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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구 공룡' 이케아가 보릿고개를 넘는 법

  • 2022.09.15(목) 07:21

질주하던 이케아코리아…5년 만에 꺾인 성장세
보릿고개 넘는 가구업계…'이케아도 못 피했다'
옴니채널 중점…‘가치 소비’ 이미지 구축 정조준 

/ 사진=한전진 기자 noretreat@

이케아코리아(이케아)의 가팔랐던 성장세가 멈췄다. 2016년부터 5년간 증가하던 매출 증가세가 꺾였다. 최근 원부자재와 물류비 인상 등 악재가 잇따른 영향이 컸다. 여기에 주택 경기 위축에 따른 홈퍼니싱 수요 감소도 치명타였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누려왔던 '집콕' 호재가 사라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 단기간 실적 회복은 어려운 상황이다. 

이케아는 돌파구 마련에 나섰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맞는 새 판짜기가 관건이다. 이케아는 옴니채널 확대, 브랜드 이미지 강화 등을 예고했다. 공간의 힘을 극대화해 집객력을 강화한다. 현장 맞춤 서비스를 통한 온라인과의 시너지도 확대한다. 친환경과 지속 가능성 등 '가치 소비' 이미지 구축에도 힘을 준다. 업황 타개를 위한 차별성 강화에 나선 셈이다. 

이케아도 못 피했다

이케아는 지난 14일 이케아 광명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2022 회계연도 (2021년 9월~2022년 8월) 매출이 6186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0% 감소한 수치다. 방문객수도 6682만명으로 전년 동기(7000만명)과 비교해 소폭 감소했다. 그동안 이케아는 고속 성장을 이어왔다. 2016년 2200억원의 매출을 시작으로 2020년 6634억원, 지난해에는 6836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케아의 매출 증가세가 꺾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프레드릭 요한손 이케아코리아 대표 / 사진=한전진 기자 noretreat@

이케아도 가구업계의 침체를 피하지 못한 셈이다. 현재 가구업계는 위기다. 우크라이나 전쟁 등 국제적 리스크로 원부자재, 물류비 부담이 커지고 있다. 여기에 고환율로 원목 등 수입 물가도 상승세다. 반면 팬데믹이 끝나 소비자 수요는 감소세다. 사람들의 여행과 외식 등 바깥 외출이 늘면서 '집콕' 효과가 사라진 지도 오래다. 금리 인상에 주택 시장이 얼어붙고 있어 전망도 어둡다. 주택 거래가 감소하면 인테리어와 가구 수요도 감소하기 때문이다. 

프레드릭 요한손 이케아코리아 대표는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 완화 이후 여행과 외식, 영화 등을 중심으로 소비가 늘었다"며 "상대적으로 이케아 매장 방문이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어 "우크라이나 사태 등 공급망이 훼손되면서 물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며 "경기침체, 부동산 거래 건수 감소 영향도 있었다. 이점들을 고려하면 만족스러운 결과"라고 자평했다. 

다만 이케아의 온라인 채널은 유의미한 성장세를 보였다. 오프라인 매출은 감소했지만 온라인 매출은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갔다. 이케아코리아의 온라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2% 증가했다. 리모트(원격) 관련 매출은 18% 늘었다. 멤버십 회원수도 전년 동기 대비 13% 늘어난 340만명이었다. 가구업계에서도 온라인 쇼핑이 크게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케아의 '해법은'

