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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 왕좌의 게임]④냉동만두, '다른 것'이 갈랐다

  • 2019.12.30(월) 09:31

20여 년간 해태 독주체제…CJ제일제당이 뒤집어
풀무원은 '얇은피 만두'로 도전장…2위로 급부상

올해 식품업계에선 왕좌의 자리를 놓고 지키려는 자와 뺏으려는 자의 경쟁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했다. 그간 쉽게 흔들리지 않았던 부동의 1위 그리고 이를 따라잡으려는 2위의 '기싸움'은 두 업체 간 단순한 순위 경쟁을 넘어 관련 산업 전반에 새로운 자극을 주면서 소비자들에겐 또 다른 흥밋거리를 선사했다. 과연 새해엔 왕좌의 주인공이 바뀔 수 있을까. 제품별로 경쟁 판도를 전망해본다. [편집자]

오랜 기간 왕좌를 지키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간단하다. 누구도 넘보지 못할 '특별한 것'을 가졌기 때문이다. 왕좌를 쫓는 자들은 그 특별한 것을 갖기 위해 애를 쓴다. 하지만 쉽지 않다. 왕좌에 오른 자는 오랜 기간 수많은 도전을 이겨낸 노하우와 힘이 있어서다.

왕좌를 차지하려는 도전자들은 또 다른 특별한 무언가가 필요하다. 기존의 것과는 다른, 왕좌를 지키는 자가 가진 것과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그 무엇인가가 있어야 한다. 만일 그것을 가진다면 패권 구도는 바뀔 수 있다. 최근 국내 만두 시장이 그렇다. CJ제일제당이 차지한 왕좌에 도전장을 내민 풀무원이 그 주인공이다.

◇ CJ제일제당이 바꾼 시장

현재 국내 냉동만두 시장의 최강자는 CJ제일제당이다. 소비자들은 이제 '냉동만두=비비고 왕교자' 공식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하지만 국내 냉동만두 시장의 역사를 살펴보면 CJ제일제당이 국내 냉동만두 시장의 왕좌를 차지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CJ제일제당은 사실 국내 만두시장에 뒤늦게 진출한 후발주자였다. 오랜 기간 국내 냉동만두 시장을 장악해온 선두주자는 해태의 '고향만두'였다.

해태는 국내에 첫 냉동만두를 선보인 도투락을 인수하면서 본격적으로 냉동만두 시장에 진출했다. 인수 후 20여 년간 해태는 국내 냉동만두 시장에서 독보적인 지위를 누려왔다. 그랬던 해태의 아성에 도전한 것이 CJ제일제당이다. CJ제일제당은 2012년 말 '비비고 왕교자'를 선보였다. '비비고 왕교자'는 중량과 내용물을 기존 제품과 차별화했다. 중량을 늘리고 만두소에 '깍둑썰기'를 적용했다. 소비자들은 열광했다.

단위 : 억원. *19년은 예상치.

CJ제일제당은 2013년 국내 냉동만두 시장 2위로 직행했다. 이후 꾸준히 성장하면서 2015년 해태를 제쳤다. 20여 년간 지속됐던 '해태 천하'의 시대가 저물었다. 그 자리를 CJ제일제당이 차지해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CJ제일제당은 기술력과 마케팅력을 앞세워 냉동만두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꿔가기 시작했다. 만두를 간식이 아닌 일상식으로 자리매김시키면서 CJ제일제당의 독주는 계속됐다.

CJ제일제당은 냉동만두가 간편한 조리로 한 끼를 대신할 수 있는 것은 물론 다양한 요리에 응용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 덕에 비비고 만두는 불티나게 팔려나갔고 여전히 냉동만두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물론 일각에서는 국내 냉동만두 시장이 정체기에 접어들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실제 수치로도 그렇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최근 국내 냉동만두 시장이 다시 성장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 풀무원, 도전장을 내밀다

CJ제일제당이 장악한 국내 냉동만두 시장에 새로운 도전자가 등장한 것은 지난 3월이다. 그 주인공은 풀무원이다. 사실 풀무원은 그동안 국내 냉동만두 시장에서 큰 존재감이 없었다. 국내 냉동만두 시장은 최근 수년간 '1강 3중 1약'체제가 굳어져 있었다. 풀무원은 해태, 동원과 함께 '3중'에 속했다. 풀무원은 그중에서도 최하위였다.

