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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야쿠르트 아줌마의 변신은 '무죄'

  • 2020.09.28(월) 16:30

한국야쿠르트, CJ제일제당과 협업해 '비비고' 판매
종가집 김치 등 타사 제품 비중 65%…"지속 확장"

'프레시 매니저'를 아시나요? 한국야쿠르트가 지난해 3월 창립 50주년을 맞아 '야쿠르트 아줌마'의 이름을 프레시 매니저로 변경했는데요. 이는 신선함을 뜻하는 '프레시(Fresh)'와 건강을 관리해주는 '매니저(Manager)'를 합친 단어입니다. 신선한 제품을 전달하며 고객의 건강을 관리한다는 뜻을 담았습니다. 

프레시 매니저는 지난 1971년 47명으로 처음 활동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이후 1975년 1000명, 1983년 5000명으로 규모를 늘려가다가 1998년 처음으로 1만 명을 넘어섰고요. 지금은 1만 1000명 규모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과거 야쿠르트 아줌마는 말 그대로 야쿠르트만 배달해주시는 분이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너무나 익숙한 65㎖ 야쿠르트 제품을 항상 들고 계시곤 했죠. 하지만 한국야쿠르트가 점점 판매 품목을 늘리면서 기존 야쿠르트는 여러 제품중 하나가 됐습니다. 현재 야쿠르트 아줌마를 통해 가장 많이 팔리고 있는 제품은 발효유 제품인 '윌'이라고 합니다.

아울러 제품군이 늘면서 그동안 '아줌마'들이 들고 다녔던 가방이나 손수레에는 전부 담을 수 없게 됐습니다. 그래서 지난 2014년에는 '코코(Cold&Cool)'라는 이름의 냉장 전동 카트를 도입했습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전동 카트를 도입한 뒤 한국야쿠르트가 새로운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야쿠르트 아줌마'의 진화를 꿈꾸기 시작한 겁니다. 이후 전동 카트에 기존 발효유뿐만 아니라 콜드브루라는 RTD(ready to drink : 바로 마실 수 있는 음료) 제품이나 마스크팩, 신선식품, 가정간편식(HMR) 등을 담기 시작했습니다. 한국야쿠르트가 지난 2017년 잇츠온이라는 HMR 브랜드를 선보일 수 있던 것도 바로 전동 카드 덕분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한국야쿠르트는 한발 더 나아갔습니다. 이젠 경쟁사의 제품까지 전동 카트에 담기 시작한 겁니다. 다른 식품 업체 입장에서도 야쿠르트 아줌마의 '전동 카트'는 매력적인 판매 채널 중 하나로 여겨졌습니다. 1만 1000명의 '인력'이 매일매일 골목 곳곳을 누비며 제품을 판매하는 경우는 한국야쿠르트 말고는 없으니까요. 

현재 한국야쿠르트는 프레시 매니저의 전동 카트를 통해 총 200여 개 물품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이중 타사 제품은 130여 개로 비중이 65%에 달합니다. 대상의 종가집 김치와 롯데제과의 퀘이커, 본죽 등 경쟁력 있는 제품들이 전동 카트에 담기고 있습니다. 

[사진=한국야쿠르트 제공]

최근에는 국내 식품 업계 1위인 CJ제일제당의 비비고까지 담기로 했습니다. 비비고 브랜드 제품군 중 국물요리 6종과 생선구이 4종 등 총 10종을 판매합니다. 향후 두 기업은 '전동 카트 배달'에 적합한 메뉴까지 공동 개발키로 했다고 하네요.

요즘 쿠팡이나 마켓컬리, SSG닷컴 등 다양한 온라인 쇼핑 업체들을 통해서 식재료나 가정간편식 등을 주문하는 경우가 늘고 있죠. 대부분 주문을 하면 당일 혹은 다음 날 새벽에 배송을 해주니 굉장히 편리합니다. 다만 이런 업체를 이용할 경우 배송비가 들거나 아니면 유료 회원에 가입해야 무료로 물품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야쿠르트의 경우 자사 온라인몰인 하이프레시를 통해 주문이 들어오면 금액에 상관없이 무료 배송을 해줍니다. 전달 일자와 시간을 지정할 수 있는 데다가 정기배송도 가능합니다. 눈치 빠른 소비자들은 이런 장점을 파악하고 '카트 배송'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비비고는 국내 여러 가공 식품 브랜드 중 가장 대표적인 제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CJ제일제당에 따르면 비비고 만두로만 올해 8월까지 7158억원 매출을 기록했다고 하는데요. 이런 분위기면 연 매출 1조원을 달성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런 브랜드의 제품을 품게 됐으니 '전동 카트 배달'은 앞으로 더욱 활성화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국야쿠르트 관계자는 "비비고뿐 아니라 국내 다양한 식품 업체들과 협업을 통해 제품군을 늘려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앞으로 얼마나 다양한 제품들이 '카트'에 담기게 될지 기대가 됩니다.

다만 한 가지 궁금한 점도 생깁니다. 배달해주는 제품이 많아질수록 '야쿠르트 아줌마'가 점점 힘들어지는 것은 아닐까요.

한국야쿠르트에 따르면 장단점이 있다고 합니다. 기존의 야쿠르트 아줌마는 고객들이 제품을 구매하도록 직접 영업을 해야 하는 부담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온라인몰을 통해 주문하는 경우가 많으니 이런 부담이 줄었습니다. 또 일부 제품의 경우 택배로 배송되기도 합니다.

이렇게 살펴보니 '야쿠르트 아줌마'라는 이름은 이제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것 같습니다. 많은 이들이 여전히 '야쿠르트 아줌마'라는 이름에 더욱 익숙해 있을 텐데요. 앞으로는 '아줌마'로 부르는 대신 '매니저님'으로 부르는 게 정확한 표현이 아닐까요. 그런데 좀 어색하기는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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