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기능 개선제로 쓰이는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보건복지부 국정감사 이슈에 올랐습니다.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는 지난해 국정 감사에서도 건강보험 재정을 낭비하고 있다고 지적받은 바 있습니다.
이에 복지부는 지난 6월 치매를 제외한 ▲ 감정 및 행동변화 ▲ 노인성 가성우울증 ▲ 치매로 진행될 수 있는 경도인지장애와 뇌졸중·뇌경색에 의한 2차 증상 등 나머지 뇌 질환 관련 처방에 대한 본인부담금 비율을 기존 30%에서 80%로 변경했습니다.
본인부담금은 늘고 보험급여는 줄어들면서 1정당 약 500원이던 약제 가격에서 환자가 부담해야 할 금액이 150원에서 400원으로 늘어나게 된 겁니다. 한 달이면 환자 부담금이 3만원을 훌쩍 넘습니다.
복지부는 당초 지난 1일부터 콜린알포세레이트 급여를 축소할 계획이었지만 현재 집행이 정지된 상태입니다. 매출 타격을 우려한 다수 제약‧바이오기업들은 대거 반발하고 나섰기 때문입니다. 87곳에 달하는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복지부의 급여축소 취소 소송을 제기하면서 신청한 집행정지가 지난달 받아들여졌습니다. 급여축소 취소 본안 소송의 판결 이후 30일까지 효력이 정지됐죠.
국내에서 허가받은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만 270여 개에 달합니다. 국내 시장 규모는 연간 3000억 원을 훌쩍 넘는 규모입니다. 콜린알포세레이트 시장을 이끄는 쌍두마차는 대웅바이오와 종근당입니다. 대웅바이오의 글리아타민은 지난해 약 947억 원, 종근당의 글리아티린은 761억 원의 처방액을 기록했습니다. 의약품 시장은 연간 100억 원만 넘겨도 '블록버스터'로 불립니다.
기존 급여가 유지되는 치매 이외의 적응증 처방은 83%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치매치료제 청구금액 비율 17%를 제외하면 본인부담금이 늘어난 글리아타민은 연 785억 원, 글리아티린은 631억 원의 매출이 줄어들 위기입니다. 제약‧바이오 기업 입장에서는 시장성이 큰 콜린알포세레이트 품목을 포기할 수 없겠죠.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반발에 오는 8일 열리는 복지부 국정감사에서 콜린알포세레이트의 급여 적정성에 대해 다시 논의가 이뤄질 예정입니다. 이날 국감에 설 증인을 보면 제약·바이오 기업에게 불리하게 돌아갈 확률이 높습니다. 이동근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건약)’ 사무국장이 증인으로 서기 때문입니다.
건약은 1000여 명의 약사들로 구성된 약사단체입니다. 그동안 치매 등 인지개선기능에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다고 주장해왔습니다. 콜린알포세레이트로 인한 건강보험재정 누수 등을 이유로 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직무유기로 공익감사를 청구한 단체이기도 합니다.
건약은 “한국은 주요 선진국 중 콜린알포세레이트를 치매 및 뇌대사질환에 대해 국가에서 보험급여를 적용해주는 유일한 나라”라며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콜린알포세레이트를 치매에 효과가 있다고 홍보한 업체에 경고서한을 보낸 바 있는데 국내에서는 185만 명의 환자가 이를 처방받아 복용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다수 국가에서는 콜린알포세레이트 성분 의약품을 전문의약품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미국과 영국, 독일 등 유럽 다수 국가에서는 해당 성분을 건강기능식품으로 분류하거나 아예 의약품으로 허가하지 않은 국가도 있습니다. 유일하게 우리나라와 함께 글리아티린을 뇌기능 개선제로 허가했던 일본은 1999년 약제 재평가를 통해 적응증을 삭제한 바 있습니다.
올해 복지부 국감에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더욱 우려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급여 적정성 재평가를 통해 급여 축소에서 나아가 아예 급여 삭제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급여 축소가 확정되거나 삭제까지 이뤄질 경우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입을 피해는 막대합니다.
반면 뇌 질환에 효과가 명확하다면 급여를 예전처럼 30%로 유지해야 많은 환자들이 치료를 받는 데 부담을 덜 수 있을겁니다. 이번 국감에서 그동안 논란이 지속돼 온 콜린알포세레이트의 급여 적정성 여부에 대해 제대로 된 검토가 이뤄지길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