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의 발견]은 우리의 삶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소재들을 다룹니다. 먹고 입고 거주하는 모든 것이 포함됩니다. 우리 곁에 늘 있지만 우리가 잘 몰랐던 사실들에 대해 그 뒷이야기들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보려 합니다. [생활의 발견]에 담긴 다양한 이야기들을 읽다 보면 여러분들은 어느새 인싸가 돼 있으실 겁니다. 재미있게 봐주세요. [편집자]
냉동실에 꼭 들어가 있는 식품이 뭔지 묻는다면 많은 분들이 '냉동만두'를 꼽을 겁니다. 냉동실에 오래 보관해둘 수 있고 쉽고 편하게 다양한 조리가 가능하죠. 굽거나 찌거나 삶는 것은 물론 라면이나 국에 넣고 끓여먹을 수도 있습니다.
요즈음은 고기만두, 김치만두 같은 '기본' 만두 외에도 새우만두, 깻잎만두처럼 특별 재료가 들어간 만두나 샤오롱바오, 창펀처럼 해외 만두도 냉동만두로 쉽게 접할 수 있는데요. 종류별로 사 넣다보면 냉동실 절반 이상이 만두로 차기도 합니다. 때로는 냉동실 깊숙한 곳에서 1년도 전에 넣어 놓은 만두를 발견하는 경우도 있죠. 그런데 이 만두, 먹어도 되는 걸까요?
실크로드를 따라
만두의 기원은 대부분 중국이라고 알고 계실 겁니다. 삼국지에 나오는 제갈량이 처음으로 만든 음식이라고 알려져 있기 때문인데요. 나관중의 삼국지에는 제갈량이 남만을 정벌하고 돌아오는 길에 풍랑을 만나자 남만의 포로 대신 밀가루로 사람 머리 모양의 만두를 빚어 바쳐 풍랑을 가라앉혔다는 고사가 나옵니다.
하지만 학계에서는 만두가 중동에서 밀과 함께 전해졌다는 설이 더 사실에 가깝다고 말합니다. 음식학자 정혜경 호서대 식품영양학과 명예교수가 쓴 '만두 문화의 역사적 고찰'에 따르면 메소포타미아 문명에서 밀가루가 시작됐고 이 밀가루가 동쪽과 서쪽으로 퍼졌다고 하는데요. 이 때 밀가루와 함께 만두도 이동했다고 합니다.
정 교수는 "실크로드 음식들은 아프가니스탄에서 중국까지 매우 비슷하고 특히 만두가 그렇다"며 "명칭도 만티, 만투, 문투, 만두 등으로 비슷하다"고 전합니다. 이렇게 실크로드를 따라 메소포타미아에서 중국으로 만두 문화가 전파됐고 이것이 우리나라 그리고 일본으로 전해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하네요.
비슷한듯 다른 한·중·일
현재 국내 1위 냉동만두는 CJ제일제당의 '비비고 왕교자'입니다. 만두가 아닌 '교자'라는 단어가 들어간 점이 특이한데요. 교자는 일본 음식점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음식이죠. 물론 비비고 왕교자는 한국식 만두입니다. 교자가 정확히 무엇인지 알기 위해서 한국과 중국, 일본의 만두에 대해 알아봐야 합니다.
우선 중국의 만두, 즉 '만터우(饅頭)'는 우리가 만두라고 부르는 것과는 다소 다릅니다. 만터우는 밀가루에 효모를 넣어 발효시켜 반죽한 후 찐 빵과 같은 형태입니다. 우리나라의 찐빵, 호빵의 소 없는 버전이라고 볼 수 있겠죠.
발효시킨 반죽 안에 소가 있는 찐빵 같은 것은 '바오쯔(包子)'라고 분류됩니다. 우리의 만두와 비슷한 건 '교자(餃子)', 즉 '자오즈'입니다. 자오즈는 밀가루 반죽을 발효시키지 않고 얇게 밀어 다진 고기나 채소 등 소를 넣은 것을 말합니다. 우리의 만두와 상당히 비슷하죠.
일본에서도 이 교자를 먹습니다. 해외에서도 'gyoza'라는 단어가 일본식 만두를 지칭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구워서 먹는 야키교자가 가장 흔한데 보통 밥반찬이나 술안주로 즐겨 먹습니다. 우리나라의 찐빵, 중국의 바오쯔와 비슷한 건 '츄우카만(中華まん)'이라고 한다고 하네요. 보통 돼지고기 소가 들어가기 때문에 '부타만', '니쿠만(肉まん)'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밀가루 피로 소를 감싼 형태의 음식을 대부분 '만두'라고 통칭합니다. 소의 종류에 따라 고기만두, 김치만두 등 이름이 달라질뿐 기본적으로 모두 만두라는 단어를 씁니다.
그렇다고 비비고 왕교자에 사용된 교자라는 단어가 한국어에 없는 말도 아닙니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을 보면 교자는 만두의 유의어로 "밀가루 따위를 반죽하여 소를 넣어 빚은 음식. 삶거나 찌거나 기름에 튀겨 조리하는데, 떡국에 넣기도 하고 국을 만들어 먹기도 한다"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점은 비비고 만두의 해외 수출품 중 일부는 '만두'라는 단어가 사용된다는 점입니다. 일본에서는 2021년부터 비비고 만두 6종에 교자 대신 만두가 일본어(マンドゥ)와 영어(mandu)로 표기되고 있습니다.
미국과 유럽 수출품에는 제품에 따라 mandu(만두)와 gyoza(교자), dumpling(덤플링) 등을 혼용하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 해외에서도 중국, 일본과는 다른 한국식 'mandu'가 널리 알려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500일 안에 익혀 드세요
그럼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보겠습니다. 1년 전에 냉동실에 넣어 놓은 냉동만두, 먹어도 될까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식품 영업자들에게 제공하는 소비기한 참고값에 따르면 냉동만두의 소비기한은 533일입니다. 이 소비기한은 김치, 두부, 감자전분 등 만두의 성분에 따라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대부분 500일을 훌쩍 넘습니다. 그러니 1년 정도 냉동실에 방치한 만두는 먹어도 되겠죠. 최근 시중에 유통되는 제품들에는 소비기한이 표시되어 있으니 이를 참고하면 됩니다.
냉동만두의 유통기한이 이렇게 길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냉동 전에 만두를 찌기 때문입니다. 시중에 유통되는 냉동만두 제품들은 약 100℃에서 찐 후 영하 30℃ 이하의 온도에서 급속 동결합니다. 익히지 않은 만두를 바로 냉동하기보다 한번 가열한 후 냉동하면 박테리아 증식을 더 잘 차단할 수 있어 장기보존에 유리하다고 하네요.
만두를 바로 냉동하지 않는 이유는 더 있습니다. 바로 만두의 맛과 형태를 그대로 보존하기 위해서입니다. 만두를 익히지 않고 냉동한 후 조리하면 만두 안의 당면이 익으면서 불어나고 고기에서 육즙이 나오면서 피가 터지기 쉬운 상태가 됩니다. 일단 익혀서 형태를 유지한 후 냉동하면 만두가 부풀어 터지는 일이 적겠죠. 또 한번 익혀 나온 제품이기 때문에 조리시간이 짧아진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참, 냉동만두가 한번 익힌 상태로 냉동된 것이라고 해서 제품을 가열하지 않고 섭취해도 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아무리 냉동된 식품이라도 일부 박테리아가 생존할 수 있고, 유통 과정이나 냉장고를 여닫는 과정 등에서 박테리아가 증식할 수 있습니다. 따끈하게 잘 익힌 만두로 맛있는 주말 한끼 어떠실까요?