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에 가면 '최저가 보장'이란 문구가 많음. 국내 대표적인 유통업체 이마트와 신세계가 주주들을 위해 최근 최저가 보장 정책을 내놨음. 바로 회사가 이익을 얼마 남기든 상관없이 최저 배당금을 보장해주겠다는 것.
♡이마트: 무조건 주당 2000원 배당금은 보장할게
이마트가 11일 '수시공시의무관련사항(공정공시)'이라는 제목의 공시를 냄. 수시로 알려야할 내용이 발생해 공시한다는 뜻. '수시공시제도'는 상장 기업이 기업 운영과정에서 발생한 주요 내용을 지체없이 관리 당국에 신고하여 주주에게 알리도록 한 제도.
☞관련공시: 이마트 11월 11일 수시공시의무관련사항(공정공시)
이마트의 이번 수시공시는 주주환원정책에 관한 내용. 이마트는 "주주환원정책을 구체화해 주주들로 하여금 수익률에 대한 예측가능성을 높이고 안정적인 배당정책을 확보하기 위해서"라고 밝힘.
*주주환원정책이란?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 중 일부를 주주들에게 배당 확대, 자사주 매입 등 주주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방법으로 돌려주는 정책을 뜻함.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음.
①환원재원
연간 영업이익(별도재무제표 기준) X 15%
②최저배당
주당 2000원 액면배당(환원재원이 주당 2000원 미달시)
③기간 및 재검토 시점
매 3년(최초기간 2020년~2022년 사업연도)
즉 별도재무제표 기준 연간 영업이익의 15%에 해당하는 금액을 매년 주주환원정책에 사용하기로 함. 만약 영업이익이 좀 덜 나와서 환원재원이 539억원(자사주 제외한 총 발행주식수 2696만4179주*1주당 2000원)이 되지 않더라도 최저 1주당 2000원의 배당을 약속하겠음. 또한 이러한 배당정책은 앞으로 2022년까지 3년간 실시해보고 그 이후에도 3년 주기로 검토한다는 내용.
최악의 경우 회사가 적자가 나도 최소 2000원의 배당금을 주겠다는 뜻이어서 주주에겐 호재임. 반대로 영업이익이 커지면 그만큼 환원재원도 늘어나고 주주들은 더 많은 배당을 받을 수 있음.
이마트의 최대주주인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이번 주주환원정책의 수혜자. 최대주주이므로 당연히 최대 수혜자.
9월 기준 정 부회장의 이마트 보유주식수는 517만2911주(전체 발행주식의 18.56%). 지난 9월 어머니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으로부터 229만2512주를 증여받음. 최대주주였던 이명희 회장은 정 부회장에게 주식 일부를 증여하면서 지분율 2위(278만7582주, 10%)로 내려감.
정 부회장은 이마트가 매년 영업이익에 따른 환원재원 539억원을 마련하지 못하더라도 최소 주당 2000원, 총액 103억원(세전)의 배당금을 매년 확보하는 셈.
정 부회장이 이명희 회장으로부터 이마트 주식을 증여받으면서 내야하는 세금은 약 1900억원. 이마트 배당금으로 증여세를 모두 감당하긴 어렵지만, 증여세를 5년간 연부연납(세금을 장기간 할부처럼 나눠서 내는 제도)으로 내고, 향후 이마트 실적이 늘어나면 배당금도 늘어난다는 점에서 증여세 부담을 어느 정도 낮출 수 있는 상황.
추가로 정 부회장이 지분(83만3330주, 52.08%)을 보유한 광주신세계로부터 받는 배당금도 증여세 납부에 도움을 줄 것으로 보임. 지난해 광주신세계는 주당 3500원의 현금배당을 지급했고 정 부회장은 배당금 29억원(세전)을 받음.
아무튼 정 부회장의 증여세 재원 마련은 앞으로 이마트의 실적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어느 정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임.
금융정보업체 FN가이드에 따르면 증권가에서 예상하는 이마트의 올해 실적 컨센서스(의견이 모아진 예상숫자)는 2802억원. 이 경우 환원재원은 420억원으로 1주당 배당금 1550원 가량만 돌아가지만, 앞서 살펴봤듯이 최소 2000원 배당금을 보장해줌. 이마트가 이익을 더 많이 낼수록 정 부회장을 포함 이마트 주주들의 배당금도 늘어남.
♡신세계: 우리는 무조건 주당 1500원 배당금 줄게
한편 이마트가 주주환원정책을 공개한 다음날인 12일 신세계도 '수시공시의무관련사항(공정공시)'라는 제목의 공시를 냄. 이마트와 마찬가지로 주주환원정책을 구체화한다는 내용.
☞관련공시: 신세계 11월 12일 수시공시의무관련사항(공정공시)
신세계는 별도재무제표 기준 연간 영업이익의 10%를 환원재원으로 정하고 환원재원이 147억원(자사주 제외한 총 발행주식수 983만6407주*1주당 1500원)에 못 미쳐도 주당 1500원의 배당을 약속한 것. 이마트처럼 주주환원정책을 3년간 실시해보고, 그 이후에는 3년 주기로 검토할 예정.
신세계의 주주환원정책으로 가장 큰 혜택을 받을 사람은 정용진 부회장의 동생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 정 총괄사장 역시 지난 9월 이명희 회장으로부터 신세계 주식 80만9668주를 증여받음. 9월 기준 정 총괄사장의 신세계 지분은 182만7521주로 지분율은 18.56%. 신세계 최대주주임.
정 총괄사장은 이번 주주환원정책에 따라 매년 최소 27억원(세전)의 배당금을 받게 됨. 신세계의 영업이익이 늘어나면 정 총괄사장이 받을 배당금도 늘어남. 배당금을 증여세(약 1000억원) 납부에 활용할 것으로 보임.
정 총괄사장은 신세계인터내셔날 주식 108만964주(15.14%)로 배당금(작년 세전 12억원)을 받고 있는데 이번 신세계 배당정책으로 추가 배당소득을 기대할 수 있음.
*주식증여 이후 배당정책 발표… 실적 상관없이 배당금 확보
주주환원정책이 나온 시기가 어머니 이명희 회장으로부터 주식을 증여받은 이후 나왔다는 점에서 일각에서는 주주환원정책이 정용진 부회장과 정유경 총괄사장의 증여세 마련을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기도.
증권사들의 실적 컨센서스에 따르면 올해 이마트와 신세계의 별도재무제표 기준 영업이익으로는 이번에 제시한 환원재원 기준(이마트 539억원, 신세계 147억원)을 충족하지 못할 것으로 보임. 그럼에도 '최저 배당 보장 정책'에 따라 정용진·정유경 두 남매는 안정적으로 배당금을 확보할 수 있음.
이마트와 신세계의 배당액수가 비교적 최근 들어 증가한 점도 이유 중 하나.
이마트는 2014년~2016년까지 1500원을 지급하다가 2017년 1750원으로 올리고 2018년부터는 꾸준히 2000원의 현금배당을 하고 있음. 신세계는 2014년 주당 1150원의 배당을 해오다가 2015년부터 2017년까지 100원 인상한 1250원을 배당해옴. 이후 2018년 2000원으로 배당금을 대폭 올리고 지난해에도 주당 2000원의 현금배당 실시함.
이번 주주환원정책의 경우 이마트는 예년수준(2000원)의 배당금(2000원)을 보장해주는 셈. 신세계는 예년수준(2000원)보다는 떨어질 수 있지만 최저 1500원의 배당금은 보장받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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