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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공원에 백화점이?"…'더현대 서울'의 파격 실험

  • 2021.02.25(목) 18:03

현대백화점, 여의도 더현대 서울 26일 오픈
공원에 폭포까지…자연을 담은 미래형 백화점
사전 오픈부터 북적…"서울 랜드마크 만들 것"

더현대서울 5층에 마련된 사운즈포레스트 전경. [사진=현대백화점 그룹 제공]

햇볕이 내리쬐는 오후. 공원에서 나무를 그늘 삼아 앉아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있다. 나무들 사이에서는 새가 지저귀는 소리가 들린다. 저 멀리서는 폭포수가 떨어지는 소리도 어렴풋이 들려온다. 그의 주변에는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 걸으며 수다를 떠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아이들이 왁자지껄 뛰노는 모습도 보인다.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평온한 모습으로 그림을 그려나간다. 

어느 한적한 교외 공원 이야기가 아니다. 서울 한복판에 세워진 백화점 내부 풍경이다. 현대백화점 그룹이 오는 26일 문을 여는 '더현대 서울'에서 볼 수 있는 모습이다. 현대백화점은 정식 개점에 앞서 지난 24일부터 이틀간 사전 오픈을 진행했다.

더현대 서울은 지하 7층, 지상 8층 규모로 전체 영업 면적이 8만 9100㎡에 달한다. 서울 내 최대 규모 백화점이다. 더현대 서울은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의 야심작으로 꼽힌다. 점포 규모 자체가 큰 데다가 여의도라는 지리적 상징성이 더해져 오픈 전부터 시장 안팎에서 주목받았다. 현대백화점은 특히 '더현대 서울'을 여의도를 넘어 서울의 대표적인 랜드마크로 만들겠다며 의욕을 보여왔다. 

25일 직접 둘러본 더현대 서울은 알려진 대로 큰 규모를 자랑했다. 마치 코엑스몰이나 스타필드 같은 대형 복합쇼핑몰을 연상케 했다. 층별 동선 너비는 최대 8m가량으로 일반 백화점(4m)보다 훨씬 여유가 있다. 사전 오픈부터 많은 고객으로 북적였지만, 걷는 데 어려움은 없었다. 층고를 높이고 곳곳에 천장까지 뚫려 있는 공간을 마련해 둬 시야가 탁 트였다. 천장은 모두 유리로 제작돼 1층까지 햇볕이 비춘다.

실제 더현대 서울은 전체 영업 면적 가운데 51%에만 매장을 마련했다는 것이 현대백화점 측 설명이다. 나머지 절반은 실내 조경이나 휴식 공간으로 꾸몄다. 기존 현대백화점 점포들의 매장 면적 비중이 65%가량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파격적인 시도다.

더현대 서울은 단순히 크기만 큰 것이 아니다. 대형 복합쇼핑몰의 경우 공간 자체는 크지만 매장이나 상품 구성에 집중도가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층별, 구역별 일관성보다는 품목의 다양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특성 때문이다. 반면 더현대 서울의 경우 백화점만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는 짜임새 있는 매장 구성을 갖췄다. 널찍한 복합쇼핑몰 공간에 '알찬' 백화점 점포를 만들어 넣었다고 하면 이해하기 쉽다.

우선 지하 2층의 경우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겨냥해 요즘 젊은 층에 인기 있는 브랜드를 집중적으로 배치했다. 이 층에 자리한 '아르켓(ARKET)'은 H&M그룹의 최상위 SPA 브랜드로, 젊은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이미 해외 직구로 유명하다. 아르켓은 유럽 외 지역에서 최초로 더현대 서울에 점포를 냈다. 

스니커즈 리셀 전문 매장인 'BGZT(번개장터)랩'도 눈에 띈다. 이밖에 한남동에서 유명한 서점인 '스틸북스'와 빈티지 라운드, 스타벅스 리저브 매장 등이 자리 잡고 있다. 실제 지하 2층에는 젊은 소비자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지하 1층에는 국내 최대 규모의 식품관을 마련했다. 축구장(7140㎡) 2개를 합친 것보다 큰 '테이스티 서울'이다. 이곳에 입점한 브랜드는 총 90여 개다. 서울을 대표하는 전통 먹거리는 물론 트렌디한 해외 유명 브랜드 매장을 배치했다.

더현대 서울 식품관 '푸트트럭 피아자' 전경. 사진=나원식 기자

지상 1층에서 4층으로 이어지는 점포들도 각 테마에 맞춰 구성했다. 1층에는 '럭셔리'를 키워드로 구찌와 프라다, 보테가베네타, 버버리, 발렌시아가 등 30여 개 해외패션·명품 브랜드 매장을 마련했다. 국내외 화장품 브랜드 30여 곳도 입점했다. 2층에는 '현대적인 분위기'를 주제로 해외 의류 매장과 명품 슈즈 전문관을 배치했다. 3층은 여성·남성패션 브랜드와 구두·잡화 매장, 4층은 리빙 브랜드 및 아웃도어·골프 매장으로 구성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상품군 기준으로 층을 나눠 배치하던 기존 매장 구성 방식에서 벗어나 모든 층을 각 테마에 맞춰 큐레이션 방식으로 배치한 게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현대백화점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점포 내에 '자연'을 담기 위해 공을 들였다. 답답하던 기존 백화점에서 벗어나는 동시에 여타 복합쇼핑몰과도 차별화한 점이 바로 '자연을 담았다'는 점이다.

1층에 들어서면 가장 눈에 띄는 조형물이 바로 12m 높이의 인공폭포다. 천장에서 내려오는 자연 채광과 폭포수가 어우러져 점포 내부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또 각 층 곳곳에 나무와 꽃들을 배치해 놔 자연과 어우러진 점포를 연출했다. 

단연 눈길을 끄는 곳은 바로 5층에 마련된 실내 녹색 공원 '사운즈 포레스트'다. 이곳에는 천연 잔디와 함께 30여 그루의 나무, 그리고 다양한 꽃들을 심어놨다. '인공'이긴 하지만 스피커를 통해 새 소리도 들려 진짜 야외 공원에 온 듯한 느낌을 준다.

더현대 서울 '사운즈 포레스트' 전경. 사진=나원식 기자

'사운즈 포레스트'를 중심으로 컬처 테마파크를 조성했다는 점도 눈에 띈다. 대부분 백화점에서 볼 수 있는 문화센터 외에도 복합문화 시설 '알트원'이라는 공간을 마련하기도 했다. 알트원에서는 26일부터 오는 6월까지 엔디 워홀 회고전이 열릴 예정이다.

김형종 현대백화점 사장은 "'더현대 서울'을 대한민국 서울의 대표 라이프스타일 랜드마크로 키울 방침"이라며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했던 새로운 쇼핑 경험과 미래 생활 가치를 제시하는 '미래 백화점의 새로운 모델'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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