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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영화업계, 신용등급 줄강등…자금 확보 '비상'

  • 2020.12.21(월) 17:41

CGV·부산롯데호텔, 자금 조달 '골머리'
호텔롯데 긴장…등급 추가 하향시 강제 상환

코로나19의 대표적인 피해업종인 호텔과 영화업계가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신용등급 강등 탓이다. 올해 큰 폭의 실적 부진이 신용등급 하락의 가장 큰 원인인 가운데 내년의 실적회복도 기대하기 힘들다는 전망이 대부분이다. 업체들은 비교적 저금리인 회사채 발행보다는 CP(기업어음) 시장을 찾고 있다. CP는 금리가 회사채보다는 조금 높지만 수요예측 과정을 겪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실패 가능성이 적다. 

◇ CGV·부산롯데호텔, 자금 조달 난항

최근 영화관과 호텔업체들이 유동성 마련을 위해 회사채 발행에 나섰다가 잇따라 철회하고 있다. 이달 초 국내 영화관 1위 업체인 CJ CGV가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쓴 잔을 마셨다. 지난 7일 3년 만기 회사채 2000억 원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 나섰지만 단 10억 원의 주문만 들어왔다. 흥행 실패 이유는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신용도 하락때문이다.

지난달 30일 나이스신용평가는 CJ CGV의 단기신용등급을 기존 'A'에서 'A-'로 하향 조정했다. 수요예측을 단 일주일 앞두고 단행된 신용등급 강등에 투자자들이 발길을 돌린 셈이다. 신용등급 강등은 실적악화가 가장 큰 원인이다. CJ CGV의 3분기 연결기준 누적 매출액은 4401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69.5% 줄었다. 누적 영업적자는 2990억 원에 이른다. 

여기에 나이스신평 측은 CJ CGV의 등급전망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향후 실적이 회복되지 않는다면 평가등급이 최하단인 'BBB"로 떨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부산롯데호텔은 CP(기업어음) 발행 계획도 취소했다. 당초 부산롯데호텔은 1000억 원 규모의 CP를 발행할 계획이었다. 회사 측은 마련한 자금을 기존 차입금 상환을 위해 쓸 예정이었지만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이 역시 신용등급 강등 때문이다. 지난달 24일 한국신용평가가 부산롯데호텔의 신용등급을 'A1'에서 'A2+'로 한 단계 낮췄다.

실적 부진이 가장 큰 원인이다. 부산롯데호텔의 3분기 누적 매출액은 1178억 원으로 전년 대비 70% 이상 감소했다. 지난 수 년간 롯데렌탈(1106억 원)과 롯데손해보험(151억 원) 등 계열사 출자에 꾸준히 참여한 것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비교적 문턱이 낮은 CP발행 조차 어려움을 겪고 있는 셈이다. 한신평은 "부산롯데호텔의 수요 회복 시기가 불투명하다"며 "계열사 지분 취득 등에 나서면서 재무부담이 더 커졌다"고 설명했다.

◇ 업계, 엄격한 회사채보다 느슨한 CP 선호

다른 업체들의 경우 본격적인 유동성 확보에는 아직 나서지 않았지만 최근 신용등급이 줄줄이 하향 조정되면서 고민에 빠졌다. 4분기 들어 한국신용평가는 호텔롯데와 호텔신라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각각 'AA'에서 'AA-'로 하향 조정했다. 나이스신평은 CJ CGV와 함께 롯데시네마를 운영하는 롯데컬쳐웍스의 단기신용등급을 'A2+'에서 'A2'로 한단계 낮췄다.

신용등급 강등에 가장 고민이 깊은 곳은 호텔롯데다. 호텔롯데는 올해 상장을 통해 대규모 유동성 확보에 나설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계획을 무기한 연기했다. 상장을 미룬 대신 사모채와 장기CP를 통해 자금확보에 나서고 있지만 신용등급이 내려가면서 조달비용 부담이 계속 커지고 있다. 

올해 호텔롯데가 발행한 4900억 원 규모의 회사채는 강제상환옵션이 붙어있다. 신용등급이 2노치 이하로 떨어질 경우 자금을 강제상환한다는 조건이다. 신용등급이 한등급 떨어지면서 강제상환 가능성도 그만큼 커졌다.

신용등급이 떨어진 이후에는 수요예측을 피할 수 있는 장기CP를 위주로 발행했다. 3개월 이상의 CP는 부채가 아니라 자산에 속하기 때문에 재무제표의 일시적인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최근 부동산 규제의 효과로 CP금리가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CP 시장 덕분에 신용등급이 떨어진 회사들의 숨통이 그나마 트인 상황"이라며 "하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실적회복과 그에 따른 신용등급 개선이 없다면 조달비용의 증가로 회사에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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