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유통]은 한주간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있었던 주요 이슈들을 쉽고 재미있게 정리해 드리는 콘텐츠입니다. 뉴스 뒤에 숨겨져 있는 또 다른 사건들과 미처 기사로 풀어내지 못했던 다양한 이야기들을 여러분께 들려드릴 예정입니다. [편집자]
홈퍼니싱 개척
'가구 공룡' 이케아가 한국 진출 10주년을 맞았습니다. 이케아는 지난 2014년 말 광명점을 오픈하며 한국 가구 시장 공략에 나섰는데요. 저렴한 가격, 북유럽의 세련된 디자인으로 무장한 글로벌 가구 브랜드가 한국 시장에 뛰어들자 국내 가구업체들이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올 정도였습니다.
실제로 이케아의 등장은 파괴적이었습니다. 이케아 코리아는 한국 진출 첫해인 2015회계연도(2014년 9월~2015년 8월) 광명점 단일 매장에서만 3080억원의 매출을 내며 단숨에 가구업계 3위까지 뛰어올랐죠. 광명점이 2014년 12월 문을 열었으니 9개월만에 3000억원이 넘는 매출을 쓴 겁니다.
물론 이케아가 국내 가구업체들을 위협하기만 한 건 아닙니다. 오히려 이케아의 등장이 가구 시장을 키우는 역할을 했기 때문인데요. 이케아가 국내에 '홈퍼니싱' 카테고리를 소개하면서입니다.
원래 한국 가구 시장은 B2B(기업간거래)와 혼수 시장으로 양분돼 있었습니다. 일반 소비자라면 보통 결혼, 이사와 맞물려 대대적으로 인테리어를 바꾸는 경우가 많았죠. 그런데 이케아가 한국 시장에 등장한 시점부터 홈퍼니싱이라는 개념이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홈퍼니싱은 집(home)과 단장(furnishing)의 합성어로 조명, 커튼, 카펫이나 소품, 작은 가구들을 바꾸어가면서 집의 분위기를 새롭게 만드는 것을 말합니다. 이때부터 많은 사람들이 계절이나 기분의 변화에 따라 집을 꾸미는 트렌드가 생겨났고 홈퍼니싱 카테고리에 힘입어 가구 시장도 폭발적으로 성장했습니다.
이케아도 이 같은 트렌드에 힘입어 빠르게 한국 사업을 확대해 나갔습니다. 2020년까지 총 1조2000억원을 투자해 6개의 매장을 운영하겠다는 계획에 따라 2017년 10월 고양점, 2019년 12월 기흥점, 2020년 2월 동부산점을 잇따라 오픈했죠. 출점이 늘자 매출도 가파르게 성장했습니다. 이케아 코리아는 2021회계연도(2020년 9월~2021년 8월) 6872억원의 매출액을 쓰면서 7년 연속 성장세를 이어갔습니다.
멈춘 성장
하지만 현재 이케아 코리아의 성적은 예전같지 않습니다. 2020년 동부산점을 끝으로 4년이 넘도록 신규 출점이 멈춘 영향이 컸습니다. 새로운 점포가 없으니 성장동력도 사라진 거죠. 게다가 최근 고물가, 고금리 여파로 소비 침체가 길어지고 있습니다. 홈퍼니싱은 지갑이 얇아진 소비자들이 가장 먼저 소비를 줄이는 분야 중 하나죠.
실제로 이케아 코리아는 2022회계연도(2021년 9월~2022년 8월) 6223억원의 매출을 내며 설립 이후 처음으로 역신장을 했습니다. 2023회계연도(2022년 9월~2023년 8월)에도 6007억원의 매출을 기록, 2년 연속 매출액이 뒷걸음질 쳤고요. 영업이익도 2021회계연도 294억원에서 2022회계연도 219억원, 2023회계연도 26억원으로 쪼그라들었죠.
다행히 이케아 코리아는 최근 다시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섰습니다. 최근 공시한 2024회계연도(2023년 9월~2024년 8월) 매출액은 6258억원으로 전년보다 4.2% 성장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 기간 영업이익도 전년보다 616.5% 늘어난 186억원까지 늘어났죠. 2024회계연도에 약 700만 유로(100억원)를 투자해 약 1200개 제품의 가격을 인하하고도 낸 성적이라는 점에서 더 긍정적입니다.
5년만의 신규점
하지만 이케아 코리아가 이 같은 성장세를 지속 유지하기 위해서는 신규점이 필수입니다. 신규점을 열어야 신규 고객이 유입되며 성장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가구 특성상 고객이 직접 보고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접점이 많이 필요합니다.
이에 이케아 코리아는 대규모 투자를 통해 재도약의 발판 마련에 나섰습니다. 이케아 코리아의 모기업 잉카그룹은 한국 시장에 향후 3년간 약 3억 유로(4300억원)의 투자를 단행하겠다고 올해 초 밝힌 바 있는데요. 이 투자금은 온라인 주문 배송을 위한 매장 시설 개선, 다양한 고객 접점 마련 등에 사용될 예정입니다.
실제로 이케아 코리아는 올해부터 본격적인 물류 투자를 시작했습니다. 지난 8월 약 169억원을 투자해 이케아 기흥점에 자동화 풀필먼트 시스템을 도입한 건데요. 최근 이커머스가 지속적으로 성장하면서 배송 수요가 크게 증가하자 기존 매장을 풀필먼트 거점으로 삼아 배송 서비스를 강화한다는 전략입니다.
이와 함께 오프라인 접점도 확대하고 있습니다. 이케아 코리아는 새로운 이케아 매장 형태를 테스트 하기 위한 여러 팝업스토어를 운영할 예정입니다. 특히 내년 상반기에는 5년만의 신규점인 이케아 강동점도 문을 엽니다. 강동점은 서울 강동구 고덕동의 고덕비즈밸리 내 복합쇼핑몰 고덕아이파크 디어반에 들어섭니다. 이케아가 한국에서 복합 쇼핑몰에 입점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최근 복합 쇼핑몰 시장이 성장하면서 쇼핑몰간 테넌트 유치 경쟁이 치열한 만큼 이케아도 추후 다른 쇼핑몰에 추가로 입점할 가능성이 있겠죠.
이케아가 한국에 온 지 10년, 국내 가구업체들은 이케아의 영향으로 많은 변화를 겪었습니다. 이케아도 마찬가지입니다. 쇼핑몰에 입점하고 배송도 강화하고 있죠. 그렇다면 이케아의 다음 10년은 어떨까요. 10년 후의 가구 시장은 또 어떻게 바뀌어 있을까요.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하죠. 10년 후 이케아와 우리 가구 시장이 어떻게 변화했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