흰 단무지 찾아보기 힘든 이유는

  • 2020.02.11(화) 17:09

캐러멜·치자황·파프리카색소 등 식용색소 사용
엄격한 기준 적용하고 있지만 일부에선 논란도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라는 속담이 있다. 유통업계에선 비슷한 공식이 통한다. '보기 좋은 떡이 팔기도 좋다'

중국집에 가보자. 짜장 하나 짬뽕 하나를 주문한다. 검은 짜장면과 빨간 짬뽕이 나왔다. 노란 단무지도 놓였다. 

그런데 이상하다. 짜장은 원래 노랗다. 짬뽕도 원래 주황색이다. 단무지도 흰색이어야 한다.  왜 원래 재료와 음식의 색이 다를까. 비결은 식용 색소에 있다. 그리고 이래야 팔린다.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접하는 식품 중에선 본연의 색이 다른 경우가 상당히 많다. 식용색소를 꾸준히 사용하다 보니 식용색소의 색을 원래 색으로 알고 있다는 얘기다.  

단무지가 대표적이다. 시중에 판매되는 단무지는 대부분 치자황색소라는 식용색소를 사용한다. 치자열매에서 추출한 식용색소로 노란색이 난다. 

피코크의 '자연을 담은 무 김밥 단무지'처럼 식용색소를 사용하지 않는 단무지도 시중에 나와있긴 하다. 하지만 그 색깔은 우리가 알고 있는 그 노란색이 아니라 하얗다. 원래 무가 흰색이기 때문이다.

치자열매 자체는 한약재로는 사용하지만 식품으로는 사용하지 않는다. 많이 섭취할 경우 설사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다만 식용색소로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과자부터 라면, 음료, 어묵, 국수, 만두 등 수많은 식품이 치자황색소를 이용해 색을 낸다.

단무지 본연의 색을 즐기고 싶은 소비자를 위한 선택도 있다. 이마트에서 파는 '자연을 담은 김밥단무지'와 한살림의 '한살림 단무지'는 치자황색소를 사용하지 않는다. 모두 흰색이다.

특이하게도 풀무원의 '백색김밥단무지'는 색은 희지만 치자황색소를 썼다.

짜장도 본연의 색과 우리가 익숙한 색이 다르다. 시중에 판매되는 대부분의 짜장은 캐러멜색소를 사용해 검은빛을 낸다. 

짜장의 주 재료인 춘장(중국식 된장)은 사실 노랗다. 콩과 밀을 반반 섞어 만들며 검은색 재료는 전혀 들어가지 않는다. 단 춘장을 2년 이상 묵혀 발효하면 묵은 된장과 같은 검은빛이 돈다. 

지난 1948년 대만인인 고(故) 왕송산 회장이 춘장과 캐러멜(설탕을 가열해 만드는 흑갈색의 감미료)을 섞어 검은빛이 도는 '사자표' 춘장을 만들어 팔아 히트를 친다. 묵히지 않은 춘장이지만 캐러멜을 섞어 잘 발효된 묵힌 춘장처럼 보이게 한 것이다. 이후 짜장은 검은색이라는 인식이 한국에 뿌리 깊이 박히게 됐다.

지금은 캐러멜이 아니라 캐러멜색소를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캐러멜색소는 여전히 논란의 대상이다.

캐러멜색소는 I, II, III, IV형으로 구분된다. 캐러멜을 열처리만 해서 만드는 I형은 문제가 없다. 하지만 아황산이나 암모늄을 첨가하는 II, III, IV형 캐러멜색소는 비타민 B6의 대사를 방해하고 중추신경과 신경독성을 유발한다는 논문도 나왔다. 

캐러멜색소는 짜장뿐만 아니라 카레와 라면, 떡갈비류, 냉동돈까스, 과자, 각종 소스, 콜라 등에 두루 사용된다. 주의할 점이라면 식품 포장지에는 I, II, III, IV형과 상관없이 모두 캐러멜색소라고만 표기된다는 사실이다. 불안한 소비자라면 아이쿱 자연드림이 판매하는 짜장면을 사 먹으면 된다. 이 제품은 캐러멜색소가 아닌 캐러멜시럽을 사용한다.

짬뽕은 어떨까? 새빨간 짬뽕을 만들려면  역시 색소를 써야 한다. 짬뽕에 사용하는 고춧가루는 곱게 갈면 갈수록 빨간색이 아니라 주황색이 나기 때문이다. 

시중 중국집에서 파는 짬뽕의 색이 주황색인 것도 고춧가루가 주황색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식품업계에서 공산품으로 생산되는 봉지짬뽕 중 일부는 유독 빨간색이 짙은 제품이 있다.

이런 제품은 식용색소인 파프리카색소를 첨가하는 경우가 많다. 파프리카색소 자체는 논란이 없는 첨가물이다. 

문제가 되는 경우는 파프리카색소를 섞어 일부러 빨갛게 만든 고춧가루를 사용할 경우다. 저품질 고춧가루를 먹음직스럽게 만들기 위해 파프리카색소를 사용하다가 적발되는 사례가 간간이 나오기도 한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봉지짬뽕의 첨가물을 확인한 결과 짜장이나 단무지보다 다양한 식용색소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대부분 제품이 파프리카색소를 사용하고 있으며, 치자황색소와 캐러멜색소를 모두 사용하는 제품도 있다.

재료를 전부 따로 사서 요리를 해먹지 않는 이상 식용색소를 아예 먹지 않을 순 없다. 워낙 광범위하게 사용되기 때문이다.

국내 유통업계를 통해 공산품으로 생산되는 식품 중 거의 대부분은 식용색소를 사용한다. 가공식품 시장이 커지는 만큼 식용색소 시장 규모도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마켓샌드마켓(MarketsandMarkets)에 따르면 전세계 식품 색소시장은 지난 2018년 기준 38억달러(한화 약 4조원)에 달했다. 오는 2023년까지 매년 5.7% 성장해 약 51억 2000만달러(한화 약 5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식용색소를 사용한 제품은 정말 다양하다. 그렇다고 해서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적법하게 제조해 유통되는 제품은 식용색소도 모두 안전기준에 맞게 사용하기 때문이다.

기준은 국제기구인 식품첨가물전문가위원회(JECFA)에서 큰 틀을 정한다. JECFA는 사람이 어떤 물질을 일생동안 매일 먹더라도 유해한 작용을 일으키지 않는 양인 1일섭취허용량(Acceptable Daily Intake, ADI)을 설정해 알리는 기관이다. 식약처는 JECFA가 정한 1일섭취허용량보다 기준을 더 높여 국내에서 판매되는 식품에 사용되는 식용색소 등 첨가물의 허용량을 정한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식품첨가물 기준은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며 "게다가 대부분의 제품이 기준보다 한참 낮은 정도의 식용색소만 사용하고 있어 인체에 끼치는 영향은 극히 적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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