그랬던 풀무원이 갑자기 CJ제일제당을 위협하는 새로운 강자로 등극하게 된 계기는 지난 3월 출시한 '얇은피꽉찬속 만두' 덕분이다. 비비고 왕교자와는 달리 만두피를 얇게 만들어 만두소의 비중을 늘린 것이 특징이다. 시각적으로도 만두소가 비쳐 더욱 먹음직스럽게 만들었다. 비비고 왕교자가 바꿔 놓은 국내 냉동만두의 기준에 일종의 반기를 든 셈이다.

단위 : %.

소비자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출시 열흘 만에 50만 봉지, 한 달 만에 120만 봉지를 판매한데 이어 출시 7개월 만에 1000만 봉지 판매를 돌파했다. 현재 국내 냉동만두 중 1년에 1000만 봉지를 판매하는 제품은 비비고 왕교자와 얇은피꽉찬속 만두뿐이다. 풀무원의 급성장은 점유율에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풀무원은 얇은피꽉찬속 만두의 인기에 힘입어 지난 9월 점유율 20.8%를 기록하면서 업계 2위로 뛰어올랐다.

사실 그동안 국내 냉동만두 시장은 CJ제일제당의 독주 탓에 피로감이 컸었다. 지난 2015년 이후 국내 냉동만두 시장 규모가 정체됐던 것도 이 때문이다. 비비고 왕교자 이후 이렇다 할 히트작이 없었던 게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이 와중에 기존의 것과는 다른 새로운 만두가 등장하자 시장 규모도 커졌다. 그 덕에 풀무원은 CJ제일제당은 물론 다른 경쟁업체들의 점유율마저 가져오면서 급속도로 성장했다.

◇ 냉동만두 왕좌는 누가

업계의 관심은 풀무원이 앞으로도 꾸준히 얇은피 만두의 인기를 이어갈 수 있을지에 쏠려있다. 일단 풀무원은 얇은피 만두의  성공을 자신하고 있다. 풀무원은 ‘얇은피꽉찬속 만두’를 국내 대표 만두 브랜드로 키울 계획이다. 올해 매출 400억원 달성은 물론 향후 연간 1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만두 브랜드로 성장시키겠다는 포부를 밝힌 상태다.

풀무원의 얇은피 만두 성공에 해태, 동원 등도 잇따라 얇은피 만두를 선보였다. 이는 경쟁사들도 얇은피 만두의 성공 가능성을 높게 봤다는 방증이다. 풀무원에게는 좋은 시그널이다. 얇은피 만두의 저변이 확대될수록 기존 CJ제일제당이 장악하고 있던 만두시장에 변화가 일어날 수 있어서다. 그렇게 되면 풀무원은 CJ제일제당을 왕좌의 자리에서 끌어내릴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CJ제일제당 인천 냉동식품 공장에서 생산되고 있는 '비비고 군교자'.

하지만 CJ제일제당도 가만히 당하고 있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CJ제일제당은 비비고 만두의 제품 라인업을 다양화하고 있다. 냉동만두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데 성공한 만큼 소비자들의 다양한 니즈를 만족시키는 제품을 잇따라 출시해 수성(守城)에 나서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아울러 비록 풀무원이 급부상했지만 여전히 CJ제일제당과 풀무원의 시장 점유율은 20% 포인트 이상 차이가 난다.

업계 관계자는 "풀무원이 급부상하고 전체 냉동만두 시장의 규모가 커진 것은 분명 주목할 만한 일"이라며 "소비자들이 갖고 있는 니즈의 변화는 갈수록 빠르고 다양해지고 있다. CJ제일제당과 풀무원, 아니면 다른 업체들 중에서 이를 누가 빨리 잡아내고 그에 부합하는 제품을 선보이느냐에 국내 냉동만두 시장의 패권이 달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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