이케아의 새 회계연도 전략도 '옴니채널' 강화다. 옴니채널이란 '모든 것'을 뜻하는 옴니와 유통 경로인 채널을 합성한 단어다. 고객이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상품을 살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을 말한다. 이케아의 이미지는 파란색으로 대표되는 '메가 점포'다. 여타 유통 채널보다 오프라인 색깔이 짙다. 매장에서 물건만 확인하고 다른 채널에서 완제품 등을 구입하는 이들도 많았다. 온라인에 익숙한 한국 소비자의 대표적인 특성이다.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앞으로 이런 '누수'를 막겠다는 것이 이케아코리아 구상이다. 대표적인 것이 '고객 맞춤형 서비스' 강화다. 전화, 채팅, 온라인 서비스를 십분 활용한다. 상담부터 결제까지 소비자 접점을 늘린다는 구상이다. 오프라인의 힘도 극대화한다. 가구 등 제품은 일반 소비재와 다르다. 매장에서 직접 보고 사는 경향이 강하다. 이케아코리아는 매장에서 인테리어 전문 컨설팅을 제공하는 '인테리어 디자인 서비스'를 앞으로 전 매장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요한손 대표는 "새로운 회계연도를 옴니채널을 본격적으로 강화하는 도약의 해로 삼을 것"이라며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는 서비스와 솔루션을 통해 고객 접근성과 편의성을 높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집에 대한 모든 것을 갖춘 홈퍼니싱 기업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행복한 집에서의 생활을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이케아는 무엇보다 이케아만의 '색깔' 다지기를 강조했다. '지속 가능성'으로 대표되는 이케아의 '가치 소비' 이미지 강화다. 차별화 전략의 핵심이다. 이날 이케아는 친환경 홈퍼니싱 제품군과 중고 제품 거래 플랫폼 강화 등을 예고했다. 국내 재생 에너지 투자에도 나선다. 이외에도 이케아 레스토랑 내 식물성 메뉴 비중과 전기차 배송 확대 등 '가치 소비'를 염두에 둔 목표를 강조했다.

가치 소비에 담긴 '노림수'

가치 소비에 담긴 이케아코리아의 전략은 영리하다. 공고한 브랜드 파워는 시장이 어려워도 고객의 소비를 이끄는 수단이다. 가구 업황이 나쁜 현시점에서 효과적인 돌파구가 될 수 있다. 가치 소비 트렌드는 환경 등 사회적 과제와도 맞닿아 있다. 특히 이케아는 대표적인 외국 기업이다. 현지화에 실패하면 언제든 시장에서 뒤처질 수 있다. 한국에서 돈만 벌어간다는 이미지를 주어선 곤란하다. 가치 소비 포지셔닝은 이런 리스크를 상쇄할 수 있는 방책이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아케아의 가성비 이미지를 극복할 수단이기도 하다. 현재 가구 시장은 프리미엄이 대세다. 보복소비 트렌드로 고가의 가구에 대한 수요가 늘었다. 한샘, 현대리바트 등 경쟁업체도 프리미엄 라인을 늘리고 있다. 반면 이케아는 프리미엄에서 경쟁력 있는 '소비 포인트'를 만들기 어렵다. 저가 제품이 대다수라서다. 하지만 친환경 등 가치 소비 측면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이케아는 확실한 차별성을 가져갈 수 있다. 여기에 주목하는 소비자도 늘고 있다. 

이케아는 이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최근 광명점에 도심형 농장 파르마레(FARMARE)를 구축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곳에서 재배한 채소는 내부 식음업장의 재료로 쓰인다. 매장 옥상 위에는 3000여개의 태양열 패널을 설치했다. 전력이나 쓰레기를 줄이는 제품을 파는 '지속가능 리빙샵'도 마련했다. 고객들은 이케아에서 쇼핑하면서 이 같은 분위기를 머릿속에 남긴다. 소비자의 삶에 이케아의 이미지를 녹이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통해 미래 성장성을 확보하겠다는 것이 이케아의 최종 목표다.

가구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케아가 '지속 가능성' 등 가치 소비를 이야기하는 것 역시 브랜드 포지셔닝의 일환"이라며 "과거 이케아는 가성비 가구라는 이미지가 강했지만 최근에는 이런 인식도 옅어졌다"고 평했다. 이어 "다만 소비자 입장에서 친환경과 지속 가능성이 제품의 가격이나 품질을 앞서는 구매 요인이 되긴 힘들다. 이를 소비 포인트로 잘 녹여내는 것이 관건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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