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週刊流通](주간유통)은 비즈니스워치 생활경제팀이 한 주간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있었던 주요 이슈들을 쉽고 재미있게 정리해 드리는 콘텐츠입니다. 뉴스 뒤에 숨겨져 있는 또 다른 사건들과 미처 기사로 풀어내지 못했던 다양한 이야기들을 여러분들께 들려드릴 예정입니다. [週刊流通]을 보시면 한 주간 국내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벌어진 핵심 내용들을 한눈에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자 그럼 시작합니다. [편집자]
◇ 또 하나의 전쟁 '요기요 인수전' 스타트
이번 주 유통·식음료 업계는 이렇다 할 큰 사건 없이 비교적 조용했습니다. 관심을 모으고 있는 이베이코리아 인수전과 관련된 이야기도 별로 없었죠. 여러 이야기들이 나올 법도 한데 재미있는 이야기는 들리지를 않네요. 하지만 밖에서 볼 때에만 그랬을 뿐 안에서는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이 외형적으로 조용했던 건 인수 후보자들이 현재 다들 실사에 들어갔기 때문입니다.
지난주에도 꺼내들었던 이베이코리아 인수전 이야기를 왜 또 하느냐 하실 겁니다. 실은 이 이야기를 꺼내고 싶어서입니다. 꽤 큰 딜이지만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 밀려 크게 주목받지 못하고 있는 딜. 어디로 가느냐에 따라 업계의 판도가 확 달라질 수도 있는 중요한 딜. 바로 배달앱 '요기요 인수전' 이야기입니다. 최근 요기요가 매각을 위한 본격적인 움직임에 나섰거든요.
사실 요기요 인수전은 이베이코리아만큼 큰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베이코리아에 비해 규모나 매각 가격 등에서 차이가 커서일 겁니다. 업계에서는 요기요 매각 가격을 최소 1조 원 정도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베이코리아가 5조 원가량으로 점쳐지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싼 가격입니다. 하지만 1조 원에 어디 애들 이름인가요? 아마 이베이코리아 인수전과 맞물리지 않았다면 나름 큰 딜로 주목받았을 겁니다.
그럼에도 요기요 인수전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있습니다. 요기요는 배달의민족에 이어 국내 배달앱 시장 2위입니다. 시장 점유율이 30%에 달하죠. 따라서 요기요를 누가 가져가느냐에 따라 배달앱 시장의 판도가 확 달라질 수 있습니다. 국내 배달앱 시장은 쭉쭉 성장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사람들이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배달앱을 이용하는 횟수가 늘어나서입니다.
요기요는 독일계 회사인 딜리버리히어로(DH)가 갖고 있는 회사입니다. DH는 2019년 국내 배달앱 1위인 배달의민족을 인수합니다. 이로써 DH는 기존에 갖고 있던 요기요와 배달통에 배달의민족까지 품으면서 국내 배달앱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게 됩니다, 당시 DH가 배달의민족 인수는 국내 배달앱 시장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하지만 변수가 있었습니다. 바로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심사입니다.정부는 인수·합병시 국내 시장에 독과점이 일어나는지 여부 등을 꼼꼼히 따집니다. 즉 아무리 M&A를 했다고 해도 정부가 '오케이'를 해주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DH의 배달의민족 인수를 살펴본 공정위는 희한한 방안을 내놓습니다. DH가 요기요를 매각하면 배달의민족 인수를 승인해 주겠다는 안을 내놓습니다.
쉽게 말해 새 집을 얻고 싶으면 지금 살고 있는 집을 내놓으라는 겁니다. 업계에서는 공정위가 사실상 DH의 배달의민족 인수를 불허했다고 봤습니다. DH가 배달의민족을 인수한 것은 국내 배달앱 시장을 완전히 장악하기 위해서일 겁니다. 그런데 요기요를 내놓게 되면 당초 그려뒀던 그림이 어그러지게 됩니다. DH도 DH코리아를 통해 정부 제시안에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그러나 반전이 일어납니다. 처음에는 강하게 반발했던 DH가 공정위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한 겁니다. 최근 본격화되고 있는 요기요 매각 스토리는 이렇게 시작됐습니다. 최근 요기요 매각을 주관하는 모건스탠리는 주요 인수 후보 10곳 이상에 투자설명서를 발송했습니다. 요기요 매각이 본격화됐다는 신호탄입니다. 이제 관심이 쏠리는 것은 누가 투자설명서를 받아 갔느냐입니다.
통상적으로 투자설명서를 받아 갔다는 것은 이번 딜에 관심이 있다는 방증이기 때문입니다. 업계 등에 따르면 롯데, 신세계, GS리테일 등 국내 유통 대기업은 물론 MBK파트너스, 텍사스퍼시픽그룹(TPG) 등 국내외 대형 PEF들이 비밀유지 계약서를 맺고 투자설명서를 받아 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즉 이들이 잠재적 인수 후보군이라는 이야기입니다.
눈여겨볼 것은 이들 중 롯데, 신세계, MBK는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 참여하고 있는 곳들이라는 점입니다. 실탄 여부를 떠나 그만큼 요기요가 매물로서 가치가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자, 이제 요기요 인수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됐습니다. 투자설명서를 받아 간 곳들은 내부적으로 열심히 주판알을 튕길 겁니다. 이들 중 누가 인수전 스타트라인에 설까요? 함께 지켜보시죠.
