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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변 커머스]'인수전 참전' 롯데, 계속 남는 의문 부호

  • 2021.03.23(화) 10:17

업계, 롯데·신세계 인수전 참전 두고 다른 시선
롯데의 완주 의지에 의문…'자금·시너지' 등에 우려

쿠팡이 쏘아올린 미국 증시 상장 '로켓'이 국내 이커머스 시장을 요동치게 하고 있다. 쿠팡의 성공적인 미국 증시 데뷔와 대규모 자금 조달의 본격화는 이커머스 업계 '지각 변동'으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이 후끈 달아오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은 이머커스 업계 판도 변화의 신호탄이 될 전망이다. 인수전에 뛰어든 기업들의 전략을 짚어보고 막전막후를 알아봤다. [편집자]

벌써 10년쯤 됐네요. 롯데와 신세계가 온라인에 힘을 싣겠다고 한 지가 말이죠. 하지만 그동안 롯데와 신세계는 온라인에서 보여준 모습은 '유통 공룡'이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았습니다. 그 사이 '신생 업체'였던 쿠팡은 기업가치 100조 원을 넘볼 정도로 성장했습니다. 포털기업 네이버는 이커머스 시장에 뛰어들어 쿠팡과 함께 '양강 구도'를 만들어가고 있고요.

롯데와 신세계가 온라인 시장에서 힘을 쓰지 못했다는 사실은 두 업체 모두 이번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 뛰어들었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이베이코리아를 사들여 판을 뒤집는 것 밖에는 방법이 없는 상황입니다. 이때문에 시장에서는 오래 전부터 두 업체가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실제로 그랬고요.

물론 두 업체 모두 실제 본입찰까지 완주해 이베이코리아를 최종 인수할 지는 알 수 없습니다. 일단 너도나도 뛰어드는 분위기인 만큼 예비입찰에만 참여했다가 슬그머니 발을 뺄 가능성도 있습니다. 게다가 이베이코리아의 몸값은 5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여겨집니다. 이런 대형 인수전에서는 예기치 못했던 일들이 벌어지고는 합니다. 

◇ 분주한 신세계…이베이코리아도 적극적으로?

일단 시장에서는 두 기업에 대해 다른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신세계에 대해서는 이번 인수전을 완주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만큼 신세계의 행보가 적극적이어서입니다. 반면 롯데에 대해서는 고개를 갸웃합니다. 롯데가 과연 이번 인수전을 완주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두 업체 모두 사정이 급한 건 마찬가지인데 왜 상반된 전망이 나오는 걸까요.

우선 최근 신세계의 행보가 심상치 않습니다. 신세계는 최근 수년간 온라인 채널인 SSG닷컴을 키우기에 골몰했습니다. 하지만 성에 차지 않았습니다. 이에 신세계는 네이버와 2500억 원 규모의 지분교환을 통해 '동맹'을 맺었습니다. 네이버는 앞서 CJ그룹과도 손을 잡았죠. 이로써 네이버와 CJ, 신세계라는 강력한 '반(反)쿠팡 연합군'이 탄생했습니다. 신세계는 그 동맹군의 일원이 됐죠.

지난 16일 서울 JW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린 '신세계·이마트 - 네이버 사업제휴합의서 체결식'에서 (왼쪽부터)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 한성숙 네이버 대표, 강희석 이마트 대표, 차정호 신세계백화점 대표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신세계 그룹 제공]

신세계는 또 SK그룹에서 프로야구단을 사들여 'SSG 랜더스'라는 야구단을 창단했습니다. 신세계가 그간 인천 청라 지구에 지으려 했던 테마파크 대신 돔구장을 세우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 구장에 스타벅스와 노브랜드 버거 등을 입점시키겠다는 계획입니다. 기존 야구장과는 다르게 '라이프 스타일 센터'를 만들겠다는 겁니다. 

시장에서는 신세계의 활발한 움직임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신세계의 이런 행보의 핵심은 온라인 강화에 있습니다. 신세계가 이번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 뛰어든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룹 전체가 나서 다양한 변화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업계와 시장에서 신세계가 이번 인수전에 진정성을 갖고 뛰어들었다고 보는 이유입니다.

