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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변 커머스]네이버는 아직 이베이를 놓지 않았다?

  • 2021.03.22(월) 15:17

네이버, 비밀리에 이베이코리아 IM 수령
신세계와 동맹…간접 참여 가능성 열어둬

쿠팡이 쏘아 올린 미국 증시 상장 '로켓'이 국내 이커머스 시장을 요동치게 하고 있다. 쿠팡의 성공적인 미국 증시 데뷔와 대규모 자금 조달의 본격화는 이커머스 업계 '지각 변동'으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이 후끈 달아오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은 이머커스 업계 판도 변화의 신호탄이 될 전망이다. 인수전에 뛰어든 기업들의 전략을 짚어보고 막전 막후를 알아봤다. [편집자] 

이번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서 가장 의아한 부분이 네이버의 불참입니다. 네이버는 최근 쇼핑 부문 강화에 전력투구하고 있습니다. 오랜 기간 쌓아온 고객들의 각종 데이터를 바탕으로 시장을 공략했고 이미 성공을 거두고 있죠. 실제로 작년 기준 네이버의 쇼핑거래액은 30조 원에 달합니다. 이미 쿠팡(22조 원)을 넘어섰습니다. 네이버의 전략이 시장에서 통하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런 네이버가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잘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네이버 입장에서도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게 되면 국내 이커머스 시장을 완전히 장악할 수 있을 텐데 말이죠. 게다가 실탄이 부족한 것도 아닐 텐데 왜 외면했을까가 무척 궁금했습니다. 더불어 네이버가 진짜 이베이코리아에 관심이 없을까 하는 합리적인 의심도 들었습니다. 진실은 무엇일까요?

◇ 시선 부담된 네이버, 비밀리에 'IM' 수령

의심이 들면 확인을 해봐야겠죠. 하지만 네이버는 쉬운 취재 대상이 아닙니다. 어느 한 곳 쉬운 취재 대상이 있겠습니까만 유독 네이버나 쿠팡 같은 곳은 기자들에게 취재하기가 어려운 곳으로 꼽힙니다. 공식적인 루트를 통해서는 '누구나 할 수 있는 답변' 밖에 듣지 못합니다. 그래서 찾았습니다. 네이버의 속내를 알려 줄 비밀스런, 비공식적인 루트를 말이죠.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네이버는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관심이 있습니다.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네이버는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위한 투자설명서(IM)를 받아 간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그것도 아주 비밀스럽게, 절대로 외부로 알려지지 않도록 신신당부를 했다는 이야기도 들렸습니다. 네이버가 IM을 받아 갔다는 것은 이번 딜에 관심이 있다는 방증입니다. ☞<관련기사:[단독]네이버, 이베이코리아 인수 카드 '만지작'>

네이버가 IM을 수령하면서 '비밀유지'를 강조했다는 것은 그만큼 네이버가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관심이 있다는 사실이 수면위로 떠오르는 것이 부담스러워서였을 겁니다. 네이버는 이미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지배력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이베이코리아까지 인수하게 되면 막강한 권력을 가지게 됩니다. 당연히 네이버를 보는 시선이 곱지 않겠죠. 소비자와 접점이 많은 네이버에게는 부담입니다. 

네이버도 고민이었을 겁니다. 관심을 접을 수도, 관심을 가질 수도 없는 상황이었으니까요. 결국 네이버는 한 발 걸치기를 시도합니다. 업계의 관심이 쏠려있는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을 그냥 손 놓고 바라볼 수만은 없었을 겁니다. 네이버가 극비리에 IM을 받아 간 이유입니다. 물론 네이버는 IM만 받아 갔을 뿐 예비 입찰에는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관심이 있었다는 정도가 팩트입니다. 하지만 업계에서 보는 시선은 좀 다릅니다.

◇ CJ·신세계와 동맹…'교집합'은 네이버

사실 이번 인수전에서 네이버는 인수 후보군으로 거의 언급되지 않았습니다. 이미 더 큰 다른 일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바로 신세계와의 지분교환입니다. 지난 16일 네이버는 신세계와 2500억 원 규모의 지분 교환에 합의했습니다. 이로써 네이버와 신세계는 각자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함께 온·오프라인 유통 시장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됐습니다.

네이버의 전략은 치밀합니다. 자신들이 갖지 못한 부분은 외부의 그것을 잘 하는 곳과 손을 잡는 방법으로 메워왔습니다. 미래에셋대우와의 지분 교환을 통해 네이버파이낸셜을 키웠습니다. 작년에는 CJ그룹과도 같은 방식으로 손을 잡았습니다. 그동안 네이버의 약점으로 지목됐던 배송 문제를 단번에 해결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이번 신세계와의 지분 교환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이 가능합니다. 네이버는 신세계와의 동맹을 통해 이마트몰과 트레이더스몰을 입점 시킬 수 있습니다. 신선식품 등에 강점이 있는 신세계의 아이템을 장착하게 되는 셈입니다. 여기에 물류 뿐만 아니라 포인트 등에서 다양하게 협력이 가능해집니다. 네이버와 신세계 모두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옵션들을 대거 갖추게 된 겁니다.

네이버는 신세계, CJ그룹과 외형적으로는 별개의 동맹을 맺은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네이버는 각 동맹의 '교집합'에 해당합니다. 이는 곧 네이버가 각 동맹의 장점을 모두 활용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동안 네이버는 약점은 외부를 통해 채우고 이를 발판 삼아 장점은 극대화했습니다. 양 동맹의 교집합에 위치한 만큼 네이버는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는 절대 강자가 될 준비를 마친 셈입니다.   

◇ 신세계 통해 인수전 '간접 참여' 가능성도

이제 눈여겨 볼 점은 네이버와 신세계의 지분 교환과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의 상관관계입니다. 일단 네이버가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관심이 있었다는 사실은 확인했습니다. 문제는 다음 액션인데요. 업계에서는 네이버가 신세계를 통해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 간접적으로 참전을 하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신세계는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매우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업계에서는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과 이해진 네이버 GIO가 만났을 당시 이베이코리아 인수전 참여에 대해 일종의 교감을 마쳤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네이버가 전면에 나서기 보다는 신세계와 지분 교환을 통해 동맹을 구축하고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는 간접적으로 참여하는 방안을 고려했을 것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이해진 네이버 GIO.

이렇게 되면 네이버로서는 자신들이 이번 인수전 전면에 나서는 부담을 덜고 관심을 갖고 있던 이베이코리아에 일정 부분 영향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네이버가 신세계의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 재무적 투자자 혹은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원래 M&A에는 합종연횡이 비일비재하니까요.

네이버가 비밀리에 이베이코리아의 IM을 받아 갔다는 점도 이런 해석에 힘을 싣습니다. 결국 외형적으로는 네이버가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 관심이 없는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 내부적으로는 깊은 관심을 갖고 큰 그림을 그렸을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IB업계 관계자는 "네이버가 이베이코리아 인수 여부를 두고 내부적으로 고민을 했던 것으로 안다"며 "신세계가 인수 주체가 되더라도 네이버는 직·간접적 수혜를 누릴 구조를 만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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