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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유통가 회사채 시장 '양극화'

  • 2020.04.27(월) 09:47

오리온, 롯데칠성, 롯데푸드 등 채안펀드 덕 순항
호텔롯데와 이마트·GS리테일 등은 자금확보 총력

코로나19 사태로 유통업계의 자금 조달에 적신호가 켜졌다. 실적 악화로 신용등급 전망이 나빠지면서 회사채 발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다만 일부 우량기들은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 등의 영향으로 준수한 조달 실적을 기록하면서 유통업계 회사채 시장의 양극화 현상도 선명해지고 있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신용등급 'AA'급인 오리온과 호텔신라, 롯데칠성, 롯데푸드 등이 기존 회사채를 상환하기 위한 신규 회사채 발행용 수요 예측에 나선 결과 모집액보다 더 많은 주문이 몰렸다.

오리온은 모집액 700억원의 5배에 달하는 3500억원, 호텔신라는 모집액 1500억원보다 더 많은 2500억원의 매수 주문을 받았다. 롯데칠성은 모집액 1500억원보다 두 배가 많은 3200억원의 주문이 몰리자 발행 규모를 3000억원으로 늘렸다. 롯데푸드의 경우 700억원 모집에 1400억원이 몰려 최종적으로 1000억원을 조달할 예정이다.

이 기업들이 최근 코로나19 사태에도 성공적으로 자금을 조달한 건 정부가 긴급 투입한 채안펀드의 덕이 크다. 채안펀드는 오리온에 300억원, 호텔신라에 500억원, 롯데칠성 600억원, 롯데푸드 300억원의 자금을 투입했다.

문제는 모든 기업들이 채안펀드의 혜택을 보긴 어렵다는 데 있다. 실제로 4월 회사채 발행 규모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특히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신용경색으로 4월 회사채 상환액이 3조 9300억원에 달하면서 2조 6900억원에 그친 발행액을 넘어섰다.  

기존 회사채를 갈아타기 위한 수요 예측 자체도 부담스러운 실정이다. 수요 예측에 나섰다가 만에 하나 미달 사태라도 날 경우 투자심리가 되레 불안해질 있는 만큼 많은 기업들이 대환보다는 상환을 선택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에만 롯데쇼핑과 한화호텔앤드리조트, 호텔롯데, 호텔신라, CJ CGV 등의 신용등급 전망이 떨어졌다. 글로벌 신용평가사들은 국내 기업에 유독 혹독한 평가를 내리고 있다. 최근 무디스는 이마트의 신용등급을 투기등급인 'Ba1'로 낮췄고, 롯데쇼핑은 'Baa3'에 부정적 전망을 붙였다. 그러면서 두 회사 모두 신용등급을 철회했다.

올해 상장까지 노리고 있는 호텔롯데는 더 아쉽다. 최근 호텔롯데의 신용등급은 'AA, 안정적'에서 'AA 부정적'으로 바뀌었다. 호텔롯데는 올해 상반기에만 3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가 다가온다. 

호텔롯데는 지난 3월 500억원 규모의 사모 회사채 발행에 성공했지만 상환 조건에 '강제'를 붙여야 하는 굴욕을 겪기도 했다. 회사채 발행에 '강제' 조건이 붙으면 만기 이전이라도 신용등급이 떨어지거나 등급 확보에 실패할 경우 강제로 조기상환해야 한다. 신용등급이 'AA'인 기업에  강제상환 옵션을 붙이는 것은 이례적이다.

단기자금은 아예 기업어음(CP) 시장으로 눈길을 돌리는 기업도 나오고 있다. 코로나 19사태 이후 이마트가 2135억원, GS리테일은 1700억원 규모의 CP를 발행해 자금을 확보했다. 이마트의 경우 잔존일이 3일에 불과한 초단기자금이었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지금처럼 경제 상황이 어려워질수록 미리 자금을 조달해둘 필요가 커진다"면서 "시간이 갈수록 시중 자금이 우량기업에 몰리는 현상이 생기면서 상황이 안 좋은 기업들은 아예 돈줄이 막힐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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