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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대웅제약, '나보타' 전쟁에서 소외된 이유

  • 2021.02.23(화) 14:05

메디톡스‧엘러간‧에볼루스, 미국서 '나보타' 판매 3자간 합의
ITC, 지식재산권 침해 인정…국내 소송도 메디톡스 승소 예상

보툴리눔 톡신 제제 ‘나보타(미국 수출명: 주보)’를 둘러싼 대웅제약과 메디톡스의 오랜 다툼이 일단락 됐습니다. 미국에서 메디톡스와 엘러간, 에볼루스 3자간에 합의 계약을 체결한 건데요. 정작 나보타를 개발한 대웅제약은 이번 합의에서 쏙 빠져있습니다. 어떻게 된 일일까요?

나보타, 미국 시장서 견고했던 '보톡스' 위협

미국 보툴리눔 톡신 시장 규모는 약 2조 원으로 이 중 80%를 엘러간의 오리지널 ‘보톡스’가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그동안 엘러간의 입지는 굳건했습니다. 대웅제약이 지난 2013년 9월 나보타 개발 직후 미국 에볼루스사와 미국, 유럽, 호주, 캐나다 지역에 대한 독점 공급 계약을 체결하기 전까지는 말이죠.

당시 대웅제약이 에볼루스와 체결한 계약금은 기술료와 5년간 누적 수출액을 합산해 2억 6960만 달러(한화 약 3000억 원) 규모였습니다. 에볼루스는 2600명의 성형외과 의사로 구성된 미국미용성형외과학회와 긴밀한 파트너십을 맺고 있었습니다. 허가만 받으면 원활한 미국 시장 진출이 보장돼 있었던 겁니다. 특히 대웅제약의 나보타는 가격 경쟁력도 갖춰 엘러간이 독점하고 있는 미국 시장에서 게임체인저로 기대를 모았습니다.

이보다 며칠 앞서 메디톡스는 개발 중이던 차기 보툴리눔 톡신 제제를 미국 엘러간에 라이선스 아웃했었습니다. 그러나 엘러간은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톡신 제제 임상을 더디게 진행했습니다. 그동안 에볼루스와 대웅제약의 미국 임상이 신속하게 진행되면서 메디톡스와 엘러간은 나보타의 미국 진출을 막기 위해 2016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소송을 제기합니다. 다툼은 수년간 이어졌고 최근 나보타의 21개월간 수입금지 조치가 결정됐습니다.

3자간 합의서 소외된 대웅…양사 모두 실익 챙긴 합의

대웅제약은 ITC 결정에 대해 항소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습니다. 반면 에볼루스는 나보타의 영업활동 중단을 피하기 위해 메디톡스, 엘러간과 3자 합의에 나섰습니다. 미국 공급 및 판매 권한은 전적으로 에볼루스가 갖고 있습니다. 그런 만큼 대웅제약과 합의 없이 에볼루스 경영진의 판단만으로 이뤄진 합의였던 겁니다.

3자간 합의 계약 조건은 메디톡스와 에볼루스에 합의금 3500만 달러(약 390억 원)와 2년간 미국 내에서 나보타 판매로 얻을 매출의 일부를 로열티로 지급하는 것입니다. 해당 기간 이후에는 에볼루스가 판매권한을 갖고 있는 국가에서 나보타 매출의 한 자릿수 중간비율(mid single digit)을 로열티로 지급하게 됩니다. 또 에볼루스는 메디톡스에 자사 신주 676만 2652주를 부여했습니다.

끝날 것 같지 않던 나보타 분쟁은 미국 등 일부 시장에서만 마무리가 된 겁니다. 가장 이상적인 종결은 대웅제약과 메디톡스의 합의입니다. 하지만 정작 개발사인 대웅제약은 이번 합의에서 제외됐습니다. 업계에서는 당혹스럽다는 반응이 나옵니다. 항소에 대한 의지가 강력했던 대웅제약 역시 합의 계약 이슈가 터진 직후 "사실 무근"이라며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당사자인 대웅제약은 소외됐지만 이번 3자 합의로 양사 모두 실익을 챙기게 됐습니다. 메디톡스는 에볼루스의 2대 주주로 올라섰습니다. 합의금과 판매 로열티 수취로 그동안의 손실을 만회할 수 있게 됐습니다. 선민정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올해 나보타 매출이 8900만 달러를 기록할 경우 메디톡스는 약 500만 달러의 로열티를 받게 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 소식에 곤두박질쳤던 메디톡스의 주가는 상한가를 기록했습니다. 대웅제약은 미국에서 나보타의 판매로 더 이상 골머리 앓을 일이 사라졌죠.

국내 소송서 메디톡스 승소 가능성도 확대

대웅제약과 메디톡스의 싸움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닙니다. 아직 국내 민‧형사 소송이 남아있는데요. 다만 그동안 대웅제약에 기울었던 여론이 이제는 메디톡스로 기우는 분위깁니다. 메디톡스는 허가자료 조작 혐의로 주력 보툴리눔 톡신 제제들이 국내에서 허가 취소 처분을 받은 바 있습니다. 메디톡스가 조작된 자료로 허가를 받은 만큼 대웅제약에 균주 기술이 유출됐다는 주장이 받아들여지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던 겁니다.[관련 기사: 메디톡스, 이변은 없었다…메디톡신 허가취소에 '나락행']

그러나 대웅제약의 파트너사인 에볼루스가 메디톡스와 합의에 나서면서 ITC의 결정이 지식재산권 침해를 인정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메디톡스 역시 국내 소송에서 ITC 소송결과와 에볼루스와의 합의계약을 근거로 지식재산권 침해를 주장할 것으로 보입니다.

만약 메디톡스가 국내에서도 승소한다면 손해배상금을 손에 쥘 수 있게 됩니다. 나보타의 일시 판매중지 처분 가능성도 없지 않습니다. 과연 메디톡스가 국내 소송에서도 승리를 이끌어낼 수 있을까요? 관심있게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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