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실적이 화려하게 부활했다. 롯데, 신세계, 현대백화점 등 주요 3사 올 1분기 영업이익이 모두 전년동기 대비 100% 이상 신장했다. 코로나19가 맹위를 떨치던 지난해 1분기 기저효과를 고려하더라도 고무적인 성과다. 업계에서는 올 2분기도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올 하반기 신규 점포 라인업이 완비되면서부턴 새로운 경쟁 국면이 펼쳐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명품·패션 보복소비 터졌다
롯데백화점은 올 1분기 매출 6760억원, 영업이익 103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동기 대비 각각 11.5%, 261.3% 올랐다. 신세계백화점은 같은 기간 23.8% 증가한 4932억원의 매출을 냈다. 영업이익은 198.3% 증가한 823억원이었다. 현대백화점의 올 1분기 매출은 지난해 1분기보다 26.7% 오른 4974억원, 영업이익은 122.3% 성장한 760억원이었다.
앞서 증권업계에선 백화점들의 올 1분기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는 예상을 한 바 있다. 지난해 2~3월이 코로나19가 본격 확산된 시기였던 만큼 당시 백화점들은 휴점과 방문객 감소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반면 올해 1분기에는 방역 행동지침이 어느 정도 정착됐다. 코로나19 상황에 적응한 소비자들은 차츰 오프라인 매장을 찾기 시작했다. 하늘길이 막히며 해외여행 등에 사용하지 못한 현금이 명품과 패션용품 소비로 쓰이는 '보복소비' 현상도 나타났다. 실적 회복을 위한 기반이 마련됐던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1분기는 백화점에게 최악의 시기였다"면서 "방역 지침이 완전히 잡혀 있지 않은 상태에서 확진자가 방문할 때마다 점포 전체를 닫아야 했고, 소비자들은 코로나19에 대한 두려움으로 한 동안 발길을 끊곤 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지난해 하반기부터 명품을 중심으로 조금씩 매출이 회복되기 시작했으며, 패션·가구·리빙 카테고리의 매출도 상승하기 시작했다"면서 "올해 들어선 오프라인 매장에 고객이 본격적으로 돌아오며 좋은 실적이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이전 수준 회복한 신세계·현대
이러한 코로나 기저효과를 고려하더라도 백화점의 올 1분기 매출 신장은 고무적이라는 평가다. 실제로 신세계백화점은 코로나19 이전이었던 2019년 1분기와 비교해도 실적이 개선됐다. 신세계백화점의 올 1분기 매출은 2019년 1분기 대비 7.8%, 영업이익은 17.9% 신장했다. 현대백화점도 올 1분기 매출이 2019년에 비해 4.3% 성장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22.8% 줄었지만, 이는 신규 출점 비용 등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특히 신세계백화점은 보복소비 덕을 톡톡히 봤다는 분석이다. 신세계백화점의 올 1분기 명품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8% 늘었다. 남성패션은 35%, 여성패션은 25%, 스포츠가 37%씩 각각 성장하는 등 패션 카테고리 흥행도 실적 개선에 힘을 보탰다.
현대백화점은 공격적 출점이 실적 성장을 견인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대전 프리미엄 아울렛, 남양주 프리미엄 아울렛을 오픈한 바 있다. 올해 2월에도 여의도에 더현대 서울을 열며 출점을 이어갔다. 이들 점포는 대부분 지역 랜드마크로 자리잡았다. 특히 더현대 서울은 체험형 요소가 호평받으며 오픈 첫 달 매출 1000억원을 돌파하는 등 화제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롯데백화점은 2019년 1분기와 비교하면 아쉽다. 롯데백화점의 올 1분기 매출은 2019년 1분기 대비 12.4%, 영업이익은 35.1% 낮았다. 명품·패션 카테고리의 성장이 본격적으로 회복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롯데백화점의 올 1분기 명품(해외패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3.8% 증가로 회복세가 다소 느리다. 또 남성스포츠는 22.2%, 여성패션은 6.9% 성장해 비슷한 회복세다.
◇2분기 성장 예상…진짜 승부는 하반기
업계는 올 2분기도 성장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코로나 백신 접종이 단계적으로 진행됨에 따른 외부 활동이 활발해질 수 있다는 예상이다. 소비심리도 살아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2.2였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이던 지난해 1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통상 소비자심리지수가 100 이상이면 소비자들이 향후 경기를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는 의미다.
보복소비도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예상이다. 해외 여행 분위기가 살아날 조짐을 보이지만, 아직까진 전세계적으로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여행 성수기인 여름 휴가철까지는 회복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특히 백화점업계의 진정한 승부처는 올 하반기가 될 전망이다. 롯데백화점은 오는 8월 '동탄점'을 개점한다. 신세계백화점도 비슷한 시기 대전에 '대전엑스포점'을 연다. 롯데백화점은 14년만에, 신세계백화점은 5년만에 신규 출점하는 것이다. 이들 점포는 더현대 서울과 유사하게 체험형 콘셉트로 만들어질 예정이다. 신세계 대전엑스포점에는 4500평 규모의 정원이 조성된다. 롯데백화점도 복합쇼핑몰의 장점을 융합, 체험 요소를 극대화시킬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더현대 서울 등 체험을 전면에 내세운 점포들이 호실적을 거두면서 주목도가 높아지고 있다"면서 "유사한 콘셉트의 점포들이 새로 오픈하고 기존점포 리뉴얼도 가속화되는 추세라 올 하반기 경쟁이 본격화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