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업계가 점포 리뉴얼 콘셉트로 '럭셔리 강화'를 밀고 있다. 매장 위치를 옮기거나 동일 브랜드의 매장을 품목별로 나눠 추가하는 등 명품 매장을 확대하는 추세다. 경기 침체에도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고소득층의 명품 수요를 겨냥한 전략이다.
1층에도 있었는데?
최근 현대백화점은 서울 여의도 더현대 서울 지상 2층에 루이비통, 프라다의 남성 전문 매장을 열었다. 더현대 서울 1층엔 루이비통, 프라다 매장이 있다. 이번 매장 확대를 통해 젊은 고객을 겨냥하는 상품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더현대 서울은 지난 2021년 오픈 당시 넓은 휴식공간 등 기존의 백화점들과 다른 획기적인 구조로 이목을 끌었지만, 핵심 명품 브랜드를 확보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하지만 이달 기준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 수는 총 58개로, 1년 새 63% 늘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기존 명품 매장은 그대로 1층에 유지하고, 명품 '멘즈' 전문관을 추가 유치해 럭셔리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함"이라며 "그간 더현대 서울이 'MZ백화점' 이미지가 강했다면, 럭셔리를 더해 '영 앤 럭셔리 백화점'으로 변화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도 명품 매장을 품목별로 나눠 운영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본점에 이미 '셀린느' 여성·남성 전문 매장이 있지만, 내년 상반기 중으로 1층에 '셀린느' 잡화 매장을 열 예정이다. 앞서 2021년엔 본점 5층에 남성 해외패션관을 조성해 루이비통, 구찌, 디올 등의 남성 전문 매장을 선보인 바 있다.
한화갤러리아는 서울 명품관을 리뉴얼하며 명품 브랜드 위치를 변경했다. 우선 웨스트 1층에 있던 뷰티 섹션을 2층으로 이동시켰다. 빈 공간엔 에르메스, 보테가베네타 등 하이엔드 브랜드를 채우기로 했다. 신세계백화점도 올해 5월 강남점 본관에 있는 맨즈 럭셔리 전문관을 신관으로 확장했다.
한화갤러리아 관계자는 "리뉴얼은 단순히 공간 재배치를 넘어 명품 콘텐츠를 강화하려는 전략"이라며 "백화점의 얼굴인 웨스트 1층 공간의 명품 브랜드 확대와 환경 개선 등을 위해 진행하고 있다"며 "지난 7월 시작한 리뉴얼 작업은 내년 3분기까지 이어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흔들리지 않는 소비
VIP 고객 유치와 관리는 백화점의 핵심 전략이다. 경기 침체에도 상대적으로 크게 변화가 없는 부유층의 소비 특성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명품은 고객 이동 동선을 정하는 핵심 축이다. 백화점이 매출을 끌어올리기 위해선 고객의 동선을 어떻게 유도하느냐가 중요하다. 백화점들이 명품 매장 위치를 옮기고, 동일한 브랜드를 품목별로 나눠 매장을 입점시키는 이유다.
대표적인 예로 국내 백화점 중 2017년부터 꾸준히 매출 1위를 지키고 있는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이 있다. 신세계 강남점은 지난 2021년 리뉴얼을 진행하며 기존 1층에 있던 구찌, 몽클레르, 미우미우, 코치, 토즈, 페라가모, 프라다 등의 명품 매장을 2·3층으로 옮겼다. 지상 2층에 VIP 고객용 발렛 출입구가 있었기 때문이다.
아예 VIP 고객만을 위한 공간을 강화하는 경우도 있다. 신세계 센텀시티는 내년 상반기에 VIP 라운지 '어퍼하우스'를 신설하기로 했다. 어퍼하우스는 전년도 1억2000만원 이상 구매 고객을 위한 공간이다. 또 기존 VIP 라운지와 퍼스널 쇼핑 룸(PSR) 등을 전면적으로 확장할 예정이다. 신세계 센텀시티는 최근 5년 새 VIP 매출이 73% 성장했다. 같은 기간 대중 고객 매출 증가율은 43%다.
업계 관계자는 "경기 침체 장기화와 소비 부진에도 명품 수요가 일정하게 유지되는 부유층 고객을 겨냥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