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빅3의 주주총회가 끝났다. 화두는 코로나19와 온라인 강화였다. 하지만 내면의 온도차는 분명했다. 온·오프라인 양면에서 어려움을 겪은 롯데쇼핑은 '온라인 강화'를 강조했다. 반면 오프라인의 가능성을 확인한 신세계와 현대백화점은 '유기적 통합'을 내세웠다.
◇ 롯데 "할 수 있는 건 다 한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곳은 롯데백화점이다. 소규모 점포 다수 출점 전략으로 시장 지배력을 강화한 과거의 전략이 오히려 독이 됐다. 소비트렌드가 온라인으로 완전히 넘어가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대부분 점포의 매출이 역신장했고 수익도 크게 줄었다. 온라인 강화를 위해 론칭한 '롯데ON'은 성과를 내지 못했다.
지난해 롯데ON의 거래액은 전년 대비 7% 증가한 7조 6000억 원에 그쳤다. 같은 기간 이커머스 전체 거래액 성장률과 비교하면 한참 못미치는 성적이다. 롯데의 모든 역량을 투입했다고 밝힌 것과 달리 결과는 초라했다. 롯데ON 부진의 후폭풍은 거셌다. 롯데쇼핑은 결국 내부 혁신에 한계를 느끼고 '외부 수혈'을 택했다.
강희태 롯데쇼핑 대표는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 충분히 관심이 있다. 롯데ON의 리더로는 외부 인사를 선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롯데는 최근 중고나라의 지분을 인수키로 했다.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도 참여했다. 만일 롯데가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면 단숨에 거래액 기준 업계 상위권으로 올라설 수 있다. 최근 중고거래 시장이 주목받고 있는 만큼 중고나라 인수도 향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롯데의 이런 움직임에 대해 우려의 시선을 보내는 곳이 많다. 롯데쇼핑의 실적이 부진해서다. 작년 롯데쇼핑의 매출액은 전년 대비 8.16% 줄었다. 영업이익도 19.1% 감소했다. 여기에 롯데쇼핑은 현재 사업 구조조정 중이다. 그만큼 상황이 좋지 않다. 향후 전망도 부정적이다. 그런 롯데가 과연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 참전하고 중고나라 지분을 취득하는 것이 옳은 결정이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오히려 지금은 롯데ON의 정상화와 내부 혁신에 힘을 쏟을 때라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백화점이 코로나19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이유는 쉽게 온라인으로 대체할 수 있는 MD 라인업을 가진 소규모 점포가 많기 때문"이라며 "현재 롯데백화점이 온라인에 보다 집중하는 모습은 이 같은 상황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봐야 한다는 의미가 담긴 것"이라고 밝혔다.
◇ 신세계는 '시너지'·현대는 '차별화' 강조
온라인 실패로 절박함이 묻어난 롯데쇼핑과 달리, 신세계와 현대백화점의 시선은 다른 곳으로 향해있다. 온라인 시장 공략을 위한 전략적 시도는 계속 유지하되 오프라인 경쟁력도 함께 키운다는 복안이다. 신세계와 현대백화점이 이런 전력을 가져가는 것에는 지난해 코로나19 확산에도 불구, 오프라인 매장에서 비교적 선방한 실적을 거둬서다. 오프라인만의 경쟁력이 분명히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신세계는 지난해 코로나19 사태에도 의미있는 성과를 냈다. 소수 점포에 역량을 집중하는 신세계의 '지역 1번점 전략'이 통했다. 강남점, 센텀시티점, 광주점 등 신세계의 주력 대형 점포의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신장했다. 대구점 등 매출이 감소한 점포에서도 타격을 최소화하는 데 성공했다.
차정호 신세계 대표는 "온라인 비중이 커질 수 있지만 경험 차원에서 오프라인 가치가 확대되고 있다"면서 "SSG닷컴과 같은 온라인 시스템과의 유기적 제휴를 통해 고객이 새로운 경험과 서비스를 누리는 미래형 리테일 포맷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백화점은 '차별화'를 화두로 꺼내들었다. 김형종 현대백화점 대표는 온라인 시장에서의 할인 경쟁을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비효율적 전략'이라고 정의했다. 또 온라인 볼륨 확대보다는 차별화에 방점을 두고 몰(Mall)을 육성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의 이런 전략은 그대로 반영됐다. 현대백화점은 이번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 뛰어들지 않았다. 롯데ON, SSG닷컴과 같은 온라인몰 통합 작업도 진행하지 않았다. 반면 오프라인에서는 공격적 투자를 이어갔다. 두산이 포기한 동대문 두타면세점을 인수한 것은 물론, 대전 프리미엄아웃렛 등 대형 매장을 열었다. 최근에는 '더현대 서울'을 성공적으로 오픈해 오프라인의 가능성을 증명했다.
◇ 백화점 빅3, 그래도 '오프라인'
업계에서는 소비 트렌드가 온라인으로 넘어간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오프라인만의 경쟁력도 존재한다는 의견이 많다. 다만 이제는 과거처럼 오프라인 매장에서 단순히 상품을 구매하는 것이 아닌, 구매 과정에서 '체험'이 바탕이 된 만족감까지 제공해야한다는 것이 달라진 점이다. 이에 따라 향후 백화점 업계의 경쟁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유기적인 시너지가 키워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움직임은 이미 일어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최근 명동 본점의 절반을 명품으로 채우기로 했다. 오는 26일 리뉴얼을 마치는 노원점에는 리빙 매장을 전면에 내세웠다. 또 내년까지 백화점, 할인점 부문에 1조 3000억 원을 투자해 총 6곳의 오프라인 매장을 리뉴얼한다. 오는 6월과 9월에는 롯데백화점 동탄점과 롯데 프리미엄아웃렛 타임빌라스 오픈을 앞두고 있다.
신세계는 올해 하반기 대전신세계 엑스포점을 연다. 비슷한 시기 강남점은 1층을 화장품 중심 매장으로 탈바꿈시키는 리뉴얼을 완료한다. 현대백화점 역시 추가 출점이 가능한 지역 1~2곳을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이들 신규 출점 및 리뉴얼 매장들은 대부분 더현대 서울과 유사하게 고객의 체험을 전면에 내세우는 방식으로 꾸려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백화점의 주요 고객들은 물품을 구매한다는 목적 외에도 심리적 만족감 등에 대한 니즈가 높은 만큼 온라인이 아무리 성장해도 백화점의 최우선 목표는 오프라인"이라며 "명품, 해외패션 등 공급이 적고 수요가 높은 상품들에 대한 니즈는 지속될 것이며 이들에게 보다 우수한 쇼핑 경험을 제공하는 업체가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에 서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