◇ '실탄 장전' 쿠팡, 방아쇠를 당겼다
이번에는 쿠팡 이야기를 좀 해볼까요? 미국 뉴욕 증시 상장에 성공한 쿠팡은 요즘 유통업계에서 가장 핫한 업체입니다. 지난 설 연휴에 미국 뉴욕 증시 상장 소식을 알리면서 파란을 예고했죠. 쿠팡의 미국 뉴욕 증시 상장은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 엄청난 화력의 로켓을 발사한 셈이 됐습니다. 상장을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국내 이커머스 시장을 융단폭격하겠다는 계획을 밝혔기 때문이죠.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이 후끈 달아오른 것도 이 때문입니다. 경쟁업체들 입장에서는 상장을 통해 확보한 자금을 무지막지하게 쏟아 낼 쿠팡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이베이코리아 인수가 절실해졌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쿠팡은 이번 미국 뉴욕 증시 상장으로 약 5조 원가량의 자금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관심은 이 자금을 어디에, 어떻게 쓸 것인가에 쏠려있었죠.
최근 그 윤곽이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쿠팡은 최근 전라북도 완주군에 물류센터 건립을 발표했습니다. 이어 곧바로 경상남도에 3개의 물류센터를 짓겠다고 했죠. 쿠팡이 전국 곳곳에 물류센터를 짓겠다고 나선 데에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권역별로 물류센터를 보유하게 되면 쿠팡이 자랑하는 '로켓 배송'이 더욱 원활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전국을 '로켓 권역'으로 만들겠다는 심산인 겁니다.
쿠팡이 지금처럼 성장할 수 있었던 데에는 로켓 배송이 큰 몫을 했습니다. 배송 혁명이라고 불릴 만큼 쿠팡의 로켓 배송은 소비자들을 열광케했죠. 매년 적자폭이 커져감에도 쿠팡이 지금껏 버틸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입니다. 오늘 주문해서 내일 새벽에 받아보는 로켓 배송의 매력에 한 번 빠진 소비자들에게 로켓 배송을 끊기란 무척 어려운 일입니다. 결국 쿠팡의 충성 고객이 될 수밖에 없었죠.
이뿐만이 아닙니다. 쿠팡은 최근 '무료 배송' 카드를 빼들었습니다. 쿠팡은 기존 쿠팡의 유료 멤버십 '와우 회원'에 가입하지 않은 고객에게도 한시적으로 무료배송 서비스를 제공키로 했습니다. 사실 소비자 입장에서 가장 아까운 것 중 하나가 배송비입니다. 어떤 제품은 제품값보다 배송비가 더 비싸기도 합니다. 배송비 포함 시 최저가가 아닌 경우도 많습니다. 쿠팡은 소비자들의 이런 가려운 부분을 파고들었습니다.
쿠팡이 무료배송을 들고 나온 데에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기존 고객 이외에 신규 고객을 더 많이 유입시키기 위한 전략의 일환입니다. 배송비에 아쉬움이 많았던 소비자들을 쿠팡 고객으로 유입시켜 '쿠팡의 맛'을 들이려는 겁니다. 아시다시피 '쿠팡 맛'에 한 번 빠져들면 헤어 나오기가 어렵습니다. 경쟁사들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문제는 이 모든 프로모션이 돈이라는 점입니다. 쿠팡은 '한시적'으로 '무료 배송'을 한다고 하지만 언제까지인지는 밝혀두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쿠팡이 보기에 만족스러울 만큼 고객이 유입됐을 때까지 일 겁니다. 그리고 세상에 공짜는 없습니다. 쿠팡이 무료 배송을 제공한다고는 하지만 이는 사실상 쿠팡이 부담하는 겁니다. 그 재원은 미국 증시 상장으로 확보한 자금입니다. 그래서 쿠팡이 무서운 겁니다.
쿠팡의 공세에 이마트 등도 반격에 나섰습니다. 이마트는 '최저가격 보상 적립제'로 대응에 나섰습니다. 소비자가 이마트 오프라인 매장에서 구입한 상품이 쿠팡·롯데마트몰·홈플러스몰 판매 상품보다 비쌀 경우 앱에서 소비자에게 차액을 보상하는 방식입니다. 다분히 쿠팡의 무료 배송을 의식한 조치입니다. 여기에는 쿠팡에 더 이상 밀릴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담겨있습니다.
쿠팡이 무료 배송을 앞세워 소비자들에게 '쿠팡 맛'을 중독 시키게 되면 이마트 등 오프라인 유통 업체들의 설자리는 더욱 줄어들게 됩니다. 최근 수년간 소비 트렌드가 온라인으로 완전히 넘어간 상황에서 쿠팡의 독주는 곧 오프라인 업체들에게 사형 선고와 같습니다. 이제 실탄을 제대로 장전한 쿠팡의 융단폭격이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경쟁업체들은 어떻게 방어할까요? 또 시장 판도는 어떻게 바뀔까요? 무척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