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케아가 외곽이 아닌 서울 도심에 들어선다. 한국 가구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기 위해서다. 가구는 특성상 고객이 직접 제품을 볼 수 있는 오프라인 거점이 중요하다. 이케아는 이곳에서 맞춤형 홈퍼니싱 제품들을 앞세워 온·오프라인을 잇는 '옴니채널' 경쟁력을 강화해 나겠다는 생각이다.서울 상륙
이케아가 오는 17일 서울 강동구 고덕동에서 '이케아 강동점'을 오픈한다. 2020년 4월 동부산점의 문을 연 이후 5년 만에 선보이는 신규 점포다. 매장은 고덕비즈밸리에 있는 도심 복합쇼핑몰 '강동 아이파크 더 리버' 내에 지상 1층과 2층에 걸쳐 조성됐다. 1층에는 44개의 쇼룸과 스웨디시 레스토랑, 2층은 홈퍼니싱 액세서리를 비롯해 스웨디시 카페·비스트로로 구성했다.
이번 강동점은 이케아 입장에게 의미가 큰 곳이다. 이케아 강동점은 이케아가 그동안 출점 전략으로 삼아왔던 단독 매장 형태에서 벗어난 첫 사례다. 대신 복합쇼핑몰 내 임접을 선택했다. 상징과도 같은 '블루박스'를 벗어던진 셈이다. 최근 복합쇼핑몰 시장이 성장하고 있는 만큼 기존 전략에서 변화가 필요했던 것으로 보인다.

서울 첫 매장이라는 점도 주목된다. 이케아는 그간 경기권(광명, 기흥, 고양)과 경남권(동부산)을 중심으로 운영해 왔다. 이랬던 이케아가 서울 중에서도 강동구를 점 찍은 이유는 '뛰어난 접근성' 때문이다.
강동점은 지하철 5호선 고덕역, 상일동역과 인접해 있을뿐만 아니라 올림픽대로, 강변북로, 수도권제1순환고속도로 등 우수한 교통 인프라도 갖췄다. 여기에 오는 2028년 9호선 연장 사업이 완료되면 강남, 여의도 등에서도 고객들이 편리하게 오갈 수 있게 된다.더 많이, 더 낮게
이케아가 꼽은 강동점의 특징은 맞춤형 홈퍼니싱 솔루션을 합리적인 가격에 선보인다는 점이다. 이번 이케아 매장이 들어선 강동 아이파크 더 리버에는 이마트와 '일본판 이케아'로 불리는 니토리 등도 문을 연다. 다양한 리테일 업체들이 한 지붕 아래에서 경쟁을 하게 된 만큼 살아남기 위해선 차별화가 중요한 요소라고 판단했다.
이케아가 강점으로 꺼내든 카드는 '홈퍼니싱'이다. '잘하는 것을 더 잘하겠다'는 의미다. 이케아가 판매하고 있는 9000여 종의 홈퍼니싱 제품 중 7400개를 강동점에서 만나볼 수 있다.

판매 제품들로 구성한 44개 룸셋 중 3개는 1~2인 가구 증가로 인기 평형이 된 20평대 아파트 구조를 반영했다. '이케아플러스유(IKEA+you)' 프로젝트 일환으로 조성된 6개의 쇼룸은 강동과 인근 지역 주민, 인플루언서 등의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해 '꿈꿔왔던 집'을 구현해 냈다.
합리적인 가격에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홈퍼니싱은 지금과 같은 경기 침체에 소비자들이 가장 먼저 지갑을 닫는 분야 중 하나다. 이 때문에 이케아는 경기와 상관없이 많은 소비자가 자사 제품을 경험해볼 수 있도록 하고자 지난해부터 올해 2월까지 1370여 개 제품의 평균 가격을 15% 인하했다. 여기에 투자한 금액만 200억원이다.
매장에서도 가격 인하에 대한 이케아의 노력을 체감할 수 있었다. 매장 곳곳에는 최적의 가격에 침실, 거실, 주방 등을 인테리어 할 수 있는 룸셋들이 마련돼 있었다. 이를 집 안에 그대로 적용했을 때 들어가는 예산도 투명하게 공개돼 있었다. 뿐만 아니라 가격을 파격적으로 내린 'BTI(Breath-Taking Item)', 7000원 미만의 홈퍼니싱 제품들이 집약된 공간도 마련했다.다시 성장
최대 화두로 꼽히는 '지속 가능성'에도 힘썼다. 매장 내 초록색 팻말이 붙은 제품들은 모두 지속 가능한 소재를 사용해 제작됐다. 일례로 접이식 테이블인 '목스보다 커피테이블'은 대나무를 활용해 만든 제품이다. 또 '솔레타 LED 전구'는 기존 이케아에서 판매되고 있는 전구들보다 35% 이상의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케아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노력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케아는 현재 서울 전역에서 고객이 주문한 가구를 배송하기 위해 100% 전기차를 사용하고 있다. 전국으로 넓히면 73% 수준이다. 지속 가능성에 대한 소비자들의 니즈가 커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2028년까지 전국 전기차 가구 배송을 90%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매장 내에서 소비하는 에너지 중 30%를 재생 가능한 에너지로 바꿔나갈 예정이다.
이케아는 한국을 중요한 시장으로 보고 있다. 이에 향후 물류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내년까지 광명점과 고양점에 300억원을 투입해 자동화 풀필먼트 시스템을 도입하는 게 골자다. 앞서 이케아는 지난해 기흥점에 풀필먼트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170억원을 투자한 바 있다. 소비자들이 주문한 제품을 더 빨리 받아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케아가 이번 신규 출점으로 외형 확대에 탄력을 붙일 수 있을지는 관심사다. 실제로 이케아코리아는 2021 회계연도(2020년 9월~2021년 8월) 기준 매출 6872억원을 거두며 정점을 찍은 이후 2년 연속 역성장했다. 지난해부터 회복 조짐을 보이고는 있지만, 여전히 소폭 성장에 그쳤다. 이 때문에 강동점이 '핵심 열쇠'가 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이사벨 푸치 이케아 코리아 대표는 "강동점은 이케아만의 옴니채널 쇼핑 경험을 선사하는 데 기여할 매장"이라며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이케아 홈퍼니싱과 함께 더 좋은 집에서의 생활을 만들어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