◇ "어떻게 시작했는데"…부진한 '롯데ON'

반면 롯데는 다소 조용한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롯데는 1년 전 '롯데ON'이라는 통합 온라인몰을 선보인 바 있습니다. 지난 2017년부터 준비해온 온라인 사업 강화 전략의 결과가 바로 롯데ON입니다. 하지만 롯데ON은 시장 안착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 사업을 이끌어왔던 조영제 e커머스 사업부장은 지난달 말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임했습니다. 외형상 사임이었습니다만 사실상 경질이었습니다.

롯데쇼핑이 최근 내놓은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이커머스 사업의 매출액은 1379억 원으로 전년 대비 27% 줄었습니다. 롯데ON의 지난해 연간 거래액은 전년 7조 6000억 원가량으로 알려졌습니다. 전년(7조 1000억 원)보다 7%가량 늘긴 했지만, 업계 평균에는 미치지 못하는 수치입니다. 영업적자는 948억 원으로 전년(560억 원)보다 늘었고요.

사업 초반이니 적자 규모가 늘어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매출이나 거래액 규모를 눈에 띄게 늘리지 못한 것은 분명 아쉬운 부분입니다. 롯데는 그간 온라인 경쟁력 강화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해왔습니다. 11번가나 티몬, 이베이코리아 등이 매물로 나온다는 소문이 돌 때마다 단골 인수 후보로 꼽혔습니다. 실제로 물밑 작업을 한 적도 있었습니다. 결국 실제 인수로 이어지지는 못했지만 롯데는 늘 온라인 사업에서 부진을 면치 못했습니다.

사실 지난 2010년 초반까지만 해도 롯데그룹의 온라인 채널은 중구난방이었습니다. 문제의식을 느낀 롯데는 2013년쯤 온라인몰을 통합 작업을 단행했지만 결국 무산됐습니다. 워낙 규모가 큰 그룹이다 보니 통합 작업이 쉽지 않았습니다. 일단 계열사간 플랫폼이 너무 달랐습니다. 계열사간 이해관계도 얽히고 설켜있었고요. 그러다보니 의사결정은 늘 늦었습니다. 롯데가 온라인에서 항상 후발주자였던 이유입니다.

◇ 롯데, '실탄·시너지'에 붙은 의문부호

'롯데ON'은 이런 우여곡절 끝에 탄생한 사업입니다. 그런만큼 기대도 컸습니다. 롯데가 그동안 롯데ON에 그룹 차원의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것도 이 때문입니다. 하지만 롯데ON은 부진했습니다. 내부적으로도 실망감이 컸습니다. 일각에서는 롯데에게 당장 시급한 것은 이베이코리아 인수가 아니라 롯데ON의 정상화라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더불어 설사 롯데가 이베이코리아라를 인수한다해도 롯데ON과 시너지가 날 지에 대해 의문을 갖는 시각도 많습니다.

'실탄 부족'도 문제점으로 꼽힙니다. 현재 롯데의 상황으로는 5조 원에 달하는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할 여력이 없습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그룹의 한 축이었던 유통 부문이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또 다른 한 축인 케미칼 부문도 신통치 않습니다. 심지어 롯데는 작년부터 유통 부문의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인데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할 자금이 있겠느냐는 의견이 나옵니다.

실제로 그룹의 핵심인 롯데쇼핑의 지난해 말 기준 현금성자산은 1조 9132억 원입니다. 지난해 점포 매각 등을 통해 전년 대비 현금성자산이 늘어나기는 했지만 이베이코리아를 단독으로 인수하기에는 여전히 한참 모자랍니다. 물론 의지만 있다면 그룹의 다른 계열사를 동원할 수도 있습니다. PEF와 같은 재무적투자자와 컨소시엄을 꾸리는 방법도 있습니다. 전혀 방법이 없는 건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계와 시장에서는 롯데의 이번 인수전 참여에 대해 의문부호를 지우지 못하고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가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통해 온라인 사업을 강화하겠다는 명분은 충분히 이해할만 하다"면서도 "하지만 롯데는 재무상황이 좋지 않은데다, 온라인 사업에서의 성공 경험이 없다. 과연 진짜 이번 인수전에서 승부를 보려는 것인지 그 진정성에 의문이 든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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