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 유통의 대명사인 백화점의 수익성이 급격하게 나빠지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탓이다. 백화점 업계는 망연자실한 상태다. 사실 백화점의 수익성 악화는 예상됐던 바다. 하지만 예상보다 손실 규모가 너무 컸다. 그동안 소비 트렌드 변화에도 명품 판매 등으로 간신히 버텨왔던 백화점 업계에 코로나19 확산은 치명적인 한 방이 됐다.
우선 매출이 큰 폭으로 줄었다. 업계 1위인 롯데백화점의 지난 1분기 매출은 606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대비 21.5% 감소했다. 현대백화점은 17.7%, 신세계백화점은 12.7% 줄었다. 매출이 감소했다는 것은 그만큼 물건을 판매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소비자들이 백화점을 찾지 않아서다. 코로나19 확진자들의 동선에 백화점들이 포함된 탓에 영업을 중단했던 것도 영향을 미쳤다.
백화점의 매출을 지탱하는 것은 명품과 고마진의 패션 상품군이다. 생필품이나 신선식품 등은 대형마트가 주력이다. 코로나19 확산에도 일부 대형마트의 실적이 나쁘지 않았던 이유다. 백화점은 다르다.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했던 올해 초는 겨울의류나 봄 상품 판매가 한창일 때다. 백화점 입장에서는 매출을 올릴 기회다. 하지만 코로나19는 이 기회마저 앗아갔다.
백화점들도 가만히 있지만은 않았다. 봄 정기세일로 반전을 노렸다. 그러나 코로나19는 백화점의 이런 의지마저 꺾었다. 온라인 개학으로 학생들이 등교하지 못하게 된 탓에 그나마 기대했던 신학기 특수마저 모두 물거품으로 만들었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았다. 백화점들은 다양한 프로모션으로 소비자들 잡기에 나섰다. 하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이미 잔뜩 위축된 소비심리를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매출 감소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급격한 수익성 하락이다. 지난 1분기 백화점 3사가 기록한 영업이익이 이를 잘 말해준다. 롯데백화점의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21.5% 줄어든 280억원을 기록했다. 현대백화점은 전년대비 65.3%나 감소한 342억원에 그쳤다. 신세계백화점도 57.7% 줄어든 226억원을 나타냈다.
국내 대형 유통업체들은 대부분 오프라인 기반이다. 이에 따라 최근 수년간 진행된 소비 트렌드 변화의 직격탄을 맞아왔다. 대형마트가 대표적이다. 반면 백화점은 같은 오프라인 기반임에도 선전했다. 대형마트에는 없는, 백화점에만 있는 상품들에 대한 수요가 꾸준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계절마다 백화점 정기세일 행사에 많은 소비자들이 몰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백화점은 나름의 경쟁력이 있었다.
백화점과 대형마트를 모두 운영하는 롯데쇼핑이 대표적인 예다. 롯데쇼핑은 그동안 백화점이 벌고 마트와 슈퍼 등이 까먹는 구조였다. 그만큼 백화점에 대한 실적 의존도가 높았다. 신세계의 경우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가 분리돼있다. 하지만 수익구조는 롯데쇼핑과 비슷했다. 신세계백화점의 실적은 견조했던 반면 이마트는 실적 하락에 고전해왔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은 이런 패턴마저 변화시켰다. 지난 1분기 백화점 3사의 수익성은 급격하게 악화됐다. 롯데쇼핑의 경우 지금껏과는 반대로 백화점이 까먹고 마트가 버텨줬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생필품과 신선식품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신세계도 백화점은 실적이 하락한 반면 이마트는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이 484억원을 기록하며 전기대비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문제는 코로나19 확산이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가다. 코로나 사태는 진정될 조짐을 보이다가 최근 불거진 이태원 클럽사태로 다시 확산되고 있다. 백화점들엔 큰 악재다. 실적 하락도 문제지만 자칫하다가는 그동안 유지해왔던 백화점 고유의 경쟁력을 잃어버릴 가능성마저 배제할 수 없어서다. 일각에서는 코로나 사태가 진정돼도 백화점들이 예전 수준의 실적을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백화점도 이를 알고 있다. 백화점이 가장 우려하는 것이 바로 소비 패턴 변화다. 실제로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소비자들은 '온라인 쇼핑'에 더욱 익숙해졌다. 꼭 필요한 생필품이나 신선식품 등은 대형마트에서 온라인으로 구매한다. 여기에 온라인 전문 쇼핑업체들의 경쟁력은 나날이 강화되고 있다. 여전히 오프라인 중심인 백화점으로서는 불안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백화점들이 코로나 사태 이후를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금과 같은 방식을 고수하다 자칫 백화점이 설자리가 아예 없어질 수도 있어서다. 더불어 백화점 3사의 지난 1분기 실적 뒤에 숨겨진 의미를 파악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현재 백화점들이 구상하거나 진행하고 있는 온라인 중심의 판매 시스템 변화에 더욱 속도를 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1분기 실적 급감의 원인을 코로나 탓으로만 돌려서는 안된다"면서 "이번 실적은 백화점들이 현재 고수하고 있는 오프라인 중심의 구조가 코로나 사태와 같은 대외적인 위협 요소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이를 제대로 파악하고 하루 빨리 해결방안을 찾는 것이 핵심"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