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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의 성공 공식…'백화점'을 떼라

  • 2024.08.28(수) 07:10

아이파크몰·더현대서울 매출 급성장
팝업스토어·F&B로 즐길 거리 제공

아이파크몰의 빠델 라운지. / 사진=HDC아이파크몰

백화점들이 간판에서 '백화점'을 떼고 '복합쇼핑몰'로 탈바꿈 하고 있다. 한 공간에서 먹고 즐기는 '몰링' 문화가 확산하면서 복합쇼핑몰이 각광 받고 있어서다. 이전에는 유통업체들이 '스타필드', '롯데몰' 등 별도의 복합쇼핑몰 브랜드를 내세웠다면, 최근에는 백화점을 아예 복합쇼핑몰로 새 단장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매장 바꾸고 또 바꾼다

HDC아이파크몰이 운영하는 아이파크몰 용산점(이하 아이파크몰)은 복합쇼핑몰에 집중하기 위해 '백화점'을 떼어 낸 대표적인 사례다. 아이파크몰은 지난 2018년 법인명을 현재의 HDC아이파크몰로 바꾸면서 '아이파크백화점'이라는 명칭을 없앴다. 백화점 이미지를 지우고 아무때나 쇼핑과 즐길거리를 찾아 방문할 수 있는 복합쇼핑몰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아이파크몰은 이후 꾸준히 MD를 개편해 식음(F&B) 매장과 체험형 콘텐츠를 강화해왔다. 쇼핑만을 목적으로 한 고객보다 즐길 거리를 찾는 고객들이 늘고 있다는 데 착안한 전략이다.

아이파크몰이 지난 4월 유튜버 와인킹과 손잡고 선보인 와인 전문 팝업스토어에는 20일 동안 총 10여만 명이 방문했다. / 사진=HDC아이파크몰

아이파크몰은 올해도 MD 개편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5월에는' D7 푸드시네마'를 리뉴얼 해 새로운 식당을 입점시켰다. D7 푸드시네마는 지난 2020년 문을 연 아이파크몰의 대표 F&B 공간으로 누적 방문객 수는 1000만명이 넘는다. 지난 4월에는 업계 최초로 테니스와 스쿼시를 혼합한 스포츠 '빠델' 구장도 선보였다. 또 본업 강화를 위해 올 3월 가구, 생활용품 등을 판매하는 '리빙파크'를 역대 최대 규모로 개편했고 지난 6월에는 '패션파크' 3층도 리뉴얼 오픈했다.

이 같은 전략으로 아이파크몰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아이파크몰의 외형 매출은 2021년 3520억원, 2022년 4200억원, 지난해 5000억원으로 늘면서 신기록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도 1분기 외형매출이 1223억원, 2분기 외형매출이 1325억원을 기록해 각각 전년 동기보다 10.3%, 11.3%씩 증가했다. 월 매출은 29개월째 전년 동월 대비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리빙 카테고리는 18개월째, F&B는 43개월째 매출이 늘고 있다.

아이파크몰 관계자는 "백화점에 비해 카테고리가 다양하기 때문에 매출이 부진한 영역이 있을 때도 다른 카테고리가 메꿀 수 있기 때문에 꾸준한 성장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쇼핑보다 '놀 거리'

현대백화점이 운영하는 '더현대 서울' 역시 백화점을 떼어 낸 성공 사례로 꼽힌다. 더현대서울은 지난 2021년 2월 현대백화점이 서울 여의도에 선보인 신규 백화점이다. 더현대 서울은 1985년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 오픈 때부터 사용해왔던 ‘백화점’이라는 단어를 점포명에서 제외했다. 백화점이라는 한정된 틀에서 벗어나 고객에게 수준 높은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겠다는 의도에서다. 

실제로 더현대 서울은 판매 공간 위주의 일반적인 백화점과 달리 체험형 콘텐츠와 다양한 즐길거리로 매장을 채웠다. 더현대 서울이 주목한 것 중 하나는 팝업스토어다. 통상 백화점은 1년에 한 번 MD개편을 하거나 4~5년에 한 번씩 리뉴얼을 진행한다. 반면 더현대 서울은 빠르게 변화하는 유통 트렌드를 오프라인 매장에 신속하게 반영하기 위해 매장을 짧게 열고 닫는 팝업스토어에 집중했다. 지난 3년간 더현대 서울이 연 팝업스토어는 770여 개에 달한다. 

지난 3월 더현대 서울 5층 사운즈포레스트에서 고객들이 버추얼 아이돌 ‘플레이브’의 콘서트를 관람하고 있다. / 사진=현대백화점그룹

또 기존 백화점 MD의 틀을 깨고 엔터테인먼트 분야 콘텐츠를 핵심 시설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 3월 진행한 버추얼 아이돌 팝업스토어다. 약 한 달간 진행된 버추얼 아이돌 세 팀의 팝업스토어에는 약 10만명의 고객이 다녀갔다. 한 달간 거둔 매출도 70억원에 달했다.

이 같은 전략으로 더현대 서울은 MZ세대의 '핫플레이스'로 자리매김하면서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실제로 더현대 서울은 지난해 국내 백화점으로는 최단 기간인 33개월만에 연 매출 1조원을 달성했다. 지난해 매출 성장률은 16.6%로 5대 백화점의 전국 70개 점포 중 가장 높았다. 올 상반기에도 더현대 서울의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15.2% 늘면서 전국에서 가장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출점 대신 리뉴얼

최근 백화점업체들이 점포명에서 '백화점'을 빼는 사례는 더 늘고 있다. 비용이 많이 드는 신규 출점 대신 기존 점포를 복합쇼핑몰 형태로 리뉴얼 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세계백화점은 신세계백화점 경기점의 리뉴얼을 마치고 '신세계 사우스시티'로 새롭게 문을 연다. 새 이름에는 백화점을 빼는 대신 수도권 남부 랜드마크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신세계백화점 경기점은 2020년부터 올해 초까지 약 4년간 대대적인 리뉴얼 공사를 진행했다. 오는 29일 '스타필드마켓'으로 이름을 바꾸는 이마트 죽전점과 함께 신세계타운을 조성해 경기 남부 공략에 나선다.

커넥트 현대의 현대어린이책미술관(MOKA) 전경 연출 이미지. / 사진=현대백화점그룹

현대백화점은 현대백화점 부산점의 이름을 '커넥트 현대'로 바꾸고 다음달 6일 다시 문을 연다. 현대백화점 부산점은 지난 7월 영업을 종료한 후 약 두 달에 걸친 리뉴얼 작업에 들어갔다. '사람, 장소, 문화를 연결하는 플레이그라운드'라는 콘셉트로 지역 맞춤형·도심형 복합쇼핑몰로 탈바꿈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롯데쇼핑도 롯데백화점 수원점과 롯데몰 수원점을 통합해 '타임빌라스 수원'을 선보였다. 타임빌라스 수원은 백화점의 프리미엄 브랜드를 쇼핑몰에 이식하고 쇼핑몰의 트렌디함과 다양성을 백화점에 옮긴 '컨버전스 쇼핑몰'가 콘셉트다. 새로운 이름에는 백화점이라는 단어뿐만 아니라 '롯데'의 이름도 뺐다. 롯데백화점은 2026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는 대구 수성점과 인천 송도점에도 '타임빌라스' 브랜드를 사용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먹거리와 즐길 거리가 다양한 복합쇼핑몰에 대한 선호도가 더 높아지고 있다"며 "기존 백화점은 럭셔리 브랜드를 중심으로 한 판매 공간이었으나 소비자 니즈에 맞춰 다양한 콘텐츠를 갖춰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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