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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 경제학]⑦'슬기로운 위생생활'…추석 선물도 바꿨다

  • 2020.09.02(수) 10:07

생필품 된 마스크…코로나19 재확산으로 생산 급증
추석 선물로 등장한 '위생용품'…마스크부터 세정제까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가장 중요한 대응법은 '사회적 거리두기'입니다. 그러려면 '방콕'을 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아이들은 집에서 온라인으로 수업을 듣고, 부모님들은 재택근무를 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가족이 함께 아침부터 잠들 때까지 방콕을 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 겁니다. 낯선 일상은 우리의 소비 패턴을 확 바꾸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강제 방콕'의 일상과 이에 따른 국내 유통·식품 산업의 변화를 살펴봅니다. [편집자]

얼마 전 SNS에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영상이 돌았습니다. 한 남성이 마스크 착용을 요구하는 다른 승객들을 폭행하는 영상이었는데요. 경찰은 곧장 이 50대 남성을 검거해 구속했다고 합니다. 마스크 착용을 두고 폭행이 벌어져 구속된 여섯 번째 사례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영증(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하면서 마스크 착용을 둘러싼 시비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실제 경찰에 따르면 지난 5월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한 이후 대중교통 내 시비로 발생한 폭행 사건이 385건이나 된다고 합니다.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것뿐만 아니라 마스크를 턱에 걸치는 '턱스크', 입까지만 걸치는 '입스크'도 비판의 대상이 되곤 합니다. 실제 코와 입을 제대로 가리지 않으면 마스크를 쓸 이유가 없죠. 이에 따라 서울시는 지하철 등에서 턱스크를 했다가 적발되면 최대 100만원의 과태료를 물겠다는 지침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집에는 항상 마스크를 넉넉하게 구비해두게 됩니다. 이제 마스크는 사실상 생필품이 됐습니다. 마치 생수나 라면을 사놓는 것처럼 떨어질 것 같으면 구매해서 다시 쌓아두는 식이죠.

게다가 이제는 마스크를 종류별로 사둡니다. 아이가 그나마 즐겁게(?) 마스크를 쓸 수 있도록 공룡이 그려진 소형 마스크가 있고요. 동네에 잠시 산책하러 나갈 때 등 야외에서 활용하는 덴탈 마스크도 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실내에 오래 있어야 할 때는 KF94 마스크를 들고 나갑니다.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재확산한 이후로는 KF 마스크를 자주 쓰게 됩니다.

서울시가 마스크 의무 착용을 강조하기 위해 내건 포스터. [사진=서울시 제공]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코로나19의 재확산으로 지난주(8월 4주)에 의약외품 마스크 중 미세입자 차단력이 뛰어난 보건용 마스크(KF) 생산이 많이 증가했다고 합니다. 지난 한 주간 생산된 KF 마스크는 무려 1억 5169만 개입니다. 전주(8월 3주) 1억 434만 개보다 45% 증가한 수치입니다. 전체 비말 차단용 마스크 등을 포함한 전체 생산량 역시 2억 7368만 개로 역대 주간 최대 생산량을 기록했습니다.

집에 구비해두는 것은 마스크뿐만이 아닙니다. 손 세정제와 손 소독제, 체온계 등 위생용품은 코로나19 시대의 필수품입니다. 이런 트렌드는 추석 선물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최근 유통업체들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추석을 앞두고 선보인 선물세트에는 예전에는 찾아볼 수 없었던 '위생용품 선물세트'가 등장했습니다. 

이 세트에는 주로 마스크와 손 세정제, 손 소독제 등이 담겼는데요. 덴탈 마스크냐 KF 마스크냐에 따라 가격도 1만 원 대에서부터 4만~5만 원까지 다양합니다. 이커머스 업체인 마켓컬리는 지난달 19일부터 추석 선물세트를 판매하기 시작했는데요. 판매 물품을 분석한 결과, 위생용품을 포함한 선물세트 매출이 전년보다 151% 증가했다고 합니다.

현대백화점의 경우 추석을 맞아 상품권을 판매하면서 위생용품을 사은품으로 활용해 눈길을 끌기도 했습니다. 50만 원 이상 상품권을 구매할 경우 덴탈 마스크와 손 세정제 등이 담긴 '코로나 응원 기프트 세트'를 사은품으로 제공한다는 내용입니다. 코로나19가 추석 풍경까지 바꿔놓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마트24가 추석 선물세트로 판매하고 있는 애경랩신위생세트. [사진=이마트24 제공]

위생을 위한 '몸부림'은 집 안에서뿐만 아니라 동네 곳곳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식당은 물론 편의점이나 대형마트에는 손 소독제가 필수품처럼 놓여 있습니다. 또 계산대에는 비말차단막이 설치되기도 했고요. 얼마 전 CU와 세븐일레븐은 코로나19가 재확산하자 전국 모든 점포에 비말 차단막을 지급했습니다.

GS25는 오후 9시부터 새벽 5시까지 점포 내 시식대와 외부 파라솔을 운영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최근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 실시로 저녁에는 식당이나 술집에 갈 수 없게 됐는데, 편의점에서 즐겼던 '편맥(편의점에서 맥주마시기)'도 불가능해진 겁니다.

모두가 나서서 위생에 신경을 쓰다 보니 올해 들어 일반 감기 처방이 급격하게 감소했다고 하죠. 아이들의 잔병치레도 줄어서 소아청소년과에도 발길이 크게 줄었다고 하고요. 이처럼 모두가 깨끗해지고 있는데도 코로나19의 확산세는 잦아들지를 않으니 답답할 따름입니다. 얼마나 더 깨끗해져야 할까요. 하루빨리 코로나19와 이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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