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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 경제학]⑧'비대면 추석'이 만든 이색 풍경

  • 2020.10.06(화) 16:49

추석에도 '집콕'…'음식'은 간편식·배달로 해결
명절 뒤 '분노 쇼핑' 줄고 '실속 쇼핑' 늘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가장 중요한 대응법은 '사회적 거리두기'입니다. 그러려면 '방콕'을 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아이들은 집에서 온라인으로 수업을 듣고, 부모님들은 재택근무를 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가족이 함께 아침부터 잠들 때까지 방콕을 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 겁니다. 낯선 일상은 우리의 소비 패턴을 확 바꾸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강제 방콕'의 일상과 이에 따른 국내 유통·식품 산업의 변화를 살펴봅니다. [편집자]

"온 가족이 모여 함께 하는 풍성한 한가위 보내세요."

추석이면 늘 나누곤 했던 명절 인사였죠. 올해는 인사를 제대로 할 수가 없었습니다. '즐거운 명절 보내세요'라는 말을 주고받긴 했습니다. 그러나 '건강 조심하시고요'라는 인사를 덧붙여야 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입니다. '한가위'와 '조심'이라는 단어는 참 어울리지 않는 조합입니다.

올해 추석은 특히 가족과의 모임 자체를 하지 말자는 분위기였습니다. 이런 적이 또 있을까요. 총리가 직접 나서서 "고향 방문을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는데요. 지방 곳곳에서도 자식들이 고향에 오지 않아도 된다는 '이색' 현수막이 눈길을 끌기도 했습니다. '아들, 딸, 며느리야! 이번 추석에는 고향에 안 와도 된당께', '불효자는 옵니다' 등 얼핏 재미있지만 곱씹을수록 씁쓸한 내용들입니다.

실제 지난달 23일 서울시가 여론조사 업체 리얼미터에 의뢰해 내놓은 설문 조사한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67.9%가 추석 연휴 기간 '함께 살지 않는 가족이나 친지를 방문할 계획이 없다'라고 답했다고 합니다. 이중 79.2%가 미방문의 이유로 코로나19 감염을 꼽았다고 하네요.

그렇다면 사람들은 긴 연휴에 무엇을 했을까요. 일단 가족이 모이지 않았으니 굳이 송편이나 전, 갈비찜 등을 손수 만들 필요가 없었을 겁니다. 그래도 명색이 추석인데 명절 음식이 없으면 서운한 분들이 많았던 듯합니다. 그래서 명절 음식 '가정간편식'을 구매하는 경우가 늘었다고 하는데요. 저도 미리 부모님 댁에 가정간편식 선물세트를 보내드렸습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실제 앞서 CJ제일제당은 자사 온라인몰인 CJ더마켓을 통해 '비비고 한상차림'이라는 추석 가정간편식을 사전 예약 판매를 했는데요. 예상과 다르게 준비 수량이 금세 다 팔려서 추가 물량을 긴급 투입해야 할 정도였다고 합니다.

물론 어차피 집에만 있는데 굳이 명절 음식을 찾아 먹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분들도 많았습니다. 마켓컬리가 추석 연휴 기간 동안 판매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4일까지 간편식 판매 비중이 이전 4일보다 크게 증가했다고 합니다. 기존에는 17%였는데, 24%로 비중이 늘어난 건데요. 특히 볶음밥이나 주먹밥, 브리또, 파니니 등 간단하게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제품의 인기가 높았다고 합니다.

아예 평소대로 '그냥' 치킨이나 시켜 먹자고 했던 분들도 많았습니다. bhc에 따르면 추석(10월 1일) 전후 3일간 치킨 판매량이 지난해 추석보다 50% 이상 늘었다고 합니다. 사실 치킨은 평소 명절 기간에도 많이 팔리는 메뉴 중 하나라고 하는데요. 연휴가 지나가는 아쉬움을 달래기에 적절한 메뉴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올해는 집에 있는 시간이 더욱 길어지니 평소보다 더 치킨이 당겼던 게 아닐까 싶습니다.

추석은 가족과 친지가 모두 모일 수 있는 뜻깊은 날입니다. 그간 못했던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웃음꽃이 피곤 합니다. 하지만 명절 음식 하랴 잔소리 들으랴, 몸과 마음이 지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즐거운 날인 동시에 힘든 날이기도 하죠. 그래서 명절이 지난 뒤에는 '분노의 쇼핑', 혹은 '힐링 쇼핑'이 이뤄지곤 합니다. 유통가에서는 이를 '대목' 중 하나로 여기곤 합니다. 그렇다면 가족이 모이지 않은 올해는 어땠을까요?

티몬에 따르면 올해 추석 당일 구매 건수가 급증했다고 합니다. 추석 당일 매출이 전년보다 95% 증가한 건데요. 연휴 내내 집에만 있다 보니 추석 당일에도 온라인 쇼핑을 즐기는 분들이 많았던 겁니다. 티몬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명절 기간 매출이 줄어들다가 연휴 직후 구매가 증가하던 예년과 달리, 올해는 추석 당일부터 구매 건수가 급증하는 추세를 보였다"고 설명했습니다.

보통 '힐링 쇼핑'이라고 하면 주로 여성들이 옷이나 가방 등을 '지르는' 경우가 많다고 하는데요. 올해는 식품과 생활주방, 출산 유아동, 스포츠 용품 등이 되레 잘 팔렸다는 점도 특징입니다. '분노 쇼핑'보다는 '실속 쇼핑'에 집중했다는 의미입니다. 

[사진=티몬 제공]

홈쇼핑 업체도 비슷한 조사 결과를 내놨습니다. CJ ENM 오쇼핑 부문이 추석 연휴 닷새(9월 30일~10월 4일) TV 홈쇼핑 매출을 분석한 결과 생활·전자가전 카테고리의 매출이 직전 닷새보다 3배 이상 늘었다고 합니다. CJ ENM 관계자는 "올해는 연휴 기간 쌓인 스트레스를 귀금속, 명품 등을 구매하며 푸는 이른바 '힐링 쇼핑'이 지고 가성비 좋은 의류와 집콕을 대비한 가전제품을 찾는 '실속 쇼핑'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고 분석했습니다.

가족들이 모이지 않으니 스트레스도 덜 받았던 걸까요. 그래도 주변을 보면 고향을 찾지 못해 아쉬워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몸은 좀 힘들어도 부모님 얼굴 한 번 뵙고 와야 하는데 그러질 못했으니 말이죠. 

다행히 아직까지 추석 대이동에 따른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벌어지진 않은 것 같은 분위기입니다. 조금 더 지켜봐야겠지만 많은 이들이 '노력'했으니 좋은 결과로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리고 하루빨리 코로나19를 극복해서 내년 추석에는 가족과 친지가 모두 모였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명절은 명절다워야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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